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의 삶

성지훈 기자 / 사진 김용욱   “나도 언젠가는 채식을 할 거야. 그 전까지는 고기를 잔뜩 먹고 한 서른 살부터 시작하려고.” 채식을 하는 한 후배는 20대 때 내게 곧잘 채식을 권하곤 했다. 당시는 우리가 《육식의 종말》 같은 책을 읽기도 했고 갖은 생태주의 텍스트들을 공부할 때이기도 해서 나는 ‘언젠가’라는 단서를 붙여 채식으로의 전향을 과감히(!) 선언했다. 그 ‘언젠가’가…

질 좋은 시간선택제 일자리? 속지 마세요, 사기예요

10대 그룹은 고용 불안, 중소기업은 저임금 박다솔, 윤지연 기자 / 사진 정운   2013년 11월 26일. 삼성동 코엑스 전시관에서 열린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 박람회>. 오전 10시부터 8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박람회에는 무려 3만여 명의 구직자들이 몰려들었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사람들,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에는 핫한 이슈였다. 정부와 언론은 말했다. 단순히 아르바이트가 아닌 정규직과 똑같은 복지 혜택을 누리게 될…

그는 정부와 현대차의 전시용 노동자였다

시간선택제 민간 도입 2년, 버려지는 사람들 박다솔, 윤지연 기자 / 사진 홍진훤 대기업에 입사한 날 2014년 6월. 김호일(가명) 씨는 40대 중반의 늦은 나이에 취업했다. 무려 ‘꿈의 직장 ‘이라고 불리는 ‘현대자동차 ‘에, 간접 고용이 아닌 직접 고용으로. 정부에서 열을 올리며 추진 중인 ‘시간선택제 ‘ 일자리에 채용된 것이다. 그즈음 대기업들은 정부의 시간선택제 확대 사업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었다. 정부 사업에…

굳바이 <미디어충청>

김용욱 부편집장   <미디어충청>이 지난 5월 31일 폐간했다. 2007년 12월 19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일에 창간했으니 햇수로 10년 만이다. <미디어충청>은 복수 노조 문제, 창조컨설팅 등 노동자 인권 유린과 노조 탄압이 본격화하는 시기 충청 지역 수많은 노동자와 동고동락했다. 이제는 노조 파괴의 대명사가 된 유성기업, 보쉬전장 같은 사업장이 충청도에 있었다. 최근 신종 노조 탄압 수법을 구사하는 갑을오토텍도 충청에…

세대의 재생산

이재현 문화 평론가로서 중요한 모든 세상사에 끼어들려 한다. 운전 면허, 신용 카드, TV가 없다. 사진 김용욱   재생산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마르크스가 《자본》 2권에서 분석한 대로 경제적 생산 과정이 반복되어 나가는 것이다. 앞의 생산 과정에서 만들어진 잉여 가치의 일부가 다음 생산 과정에 투입되면 확대 재생산이 이루어지면서 자본 축적이 진행된다. 다른 의미로 생산 과정 자체의…

하늘로 올라갔던 두 노동자, 다시 길거리로

부산 생탁 막걸리 – 한남택시 박다솔 기자 / 사진 정운 이달 개봉한 영화 <깨어난 침묵>(박배일)은 감독이 “욱해서” 만든 영화다. 2014년 여름, 박배일 감독은 파업 중인 노동자 이야기를 듣게 됐다. 부산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생탁 막걸리를 만들던 노동자 이야기였다. 뉴스에도 안 나오고, 미디어 활동가들도 나서지 않는 이야기. 직접 만나 파업 배경을 들으니 가관이었다. 회사 사장만 41명인 곳,…

“이라크 현지 주민의 힘 지원하는 것이 평화”

인터뷰 ㅡ 이라크 쿠르드족 출신 난민, 이스마엘 메르샴 박사 정은희 기자   “어제도 바그다드에선 테러에 100여 명이 죽었어요.” 이스마엘 메르샴 씨가 말했다. 50대 초반의 그는 이라크 쿠르드족 출신이다. 1994년 사담 후세인의 박해를 피해 피난 길에 오른 그는 1995년 한국에 도착해 만 20년 넘게 살았다. 3D 업종, 선박 회사를 비롯해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는 이스마엘 씨.…

혐오의 시대를 넘어설 우리의 이야기는 가능할까

김한주, 박다솔, 윤지연 기자/ 사진 정운 기자   2005년. 지하철에서 개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은 20대 여성을 ‘개똥녀’라고 불렀다. 2006년. ‘된장녀’라는 은어가 유행처럼 번졌다. 여성들은 스타벅스 커피 한잔 마시는 것도 눈치를 봐야 했고, ‘개념녀’로 등극하기 위해 정신 개조도 불사했다. 2007년. 운전에 서툰 여성은 ‘김 여사’라는 신조어로 조롱을 당했다. 2012년. 보수 사이트 일베에서 여성 비하 용어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강남역 10번 출구로 가는 길

혐오에 침묵하거나 고개 숙이지 않겠습니다 김한주, 박다솔, 윤지연 기자   5월 17일 새벽, 강남역 인근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 사람들은 이를 ‘여혐 살인’이라 불렀다. 그저 운이 좋아서 살아남은 것뿐. 혐오의 칼날은 나를 향한 것이기도 했다. 억지로 눌러 담아 왔던 불안과 공포, 억울함이 터져 나왔다. 지하철을 타고 강남역 10번 출구로 향했다. 그곳에서 나는 너의 이야기를 했고, 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좌의 게임’

 마르쿠스 슈푀른들리 번역 · 정은희 기자   구트라를 쓴 나이 든 국왕으로 익숙한 사우디아라비아에 젊은 왕자가 나타났다. 혜성처럼 나타난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자는 예멘 전쟁이나 유가 파동을 보도하는 세계 언론에 종종 등장한다. 과연 그는 누구이고 왜 갑자기 이슈의 중심으로 부상한 것일까? 지난해 1월 압둘라 6대 국왕이 사망하고 살만 국왕이 왕위를 물려받은 뒤 사우디아라비아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