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기획:문화교육⑤]문화교육실천사례:시각미술교육

[문화사회 편집자 주] 문화사회는 창간 특별기획으로 문화연대가 준비하고 있는 문화교육운동의 제기배경과 이념, 실천사례들 그리고 외국사례 등 문화교육운동의 쟁점들을 심층 기획하여 연재합니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1. 문화교육운동 제기 배경과 이념
2. 정부 교육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3. 문화교육운동의 활동방향
4. 문화교육 교과과정 모델 방향
5. 문화교육 실천사례들
① 시각미술교육 ②문학언어교육 ③ 미디어교육
④ 음악교육 ⑤ 연행교육 ⑥ 공공문화시설 연계 교육
⑦ 가정에서의 문화교육 ⑧ 대안교육에서의 문화교육
6. 문화교육위원회 사업제안
7. 외국의 문화교육
① 프랑스 ② 캐나다 ③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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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의 시각문화(미술)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대부분 우리 학생들은 미술시간에 그림 그리는 것을 어려워하고 힘들어한다. 그 옛날 어린 시절 제멋대로 쓱쓱 그려대던 그 자신 만만한 패기는 다 어디로 가고, 이제는 그림 한 장 그리면서 남의 눈치를 살피거나 주눅들어 하는가. 우리들이 이렇게까지 그림 그리는 것을 어려워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것은 우리들이 그림을 잘못 이해한 것에서 비롯된다. 흔히 우리들은 좋은 그림이란 '남이 보기에도 솜씨 좋게 잘 그려낸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자기 그림이 닮게 그려지지 않았다고 여기면 부끄러워하고 그림을 감추려고 한다. 나아가 '자기의 그림이 틀렸다'라고 단정하기도 한다. 그림이 서투르게 그려지면 '미술은 손재주가 많은 사람이나 하는 것'이라 판단하고 자신은 소질이 없다며 미술 세계에서 멀찍이 물러나 앉는다. 놀랍게도 우리 나라의 많은 친구들은 미술을 이렇게 인식하고 배워왔다. 그러니 어찌 그림을 다양하고 재미있게 만들어 가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우리는 예술가가 되기 위해서 미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한 나라의 모든 학생들이 미술가가 된다면 미술이외의 수많은 일들은 누가 할까? 우리는 어떻게 미술을 배워야 하는가. 우리들은 어릴 때 말과 글을 배우고 쓰면서 사물과 세상을 하나씩 배워나갔다. 말이 정확하지 않아서 웃음을 자아냈을지라도 우리들은 '말'로서 세상 읽기를 시작하였다. 그림도 이와 같이 자기를 표현하고 세상을 배워 가는 하나의 언어인 것이다. 어릴 때 우리가 그렸던 그림을 떠올려보자. 그림은 손가는 대로 그려도 되는 재미있는 놀이였으며, 그렇게 자기 나름대로 사물을 익혀갔고, 친구들의 다양한 그림도 그 빛깔 그대로 자연스레 받아들였다. 미술은 이렇게 우리들이 세상을 읽어 가려는 하나의 몸짓인 것이다.

우리가 미술을 배우는 이유는 사물과 동·식물 그리고 사람들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세상의 여러 모습을 그림으로 찾아내고 질서를 발견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그러한 그림들은 사람이나 지역, 시대, 재료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는 다양성도 함께 배우기 위함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만들어낸 수많은 미술은 제 나름의 삶을 담고 있으며, 제각기 다른 자기의 빛깔을 지니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다양한 세계의 미술은 자기의 생각과 다르게 그려진 남의 그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을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다. 우리가 남의 그림을 있는 그대로 존중할 수 있게 되면, 자신의 그림 역시 다른 사람들도 존중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그러면 나아가 자신의 그림 솜씨가 비록 서툴고 부족할 지라도 남의 눈치보지 않고 마음껏 표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게 된다. 이 생각은 우리를 자유롭게 만든다. 그림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면서 느낀 것은, 미술이 어느덧 우리의 삶과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미술을 어려워했고 심지어는 두려워했다. 우리의 생활에서 자연스레 만나고 자연스레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미술일텐데 어느 때부터 이렇게 변한 것일까. 사실 돌이켜 보면 지금까지 미술교육을 받아온 우리 어른들도 미술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우리 어른들이 살아가면서 미술 문화를 얼마나 어려워하고 멀리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쉽게 확인이 된다. 우리 어른들은 전시장에 들러 미술품 관람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있으며 미술가를 특수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미술은 당연히 우리의 삶으로부터 비롯된다. 식물을 키우거나 동물을 길러본 사람이 생각하고, 느끼는 세계는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과는 다르다. 어떤 일을 경험한 사람은 그 경험으로 세상을 인식하며, 그 인식은 다시 자기 표현을 불러일으킨다. 이렇게 경험과 인식, 느낌과 표현의 과정을 되풀이하며 세상 읽기를 하다보면, 자기 나름의 언어로 세계를 바라보는 견해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 견해는 물론 주관의 영역에서 객관의 영역으로까지 변화 발전해 가는데, 미술교육을 통해 느낌과 표현이 풍부한 사람은 세상을 자기 언어로 볼 수 있어서 자유롭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이 엮어 가는 사회는 문화가 풍요로우며 나아가 산업 경쟁력 강하다.

미술은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 미술은 주어진 문제를 자기 스스로 제각기 다양한 방법으로 풀어 가는 창의적인 활동이다. 미술시간의 창의성은 문제(주제)파악하기, 자기 방식으로 풀어가기, 형태나 색을 나름대로 쓰기, 재료 활용하기, 미술 읽기의 모든 과정에 걸쳐 요구되며, 이 중에 한 두 가지가 해당되면 그 분야에서는 '창의적인 표현'이 이루어진 것이다. 미술은 이렇게 여러 과정에 걸쳐 이루어지는 활동에서 자기가 주인이 되어 새롭고 다양한 방법을 배우는 시간이다.

우리는 미술작품이라고 얘기하면 뛰어난 화가들의 작품만을 떠올린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미술 문화는 옛날의 전통적인 미술만을 뜻하지 않는다. 사실 우리에게는 어릴 때부터 보아온 그림 책, 사진, 만화, 광고, 영상 따위의 시각 매체가 우리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사실을 외면한 채, 미술시간 만큼은 화가처럼 그려야한다고 가르치고 배우고 있다. 현실과 우리가 인식하는 미술이 어긋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의 미술교육은 앞으로 사진, 어린이 책 그림, 영화 따위의 여러 가지 미술 문화 자료를 많이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오히려 미술공부에 더 효과적이라고 여겨진다. 그리고 실제 생활에서 만나는 자료들이 학생들과 더 친숙하며 그들이 그려 가는 그림과 가깝다.

이 지구상에 나타난 갖가지 동식물들이 제각기 환경에 적응하기 위하여 진화를 거듭해서 지금의 수많은 종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환경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참으로 지대하다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대의 도시문명이 만들어낸 인공 환경이 우리 사람들의 삶에 매일같이 영향을 주고 있지만, 우리의 학교에서는 이러한 환경을 정확히 읽고 건강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지 못하다. 그 환경 읽기 가운데 시각적인 영역의 역할은 미술교육이 담당해야 할 몫이다. 이제 우리는 미술 본래의 자리를 찾아가야 한다. 우리는 미술을 바르게 이해하고, 자신 있게 표현하고, 생활 속에서 만나야 한다. 전통적인 미술작품에서부터 현대의 다양한 시각문화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미술교육이 담당해야할 영역은 넓고 다양하다. 기존의 기능중심의 내용을 넘고, 회화, 조소, 디자인의 장르를 넘고, 필요하다면 교과의 영역까지 넘어서 학생들의 건강한 삶을 꾸려갈 수 있는 내용과 방법을 모색할 때가 되었다. 아니 너무 늦었다.

조중현(전국미술교과모임 전 회장, 오남중학교 미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