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박정미 woodfish@kdlpnews.org
서울 마포구에 사는 K씨는 원래부터 병원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의약분업 이후로는 더욱 병원에 가기 싫어졌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의약분업을 한 건지 모르겠어요. 국민들 위해서 실시한 정책 아닙니까? 그런데 뭐가 좋아졌는지 도대체 모르겠으니… 저만 모르는겁니까? 아, 그러고보니 의사들은 좋아졌다구 그러더군요.”
비단 K씨만이 아니다. 의약분업 이후로 많은 사람들은 K씨처럼 병원에 가기를 꺼린다고 한다. 왜 그럴까.
‘의사는 진료와 처방을, 약사는 조제와 투약’이라는 직능분업을 전제로 시행된 의약분업은 어느 정도 국민의 생활 속에 자리잡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길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의 얘기들 속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활화산처럼 의약분업에 대한 커다란 불만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그 불만의 소리들을 들어보자.
“약값이 싸면 뭐해요? 병원치료비는 비싸져서 결국 예전보다 훨씬 돈이 많이 드는걸.”
“병원 건물에 약국이 있는 경우는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 얼마나 귀찮아요. 그래서 종종 그냥 병원치료만 받고 약은 먹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전 귀가 아파서 병원에 갔었는데, 무슨 원적외선 치료인지를 하라더라구요. 그냥 좋다구 하라구. 그런데 돈 낼 때 보니까 그 치료는 값을 따로 받더라구요. 기본 치료비 다 합친 것보다도 훨씬 비싼 것을. 왜 진작 치료비를 따로 받는다는 걸 말해주지 않았냐고 따지려다가 그냥 바쁘고 귀찮아서 와 버렸어요. 그런데 생각할수록 사기 당한 기분이잖아요.”
“월급에서 건강보험료라고 원천 징수된 세금 명세서를 받아 볼 때마다 얼마나 화가 나는지 몰라요. 난 의약분업 이전에도 별로 병원에 안 갔었지만 이후로는 한 번도 안 갔단 말이에요. 그런데 건강보험재정 적자가 파산지경이라면서요? 나 원 참.”
모든 제도는 정착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이다. 그러나 의약분업의 경우는 2년이란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시행착오 과정에 있는 듯하다.
[ 97호] 7.22 ~ 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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