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포항시·언론의 '노조 죽이기' 삼박자

'파업 파괴' 계획 담긴 포스코 문건 공개돼

포항지역건설노조의 파업과 관련, 포스코가 건설노조의 파업을 무력화하고 노동조합에 불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담은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포스코, 언론 이용해 우호 여론 형성

포스코는 지난 7일 작성한 '건설노조 파업 동향 및 대응 관련 보고서'에서 "7월 12일 이전까지 (포스코에 우호적인) 공감대 형성 및 노조 명분 약화 활동"이라는 제목으로 △전문건설협의회, 파업부당성에 대한 성명서 지역 조간신문에 게재 △사설, 기고문, 기자수첩 등을 통한 우호 여론 형성 △불법행위 고소고발 △지역 사회단체, 건설노조에게 자숙과 상생을 호소하는 성명서 발표 후 상황에 따라 지역단체별로 파업철회 요구활동 실시 등의 계획을 명시하고 날짜까지 못박았다.

포스코의 이 문건대로, 전문건설협회는 성명서를 정해진 날짜에 발표했고 포항지역 언론사들은 해당 날짜에 사설, 기고문, 기자수첩 등을 실었다. 심지어 사설 제목조차 포스코 측이 작성한 "포항건설노조 파업 이대로는 안된다"라고 그대로 다는 등 포스코와 지역 언론간의 관계를 짐작케 한다.

  12일 경찰이 동석한 포스코 사측과의 면담에서 "건설노조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 박승호 포항시장. 21일 포항시청을 방문한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를 맞이하고 있다./참세상 자료사진

박승호 포항시장, "건설노조에 본때를 보여줘라"

한편 포스코의 이같은 노조 파괴 작업에 박승호 포항시장을 비롯한 포항지역 내 유력인사들이 동참한 것으로 밝혀져 더욱 충격적이다.

포스코 내부 문건에 따르면, 박승호 포항시장은 장성환 포스코 섭외부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얘기를 듣고보니 건설노조의 임금수준과 근로조건의 우위성을 이해하겠다, 그 사람들은 자기들이 일용직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데, 시청 일용직들도 일요일 유급휴일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포스코 섭외부 지역협력팀이 작성한 이 문건에는 12일에 박승호 포항시장과 포스코 측 인사(장성환 섭외부장, 한재기 팀리더)들이 면담한 것으로 돼 있으며, 이 면담에 합석한 최진호 포항북부경찰서 경사가 이 자리를 주선한 것으로 밝히고 있어 경찰의 개입까지 밝혀졌다.

아울러 박승호 시장은 "어려운 경제상황에 파업과 불법투쟁은 있을 수 없으며, 포스코의 파업 근절 의지에 공감한다, 본때를 보이고 과감하게 나가라"고까지 주문했다.

게다가 이병석 한나라당 의원은 13일에 상경해 청와대나 경찰청 등 상급기관에 '공권력 투입을 촉구하는 건의서'를 발송하기로 되어 있으며, 김희성 철강관리공단 이사장이 같은날 권재진 대구지검장에게 "불법행위자들을 단호히 처벌해 달라"고 촉구하기로 하는 등 포스코와의 약속(?)이 명시돼 있다.

노조는 초대받지 못한 '파업 대책회의'

박승호 포항시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13일 오후 4시 포항시청에서 '노사분규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는 노동조합 관계자는 단 한 명도 없었으며 노동부와 지역 경제계 인사, 지역 언론사 사장 등이 참석했다.

노동부 포항지청장, 포항상공회의소 소장, 철강공단 이사장, 포항KBS 대표 등이 참석한 이 '대책회의'에서 박승호 시장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사태 조기해결에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는 내용이 지역 언론에 버젓이 실려 있기도 하다.

포스코의 '노조 죽이기' 계획에 정부와 포항시, 해당 언론사들이 적극 동참한 증거가 속속 드러남에 따라, 정부-자본-언론의 부적절한 행보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