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의 삶

성지훈 기자 / 사진 김용욱   “나도 언젠가는 채식을 할 거야. 그 전까지는 고기를 잔뜩 먹고 한 서른 살부터 시작하려고.” 채식을 하는 한 후배는 20대 때 내게 곧잘 채식을 권하곤 했다. 당시는 우리가 《육식의 종말》 같은 책을 읽기도 했고 갖은 생태주의 텍스트들을 공부할 때이기도 해서 나는 ‘언젠가’라는 단서를 붙여 채식으로의 전향을 과감히(!) 선언했다. 그 ‘언젠가’가…

일베 오프 모임

내가 어떻게 그들을 혐오하지 않을 수 있을까 성지훈 기자 / 사진 홍진훤   몇 년 전부터 ‘일베’가 사회 문제로 대두했다. 극우 보수 정치 성향의 커뮤니티, 패륜과 범죄의 온상, 여성 혐오의 메카. 일베에 대한 말들은 숱하게 쏟아져 나왔지만 그들의 실체에 대해서는 알기 어려웠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을 진중하게 살펴볼 만하면 자기들이 먼저 나서 사고를 쳤다.) 그러나…

워커스 안 망할 것 같느냐는 말 대신

독립 언론 영업하기 윤지연 기자 민중 언론 <참세상>의 새로운 도전, 주간 《워커스》 창간. 마감하니 마감이라고, 눈 깜짝할 사이에 10호가 발행됐고 두 달이 흘렀다. 밖에서는 새로운 도전이니 뭐니 하며 큰소리를 치고 다니지만 내부 구성원들은 점점 쪼글쪼글해지고 있다. 얼굴도, 그리고 생활도. 사람들에게 민중 언론 <참세상> 시절과 비교해 달라진 점이 있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분명 달라졌다. 빚은 비교도…

나의 취업, 나라가 돕는다?

정부 취업 서비스 체험기 신나리 기자/ 사진 정운 기자     “아유, 이러고 있지 말고 밖에 나가 봐. 나라에서 죄다 도와주려고 저 난리인데 뭐 하고 있는 거야 얘는….” 백수로 뒹구는 내게 엄마는 말했다. 당장에라도 아파트 1층에 내려가 알림판에 나부끼는 안내지를 떼어 내고 싶었다. 동에서 시에서 그리고 나라에서 해 준다는 게 많았다.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를 첨삭해 주고 모의…

강남역 명품 거리에 노점 차리기

박다솔 기자   강남역 주변. 도로변의 풍경이 기이하다. 강남대로를 기준으로 한쪽 노점상만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누구의 작품일까. 힌트는 강남대로를 기준으로 행정 구역이 나뉜다는 사실에 있다. 한강 방면을 바라보고 서면 왼쪽이 서초구, 오른쪽이 강남구다. 서초구 노점상도, 강남구 노점상도 다 같은 노점상이지만 10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강남구쪽 노점상은 쫓겨났다. 대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노점상들의 운명이 갈린 것이다.…

돈 좀 빌려주세요

성지훈 기자 집에 들어서는데 우편함에 검은 테두리의 봉투가 들었다. 붉은 글씨의 ‘본인 외 개봉 금지’ 도장이 눈에 익다. 부고장이라도 되는 듯 음침한 색감을 처음 봤을 땐 놀라웠지만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 그냥 돈 갚으라는 으름장이다. 봉투를 열어 보지도 않은 채 책상 위에 던져 놓고 앉아 통장 잔고를 떠올린다. 다음 월급이 나올 때까지 생활비도 빠듯하다. 당분간 담배도…

안전해지고 싶어? 신라면을 사

이 정부의 안전 교육법 윤지연 기자/ 사진 정운 기자   “아이고 깜짝이야!” 난데없이 휴대폰에서 울려 대는 경보음. 국민안전처가 발송한 ‘긴급 재난 문자’의 요란한 알림 소리다. 액정 화면에는 ‘비상 사태’, ‘경고’, ‘긴급’ 같은 문자가 떠 있다. 놀란 맘에 확인한 문자 내용은 ‘서울 폭염 특보 발령 중! 야외 활동 자제와 충분한 물 마시기, 물놀이 안전 주의 등…

세상 모른 백수, 파견 업체 탐방기

그들은 제대로 살 수 있을까 성지훈 기자 ‘불법 파견’ 같은 말이 뉴스에 심심치 않게 오르내리지만 파견 업체는 날이 갈수록 늘고만 있다. 2014년 말 고용노동부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 등록된 파견 업체는 2468개, 여기서 파견한 노동자는 13만 2148명에 달한다. 1998년 〈파견법〉이 처음 제정된 당시 780여 개였던 파견 업체가 15년 만에 세 배로 늘어난 셈이다. 집계에 잡히지 않은…

시술을 원했는데, 수술이 돌아왔다

시술을 원했는데, 수술이 돌아왔다 신나리 기자 / 사진 이승훈     “턱 끝 길이 축소하시구 요, T 절골 수술하시면 돼요.” “저 아직 자리에 앉지도 않았는데.” “아, 네. 앉으세요. 턱 끝 길이 축소하시구요, T 절골 수술하시면 돼요.”   진단은 빨랐다. 조막만 한 얼굴에 오뚝한 코, 늘씬함을 뽐내고 있는 상담실장은 복잡할 것 없다는 식이었다. 반짝이는 조명을 익숙하게 받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