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최저임금제]"한달에 7만원 받고 일해요"

최저임금 이하 노동자들

▲ 미용보조사들 가운데 40% 정도가 월 50만원 이하의 저임금을 받고 있다.

오진아 dodani@kdlpnews.org  이문영 moon@kdlpnews.org
수원의 한 미용실에서 미용보조로 일하고 있는 이진영(가명·26·여)씨의 월급은 60만원이다. 하루 12시간씩 일하는 이씨의 시급은 1천9백원. 정부가 정해놓은 시급 기준 최저임금액인 2천1백원에도 못미치는 금액이다.

이씨의 소원은 “(달력에) 빨간날 쉬어보는 것”. 주말에는 손님이 더 많기 때문에 주중에 하루를 쉰다. 남들 일할 때 쉬고 남들 쉴 때 일하다보니 “쉬는 날이 돼도 만날 친구가 없다.”

“몸이 아프거나 집안에 일이 생겨서 하루를 쉬면 미용재료상을 통해서 미용보조 아르바이트를 써야하는데 그 비용을 제가 물어줘야 해요. 제 일당이 2만원꼴인데 아르바이트 비용으로 3만원을 줘야하니까 아파도 쉴 엄두를 못내죠.”

평등노조가 지난해 서울지역 미용서비스 노동자들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미용보조사들의 40.8%가 월 50만원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님 머리를 감겨주고 청소 등 잡일을 하는, 흔히 ‘스텝’이라고 불리우는 미용보조사들의 경우 월 30만원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

이들중 75.8%가 하루 12시간 이상 일을 하지만 8시간 초과노동에 대한 수당을 지급받는 경우는 11.5%에 불과하다. 연·월차, 생리휴가, 4대 사회보험, 퇴직금 등은 받아본 적조차 없다.

영화 제작 스텝들의 삶도 고단하기는 마찬가지다. 월급제 개념이 없고 영화 한 편당 일정 금액을 받는 시스템이 관행화되어 있는데다가, 그나마 영화 한 편이 끝나고 바로 다음 영화 작업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스텝들의 연평균 소득은 3백37만원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스텝들은 몇백만원씩 카드빚을 지고 있다.

“다른 것 전혀 생각하지 않고 5년 동안 영화만 했다. 그걸 위해 관련 학과 공부도 했고 조감독으로 영화 3편도 만들었다. 그런데 왜 난 지금 술 마실 돈이 없을까.”

영화스텝들의 모임인 ‘비둘기둥지’ 회장 고병철씨의 친구가 술을 마시며 고씨에게 한 말이다. 6년차 스텝인 고씨 자신도 현재 빚이 5백만원이 넘는다. 이번 달부터 한 영화사에서 제작실장으로 일하며 월급을 ‘쟁취해 낸’ 것도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비둘기둥지를 구심점으로 뜻을 모은 스텝들이 내년 노조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일차적인 이유도 저임금해소다. 저임금해소야 말로 스텝들의 생계보장뿐 아니라 한국영화의 질을 높이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현재 전체 임금노동자 중에서 시급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 노동자 수는 82만2천명(6.2%). 이들 중 절대 다수가 임시, 일용직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표 참조). 이들은 저임금의 고통에 더해 각종 휴가, 수당, 퇴직금 등의 혜택도 받지 못한 채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주노동자 현지법인연수생들도 최저임금제의 보호 테두리에서 벗어나 있다. 상황은 최악이다. 월급은 고사하고 2~3만원의 용돈만 받아온 연수생에서부터, 체불임금을 요구했다가 고용주로부터 임금 30%를 받는 대신 전액을 수령했다고 서명할 것을 요구받는 연수생까지 경우도 다양하다.

중국 청도에서 온 26살 고인뢰씨가 받는 임금도 시간당 1천5백원에 불과하다.
“월급은 50만원 정도 된다. 문제는 이중 80%를 회사에서 일괄적으로 떼어 은행에 예치한다며 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기에 기숙사 이용료로 2만원씩 월급에서 공제하고 있다.
결국 내가 받는 월급은 한 달에 7만원에서 9만원 정도다. 중국에서는 가족이 생활비를 보내달라고 계속 연락이 오는데, 정작 내게는 돈이 없으니 답답하다.”

지난 해 10월에는 지급받지 못한 80%의 임금을 돌려달라고 집단적으로 작업 거부를 했다가 오히려 일하지 않은 기간 동안의 기숙사 이용료 명목으로 10만원씩을 떼였다. 그러나 “가족을 생각하면 참는 수밖에 없다”는 그의 작은 소망은 “우리에게도 최저임금제를 적용해 달라”는 것이다.
[ 92호] 6.17 ~ 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