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치 혁신, 선거연합이냐 집권플랜이냐

민주노동당-한국사회당 진보대연합 토론회 열려

민주노동당과 한국사회당이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보대연합 추진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 7월 초 대표회담에 이어 두 번째로 양당 지도부가 모여 진보대연합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를 진행하는 자리였다.

양당은 올해 대선에서 진보정당의 역할 제시와 진보정치 혁신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실현 방식에 있어서는 의견 차를 드러냈다. 진보대연합의 청사진으로 올해 대선에서 선거연합과 연석회의 구성을 제안하는 민주노동당과 2017년 집권을 위한 프로그램 마련을 위한 장기적인 토론을 진행하자는 한국사회당의 시선이 엇갈렸다.

이날 민주노동당에서는 진보대연합실현을위한특별위원회(진보대연합특위)의 김성진 위원장과 소속 위원인 정종권 서울시당 위원장, 김인식 중구 위원장, 오동진 민주노총 정치국장이 참석했고 한국사회당에서는 금민 대표, 안효상 부대표, 오준호 서울시당 위원장, 최광은 대변인이 자리에 나왔다.



“지금 아니면 안 된다”와 “지금부터 하자”의 엇박

민주노동당이 제안하는 진보대연합은 올해 대선에서 ‘비노 반노(비민주노동당 반노무현)’세력과 정책연합, 선거연합을 통한 후보단일화, 통합진보신당 창당 등의 방안을 함께 논의하자는 것이다.

정종권 서울시당 위원장은 “2007년 대선은 자본의 정치와 노동자민중의 배제가 심화되고 신자유주의가 가속화된 지난 20년에서 새로운 역사를 창출할 계기가 되어야 하며,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과 한국사회당은 그에 대한 대답을 해야 한다”고 진보대연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 “반한나라당 연합, 범여권 비판적 지지의 길을 걷지 않는 진보대연합은 진보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진보정치운동 혁신과 재편의 계기이자, 강한 자극의 의미”라고 전했다.

금민 한국사회당 대표는 “진보정치 혁신과 진보대연합의 목적은 내부세력 재편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대안세력으로 인정받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며 “현재 정세 인식에 대한 공통분모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진보적 미래 비전인 ‘2017년 집권 플랜’을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효상 부대표도 “진보정치 혁신이라는 것이 갑자기 도를 닦아 되는 것도 아니고, 대선 총선을 넘어서는 논의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며 인식 차를 드러냈다. 이어 “진보대연합 논의는 장기적인 활동을 위한 디딤돌을 놓는 의미”라며 “정책연합을 위한 연석회의보다는 좀 더 일반적이고 깊이 있는 토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종권 위원장은 “민주노동당 내에서 가장 식상한 담론이 혁신이다. 혁신을 위해서는 실행이 돼야 한다”며 “혁신의 첫걸음은 진보대연합이다. 그게 아니라 무슨 혁신하자 하면 경험상 잘 안 되더라”고 잘라 말했다.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방침 다시 도마 위로

진보진영 내 고전적 논쟁점인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 배타적 지지방침도 다시 화두가 됐다. 논쟁은 최광은 대변인이 “진보대연합은 진보정치 혁신뿐만 아니라 대중운동 혁신과 대중운동과 진보정치 사이의 소통 증대로 논의가 확장되어야 한다”며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정치방침이 진보대연합 논의 과정에서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한다”고 제기한 데서 시작됐다.

오동진 정치국장은 “2000년 민주노동당 창립 당시 한국사회에서 진보정당은 대중조직 없이 기반 마련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고, 민주노동당이 적어도 제도정당으로서의 진보정당 역할을 하기 전까지 지지방침을 바꾸기가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조합원의 과반수가 민주노동당을 지지하지 않는 실상인데, 진보정치 제반 세력으로 지지방침을 확대하자고 하면 대의원대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진보세력이 연합전선을 펴서 노동대중의 정치의식을 강화해야 한다. 진보대연합이 되면 노동현장 내 일상적 정치활동이 가능하지 않겠냐”고 운을 띄웠다.

한국사회당 측은 현실적 상황에 따른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에 대해 수긍하면서도 문제의식을 분명히 했다. 최광은 대변인은 “정당은 대중운동 조직의 요구를 뛰어넘는 사회 보편적 주제에 대해 주장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자신을 지지하는 대중조직의 눈치를 보느라 이들의 요구를 넘어서는 것에 대해 발언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었다”며 “새로운 진보정치는 이를 타파해야 한다는 점을 핵심적으로 지적하고 싶다”고 말했다.

“진보대연합 잘 안 되고 있다”

연합 대상인 좌파진영의 호응을 얻어내지 못하면서 답보 상태인 진보대연합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솔직한 자기고백과 조급한 설득이 겹쳤다.

정종권 위원장은 진보대연합 추진이 “잘 안 되고 있다”며 “당 지도부와 진보대연합특위의 능력 부족, 당원들의 이견과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점 등 내부 요인도 있지만, 민주노동당이 발견하지 못하는 공백을 지적하고 호응하는 외부세력 지지가 없는 점은 아쉽다”고 전했다.

정종권 위원장은 “진보진영의 전체 파이를 키우자는 논리가 당내에서도 여전히 존재한다”며 “이를 돌파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김인식 중구 위원장은 “열린우리당 분열에 기대를 걸고 범여권 일부 정치인과의 연합을 꾀하던 진보대연합 추진 흐름이 당내 실제로 있었다”며 “정치인들의 한미FTA 반대 단식이 있었지만 절연까지 나타나지 않자 진보대연합에 대한 관심도 떨어지게 된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김인식 위원장은 “민주노동당과 한국사회당의 진보소통합에 그친다면 당대회에서 불발될 게 뻔하다”며 “민주노동당과 한국사회당이 공통으로 진보대연합을 천명하며 양당이 함께 진보정치 세력에 제안하고 나서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