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공무원노조 농성장 침탈, 6명 한때 연행

권승복 공무원노조 위원장 단식농성 돌입

권승복 공무원노조 위원장이 '공무원노조 탄압 중단'과 '이용섭 행자부장관 퇴진'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경찰은 전국공무원노조가 권승복 위원장의 단식농성 돌입과 함께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하려 하자, 즉시 난입해 농성 물품을 부수고 공무원노조 간부 6명을 연행하는 등 물의를 빚었다.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민중연대, 전농, 전빈련, 민변 등 20여 개 단체로 이뤄진 '공무원노조 탄압분쇄를 위한 비상공동대책위원회'는 12일 오전 11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무원노조 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12일 개최된 '공무원노조탄압분쇄를 위한 비상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이정원 기자

  이정원 기자

공대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노무현 정부와 이용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온 나라의 총체적 부패와 속속 드러나고 있는 자치단체장의 부정선거, 부정부패에 대한 어떠한 개혁 의지도 없이 오히려 공직사회 개혁을 아래로부터 실천하고 있는 공무원노조에 대해 설립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노동조합을 없애려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공무원노조 탄압분쇄 투쟁을 지지하며 공무원노조 사수에 전 시민노동단체가 함께 하여 적극 연대할 것"이라 밝혔다.

최근 행자부는 노조탄압 실적이 높은 자치단체장에게 국민의 세금으로 수십억 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고 발표하거나, 경기도청지부 및 경남본부 사무실을 강제폐쇄하는 등 탄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에 공무원노조는 지난 9일 창원에서 7천여 명의 조합원들이 모인 가운데 결의대회를 열어 지도부 삭발, 위원장 단식농성 등 투쟁 수위 강화 결의를 밝힌 바 있다.

권승복 위원장은 단식투쟁에 들어가면서 "이제 더이상 물러설 수 없다. 전국 14만 조합원은 오늘부터 2002년 감격에 겨워 설립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사수하는 투쟁에 전면적으로 나서 90만 공무원노동자의 권리를 반드시 지킬 것"이라 선언했다.

경찰, 공무원노조 농성장 침탈해 6명 연행

기자회견을 마친 공대위와 공무원노조 간부들이 열린시민공원으로 이동해 천막을 설치하려 했으나, 경찰병력이 들이닥쳐 천막을 빼앗고 스티로폼과 깔개 등 농성 물품을 무참히 짓밟아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경찰은 이에 그치지 않고 항의하는 김정수 사무총장 등 공무원노조 간부 6명을 연행해 경찰버스에 가두기도 했다.

  농성장 침탈에 항의하는 공무원노조 간부를 경찰이 사지를 들어 연행하고 있다. [출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농성장이 경찰에 의해 완전히 부수어진 후, 연행에서 풀려난 간부들이 약식 집회를 갖고 있다./이정원 기자

30여 분 후에 풀려난 간부들은 난장판이 된 농성장 앞에서 약식집회를 갖고 천막농성 대신 노숙농성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김정수 공무원노조 사무총장은 "이제 경찰 침탈이 일상생활처럼 돼버렸다"며 "천막은 또 칠 수 있다, 해볼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고 조합원들을 격려했다.

권승복 위원장은 예정대로 단식농성을 시작했으며, 공무원노조 간부들은 열린시민공원에서 노숙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박석운 민중연대 집행위원장과 진영옥 민주노총 부위원장을 공동집행위원장으로 정한 공대위는 향후 △지역별 공대위 구성 △국무총리 및 행자부장관 항의방문 △이용섭 행자부장관 퇴진 대국민 서명운동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