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 ‘특수 관계 2.0’이 모습을 드러내다

지난 5월 7일~9일, 워싱턴에서 열린 AI+ 엑스포는 이스라엘이 미국의 직접 지원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AI와 사이버전 공동 연구 모델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2019년 린지 그레이엄 미국 상원의원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출처: 매티 스턴(Matty Stern)/주예루살렘 미국대사관

이달 이스라엘과 미국은 2028년 현 협정 만료 이후 미국이 이스라엘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를 규정할 새로운 양해각서(MOU)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번 협상은 과거와는 매우 다른 대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몇 달 동안 미국의 대이스라엘 군사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이 아이디어는 오랫동안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가들이 추진해왔으며, 과거에는 이스라엘의 행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건이 붙는다면 지원을 받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 이스라엘 우파 인사들과 그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현재 이스라엘에 대한 연례 해외군사금융(FMF·Foreign Military Financing) 지원금을 중단하자는 제안은 다름 아닌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에게서 나왔다. 그리고 워싱턴에서는 상원 최고의 강경파로 꼽히는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이 이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지난 1월 중동이해연구소 정책프로젝트(Institute for Middle East Understanding’s Policy Project)는 지금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시의적절하고 상세한 배경 보고서를 발표했다.

드러난 계획의 핵심은 이스라엘 지원을 다른 형태로 계속 이어가는 데 있다. 미국은 더 이상 이스라엘에 직접 돈을 보내고, 이스라엘이 그 돈으로 미국 기업들과 거래하게 만드는 방식을 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신 의회가 공동 개발과 공동 생산 프로젝트에 예산을 배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려 한다. 이렇게 하면 이를 외국 정부에 대한 납세자 지원이 아니라, 이스라엘과 협력해 미국 일자리에 투자하는 정책으로 포장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이런 전환을 추진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다. 이스라엘에 대한 호감도는 급락했고, 한때 당연시되던 연례 군사 지원 패키지조차 이제는 논쟁 대상이 됐다. 현재 의회는 여전히 이스라엘에 대한 무제한적인 무기와 자금 지원을 승인하려는 성향이 강하지만, 양당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가까운 미래의 지원조차 불확실해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새로운 특수 관계가 어떤 모습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고편이 지난 주말 워싱턴 D.C.에서 열린 기술 엑스포에서 공개됐다. 이 행사에서 이스라엘 군 관계자들은 전 바이든 행정부 관리와 함께 무대에 올라, 가자 집단학살 이후 이스라엘이 거의 모든 정치적 지지를 잃은 상황에서도 미국의 대이스라엘 군사 지원이 어떻게 중단 없이 계속될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특수 관계 2.0’

네타냐후와 그레이엄이 미국의 대이스라엘 지원 방식을 바꾸기 위한 정치적 논리를 제공하고 있다면, 이를 실제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개별 기업 몇 곳이 아니라 민간 산업 차원의 협력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제 그 구체적 구조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5월 7일~9일, 워싱턴에서 열린 AI+ 엑스포에서 전 이스라엘 군사정보국장 아모스 야들린과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주이스라엘 미국대사였던 토머스 나이즈는 미국·이스라엘 기술동맹 — 전략기술 협약(U.S.-Israel Technology Alliance Strategic Technology Compact)’ 구상을 공개했다.

이 협약은 미국 싱크탱크인 특별경쟁연구프로젝트(SCSP·Special Competitive Studies Project)와 야들린이 이끄는 이스라엘 안보 비영리단체 마인드 이스라엘(MIND Israel)의 공동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각각 10억 달러를 공동 사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 자금 상당수는 AI와 사이버전, 그리고 새로운 형태의 살상 기술 개발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런 기술 상당수는 이미 가자, 서안지구, 레바논에서 실전 시험을 거쳤다.

이 프로젝트는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프로그램이 성공한다면 훨씬 더 많은 자금이 투입될 가능성이 크며, 실제로 성공할 것이라고 볼 만한 이유도 충분하다.

여기서 핵심 역할을 하는 인물들을 살펴보면 이들의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바로 이스라엘을 둘러싼 정치 지형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방식으로 미국·이스라엘 군사 협력을 심화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마인드 이스라엘은 변화한 정치 환경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새로운 모델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협력 관계를 전환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인드 이스라엘의 임무는 이스라엘 국가안보 정책 수립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실제 관심 대상은 미국,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다. 이 단체는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ndia-Middle East-Europe Economic Corridor)을 활용해 이스라엘의 군사·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한 보고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지지를 확보하려면 이스라엘과 그 파트너들은 대통령 특유의 세계관에 맞도록 실질적·서사적 측면 모두에서 계획을 조정해야 한다. 미국에 분명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고, 미국 민간 부문을 참여시키며, 단기적 성과를 강조하고, 대통령 핵심 측근 그룹 내부에서 정치적 지지를 구축해야 한다.”

이런 사고방식은 이스라엘이 기존 원조 방식에서 벗어나 공동 프로젝트 자금을 대폭 확대하는 모델로 전환하려는 구상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그리고 SCSP의 목표 역시 이스라엘이 적극적으로 육성하려는 분야, AI 전쟁과 완전히 일치한다.

SCSP는 자신들의 임무를 이렇게 설명한다. “AI와 기타 신기술이 국가안보, 경제, 사회를 재편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장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제안한다. 우리는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시기인 지금부터 2030년까지의 기술·경제 경쟁에서 미국이 승리할 수 있도록 준비되고 조직되기를 원한다.”

즉 이 싱크탱크의 목표는 이스라엘이 추진하려는 방향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또한 이 협력은 미국 대중에게 기술 산업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는 투자로 홍보할 수 있다. 실제로 나이즈는 <타임스오브이스라엘>(The Times of Israel) 인터뷰에서 바로 이런 논리를 내세웠다. 그는 미국은 막대한 기술력을 갖고 있다. 우리는 기술과 AI, 혁신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그리고 이스라엘이 스타트업 국가라는 사실도 누구나 알고 있다두 나라는 함께 기술 혁신과 돌파구를 만들어왔다. 두 나라가 협력하는 것은 미국인들, 평범한 미국인들에게도 좋고 평범한 이스라엘인들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언급하지 않는 점, 그리고 초안 설명을 통해 드러나는 점은 이 협력에서 이스라엘이 얻는 일방적 이익은 사실상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미국 내 이스라엘 지지자들은 오랫동안 대이스라엘 지원이 미국에도 도움이 되는 투자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권리 지지자들이든 미국 우선주의지지자들이든, 이런 주장을 믿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초안이 제시하는 논리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은 AI, 사이버, 에너지, 양자기술, 산업 회복력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해줄 신뢰할 수 있고 실전 검증된 기술 동맹국을 얻는다. 이스라엘은 연방 프로그램, 연구소, 자본 조달 경로, 조달 채널, 대규모 확장 기회를 포함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 생태계에 지속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이스라엘은 거대하고 실질적인 이익을 얻는다. 반면 미국은 제안서 표현대로라면 미국의 강점을 축소판으로 모방하는 수준의 동맹국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 미국이 실제로 얻는 것은 이미 갖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즉 기존 분쟁 상황과 자국민의 승인 아래 새로운 군사 기술을 무장세력뿐 아니라 민간인에게까지 실전 시험할 수 있는 국가를 계속 보유하게 되는 것뿐이다.

이스라엘의 범죄에 어떤 지원도 안 된다

이 모든 이야기는 결국 다가오는 미국의 대이스라엘 지원 미래 협상으로 다시 이어진다. 이스라엘에 대한 호감도는 급락했고, 이란 전쟁은 이스라엘의 정치적 입지에 대한 불안을 더욱 키웠다. 한때 당연시되던 연례 군사 지원 패키지조차 이제는 논쟁 대상이 됐다. 현재 의회는 여전히 이스라엘에 대한 무제한적인 무기와 자금 지원을 승인하려는 성향이 강하지만, 양당 내부에서 반대가 커지면서 가까운 미래의 지원조차 불확실해지고 있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한때 성역처럼 여겨졌던 미국의 대이스라엘 지원은 이제 더 이상 건드릴 수 없는 영역이 아니다. 그리고 이란 전쟁은 그 관에 마지막 못을 박았을 가능성이 크다.

야들린도 이런 현실을 알고 있다. 그는 <타임스오브이스라엘> 이스라엘이 미국 지원을 받는 기존 모델은 앞으로 어떤 행정부 아래서도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어쩌면 트럼프 행정부 아래서조차 마찬가지일 수 있다따라서 우리는 원조에서 파트너십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관계 기반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원조 방식 대신 이런 합작 투자·파트너십모델로 전환하면 이스라엘 지원 반대 논리 일부를 무력화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논리는 이스라엘이 이미 비교적 부유한 국가이기 때문에 원조가 필요하지 않으며, 원하는 물품은 스스로 구매할 능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이런 구조는 여전히 미국에 실질적 이익을 거의 제공하지 않지만, “일자리를 창출하는 프로그램으로 홍보할 수 있다. 이런 논리는 기존 대이스라엘 원조를 방어할 때도 사용돼왔다. 하지만 기존 무기를 구매하기 위한 지원금보다 신기술개발 공동 사업에 자금이 들어간다고 하면 훨씬 더 수익성 있어 보인다. 기존 무기는 이스라엘이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 판매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워싱턴 D.C.의 친이스라엘 세력 역시 이런 정치 현실을 인식하고 있으며 이미 대응에 나섰다. 친이스라엘·반네타냐후 성향의 이스라엘정책포럼(Israel Policy Forum)은 최근 양국이 공동 생산, 공동 투자, 공동 연구개발 같은 다른 형태의 파트너십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분야도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의 대이스라엘 지원을 형태만 바꾸고 실질은 유지하려는 이스라엘 극우 세력 전략과 정확히 일치한다.

물론 이런 주장들은 모두 피상적이고 허구적이다. 중동이해연구소(IMUE)는 이렇게 지적한다. “이스라엘에 대한 FMF 예산을 줄이거나 없애는 것이 미국 납세자의 대이스라엘 지원을 줄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스라엘과의 무기 공동 개발·공동 생산을 확대하면 결국 미국 납세자는 여전히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 미국 납세자는 주로 이스라엘에 이익이 되는 무기 체계를 개발하는 이스라엘 방산업체에 비용을 지불하는 셈이다.”

그리고 이 모든 논리는 가장 냉혹한 계산, 즉 단순한 손익 계산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공격 능력을 강화하고, 팔레스타인인의 권리를 완전히 부정하는 정책을 뒷받침하며,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그 밖의 지역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군사 기술을 실전 시험하는 이스라엘의 관행이 초래하는 훨씬 더 심각한 인간적 비용까지 고려하면 그 대가는 측정조차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원조가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다. 최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제출한 공동 불승인 결의안(Joint Resolutions of Disapproval)이 제기했듯, 더 중요한 문제는 이스라엘이 집단학살(genocide)을 포함한 가장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데 무기를 사용해왔다는 사실이다. 이스라엘과의 군사 문제에서 어떤 원조도, 어떤 판매도, 어떤 협력도 있어서는 안 된다. 이 원칙을 조금이라도 어기는 순간 우리 모두는 이스라엘 범죄의 공범이 된다.

[출처] The U.S.-Israeli ‘Special Relationship 2.0’ Takes Shape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미첼 플리트닉(Mitchell Plitnick)은 리싱킹 포린 폴리시(ReThinking Foreign Policy) 대표다. 그는 『팔레스타인을 제외하고: 진보 정치의 한계』 (Except for Palestine: The Limits of Progressive Politics)공동 저자이며, 서브스택(Substack)에서 ‘커팅 스루(Cutting Through)’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다. 주소는 mitchellplitnick.substack.com/이다. 과거 중동평화재단 부대표, 브첼렘(B’Tselem) 미국 사무소장, 유대인의 평화를 위한 목소리(Jewish Voice for Peace) 공동대표 등을 지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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