미디어, 취생몽사

히어로 / 오마바는 영웅이 아니다

피플파워  / 2008년11월11일 17시34분


히어로


형진/ 안녕하세요, 미디어 취생몽사 김형진입니다


완군/ 안녕하세요, 완군입니다.


형진/ 취생몽사 오늘 세 번째 시간인데요? 지난 한 주 어찌 지내셨나요?


완군/ 먼저 시작하기에 앞서 지난 주에 저 멀리 바다 건너 독일에 계신 어느 분이 취생몽사 넘 재밌다는 메일을 보내주셨습니다. 바야흐로 지구촌 시대를 살고 있음을 실감하지 아니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려.


형진/남들은 그런 걸 안부 메일이라고 하는데, 완군은 그런 걸 팬레터라고 부르는 모양이네요. 하여간 취생몽사, 뭐에 취했더러셨습니까?


완군 / 네, 지난 주도 다른 여타 주들과 비교할 만큼 복잡다단한 개와 늑대의 시간이었는데요. 개인적으로 뭐니뭐니해도 한국시리즈 운명의 5차전 9회 1사 만루에서 병살타를 때린 리그 최고의 타자 김현수의 좌절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형진 / 아네, 전 직접 보진 못했지만 인터넷에선 ‘김현수의 눈물’이란 제목으로 화제여서 사진은 봤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었나요?


완군 / 2008 한국시리즈 결승은 다들 아시다시피 sk와 두산의 대결로 진행되었습니다. 야구의신 김성근 감독의 sk는 감히 90년대 해태와 비교되는 팀입니다. 뭐랄까요, 전성기의 해태가 믿을 수 없는 어떤 괴력의 팀이었다면 현재의 sk는 정반대로 믿을 수 있는 경기를 하는 기계적 팀입니다. 일각에서는 현재 sk전력이라면 일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말을 할 정도입니다.

형진/ 야신 김성근, 전 갠적으로 LG팬인데요. 김성근 감독이 LG를 맡기도 했었는데, 번트 너무 많이 대고 투수교체 잦고 뭐 이래서 별로 재미없어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완군/ 일각에서는 지금 말씀하신 김성근 감독 특유의 그 스타일에 대한 비난이 있습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허구연 해설위원이 은근히 김성근 야구를 폄하했다는 혐의로 네티즌들에게 질타당하고 있습니다. 김성근 감독은 스스로의 야구를 ‘혼’이란 말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승부는 혼이다. 혼은 이기는 것이다. 뭐 누가 뭐래도 매료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장인의 말씀입니다.



형진 / 말씀하신 한국시리즈 운명의 5차전 9회 1사 만루는 어떤 상황이었습니까?


완군/ 먼저, 그 절호의 찬스에서 병살타를 때린 김현수 선수에 대해서 설명 드려야겠는데요. 올 시즌 그는 타격(0.357)-최다안타(168개)-출루율(0.454) 1위에 오른 타격 3관왕입니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이제 그가 겨우 88년생, 약관의 나이라는 점입니다. 김현수 이전에 타자 중에서 20살에 리그를 제패한 선수는 없었습니다. 단연 압도적입니다. 투수들에겐 참을 수 없는 극악스러웠던 타자였습니다.


형진/제가 완군 스타일을 좀 아는데, 얘기하는 것 보니 김현수 선수에 대한 묻지마 팬덤이로군요.


완군/ 넵, 그렇습니다. 김현수 선수를 보며 2가지 느낌이 듭니다. 한 가지는 그의 물리적 출생연도를 보는 비릿함입니다. 88년생이 하나의 장르를 제패하고 대표하는 나이가 된 것에 대한 비애감 뭐 이런거 말입니다. 바야흐로 동생들의 세상이 왔다는...형들에게 이제 좀 비켜 줄 것을 요구하는 건장한 동생과 만나는 생애 최초의 긴장감이랄까...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프로야구와 같은 컬러tv 이후의 대중문화사도 이제 극복해야할 유산과 극복하는 것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니는 내러티브를 갖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김현수 앞에 장성호, 또 그 앞에 이병규, 그리고 또 그 앞에는 양준혁 다시 장효조까지 천재 왼손타자도 이제 계보를 꾸릴만한 탄탄한 이야기 구조를 갖추고 있다.


형진 /너무 도취되신 것 같은데요. 올 한해 내내 바야흐로 야구가 만개한 한 해였지 않나 싶습니다. 가을에도 야구하자는 롯데의 선풍적 인기는 4강으로 결실을 맺으면서 실로 신드롬이라 부러도 무방한 현상이 되었고, 베이징 올림픽에서 보여준 한국 대표팀의 경기력도 발군이었습니다. 복잡한 시대와 투쟁이 이어지던 시대에 역설적으로 스포츠의 열광은 극대화됩니다. 그 만끽과 함께 시간은 흐릅니다. 올 한해 프로야구의 아찔한 승부의 광경들은 가슴을 울리는 시간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영웅'들도 있었습니다. 그것에 옳고 그름의 문제를 제기할 수는 없겠지만, 이제 야구는 끝났습니다. 열정에서 깨어나 지금 우리의 상황이 9회말 2아웃은 아닌지, 특단의 작전이 필요한 때는 아닌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는 말씀드리며, 완군 깨워 다음 주제로 넘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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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5. VCR 영상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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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바는 영웅이 아니다


형진 / 저는 미국 대선을 흥미롭게 봤습니다. 오바마와 매케인 후보가 붙은 이번 대선은 여러 가지 지점에서 재밌었습니다. 세기의 인종 대결, 부시 집권 8년에 대한 평가, 경제 위기 이후 미국의 모습 등 지구 방위 사령관 혹은 어디선가 누구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도 전에 틀림없이 나타나는 홍반장으로서의 미국 대통령의 위상을 감안하더라도 전 세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이벤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완군/ 그렇습니다. 오바마의 승리가 지향한다는 무엇은 흡사 노무현의 승리가 뭔가를 지향한다고 믿었던 우리네의 어느 날과 많이 닮아 있는 것도 같습니다. 전통적 공화당 우세 지역에서 오바마가 선전하고 있는 점, 돌풍 같은 바람이 일어난 점 등 선거 공학적인 면에서나, 형식에서도 유사성도 많습니다.


형진/ 미국 대선이 우리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뭐 요따위 수사들이 넘쳐나고 있지만, 정작 미디어들은 오바마와 매케인의 구체적 차이,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책적 변별성 뭐 이런 것들에 대한 심층적 분석보다는 그저 경주마식으로 오바마와 매케인을 달리게 하고 있는 중입니다. 미국 대선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말을 하지 마 거의 뭐 이런 분위기인데요. 저는 그것보다는 오히려 당선이 유력한 오바마 후보의 지향과 정책을 꼼꼼히 우리의 현안들과 비교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그렇지 않은 채 지금의 인상 비평 수준이라면, 차라리 인상은 매케인이 낫지 않은가 싶은 뭐 이런...



오바마도 미국이라는 패권 국가의 논리를 따를 수 밖에 없어


완군/ 그 질문은 결국 미국의 민주당이 범지구적 진보 세력이냐 뭐 이런 것과 닿아있는 것 같은데요?


형진/ 일정 정도 그런 문제의식이 있습니다. 미국이라는 패권 국가는 한 개인이 아무리 어쩐다고 해도 패권국가의 논리를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와 한계를 폭로하지 않은 채, 오바마의 당선이 경천동지할 혁명이라도 되는냥 떠들며 솜사탕 같은 환상을 부풀리고 있는 국내 일부 미디어들의 태도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완군/ 그건, 일정정도 대의 민주주의의 어쩔 수 없는 한계입니다. 미국만의 문제가 아닌 것처럼. 그렇다고 해도 지난 8년간 깡패국가로 군림해온 부시 정권에 비해 오바마가 그나마 낫지 않느냐는 절박한 상황인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러한 정치 논리가 국내 정치에 곧바로 이입된다면 블랙 코미디겠지만, 우린 기본적으로 미국 정치를 잘 모르고, 상황과 인상에 의한 판단 정도 밖에는 코멘트 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형진/ 얼마 전에 경향신문에서 오바마 지지 사설을 썼는데요, 그 역시 완군이 말한 그런 수준의 나이브함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완군 /뭐 그럴 수도 있겠죠. 전 근데 그 사설 신선했습니다. 물론, 국내 선거가 아니지만 특정 매체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광경은 처음이지 않나 싶습니다.


형진/ 저 역시 오바마 후보의 당선이 의미하는 현실적 의미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것이 개혁 매체들에게 '거 봐라, 덮어 놓고 개혁 세력이 승리하는 것이 역사의 승리다' 이런 허황된 근거로 활용되지 말았으면 한다는 말입니다.


완군/ 넵, 동의합니다. 오늘 미디어 취생몽사 여기까지 하죠. 경제 위기가 중단 없는 확장으로 전 세계를 우울의 모드로 바꿔놓고 있습니다. 차라리 그 우울함 말고 다른 뭔가에 취해보고 싶은 요즘입니다. 부디 베토벤 바이러스와 같은 유쾌한 물질에 취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기까지입니다.


형진/ 다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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