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후 다시 추운 겨울. "이 투쟁으로 봄은 맞지 않겠다."

한국통신 계약직 총파업 투쟁이 13일 꼭 1년이 되었다. 이들은 송파전화국 앞에서 총력 결의대회를 열었다[사진-copyleft참세상뉴스 이진숙]

2000년 12월13일 "총파업 출정식"
12월18일 "본사 기습침투농성"

2001년 1월15일 "집회도중 쓰러진 이동구 동지"
3월8일-11일 "비정규직연대 순회투쟁"
3월14일 "본사앞 집중집회"
3월29일 "목동 전화국 점거 투쟁"
5월16일 "한승훈 동지 사망"
5월24일 "한통 노동자 집중집회"
6월30일 "파업투쟁 200일 문화제"
10월31일 "국회 본회의장에 울려 퍼진 절규"
11월29일 "홍준표 위원장 강릉교도소 이감"
12월13일 "파업투쟁 1주년 총력 결의 대회"

한국통신 계약직 투쟁이 1년째를 맞았다. 작년 12월13일 총파업 출정식으로 시작해 10월 31일 국회 본회의장 투쟁까지 할 수 있는 선도적인 투쟁은 안 해 본 것이 없을 정도다. 그렇게 맞은 또 다른 해의 12월 13일은 기념일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결의를 내오는 날이었다.

한통 계약직 1주년 총력 결의대회는 전날 내린 비로 인해 갑자기 추워진 겨울의 문턱에서 승리를 결의하는 자리였다. 그리고 그 어느 때 보다 한통 계약직 노동조합의 상징 뒷구호 '죽여, 밟아, 묻어, 씨발, 개새끼들!' 이 힘차게 울려 퍼졌다.


지난 13일 잠실동 송파전화국 앞에서 ‘한국통신계약직노조 파업투쟁 1주년 총력투쟁 결의대회’가 열렸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한국통신계약직 노동자들을 비롯해 사회보험노조, 린나이코리아노조, 시그네틱스, 평등노조, 인사이트코리아 등 5백여명의 노동자, 학생들이 참여해 ‘비정규직 철폐’를 촉구하고 ‘정규직화 쟁취’를 결의했다.

한국통신계약직노조 노동자들은 구조조정의 빌미로 자행된 7천여명의 계약직노동자 대량해고에 맞서 지난해 12월 13일 '비정규직 철폐와 정규직쟁취'를 위한 총파업에 돌입했고, 목동전화국 점거, 국회 본 회의장 진입 투쟁 등 선도적인 투쟁과 매일 매일의 집회, 타 비정규 투쟁사업장과의 연대 등 가열찬 투쟁을 전개해 왔다.

한통계약직노조 고철윤 상황실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한국통신 계약직노동자들은 4대 보험도 상여금도 없이 열심히 일해 왔다. 그런데 한국통신은 고작 83만원의 임금을 지급하고 구조조정이란 미명아래 7천여명의 계약직 노동자들을 해고했다”며 “우리의 투쟁은 한통계약직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계약직 노동자들과 언제 계약직으로, 해고노동자로 내몰릴지 모르는 이 땅의 모든 노동자의 일이다”며 “승리하는 그날까지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쟁취를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라고 말했다.

공공연맹 양경규 위원장은 격려사에서 “오늘 한통계약직 1년의 집회는 수 만명이 모인 대규모 집회는 아니지만 한국 비정규직 노동운동사에 한 획을 긋는 투쟁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라며 “한통계약직 노동자들의 1년간의 투쟁은 계약직노동운동의 선봉이었고, 투쟁의 원동력을 만들어 냈다”며 한통계약직 투쟁을 지지했다.

방송사 비정규직노조 위원장은 이날 연대 발언에서 “노동자는 세상이다. 비정규직을 철폐하라”고 외치며 파견법 철폐, 비벙규직 철폐를 위한 힘찬 연대투쟁을 촉구했고 사회보험노조, 린나이노조, 방송사 비정규직노조 등의 투쟁사업장의 연대발언도 이어졌다.

또한 한국통신계약직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서를 발표하고 “계약직노조의 투쟁이 힘들게 진행됐지만 실천적으로 투쟁하고자 하는 마음은 1년이 지난 지금에도 변함이 없다”며 “우리의 요구는 오직 정규직화다. 이것을 현실로 만들지 않는 이상 계약직노조의 투쟁은 물러설 수 없다. 앞으로 또 한번 죽음을 요구하는 시련이 닥치더라도 우리는 죽기를 각오하고 투쟁 할 것”이라며 앞으로의 투쟁을 결의했다.

“투쟁할 수 밖에 없다면 끝까지 싸울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이날 집회에 참여한 한통계약직 노동자 이창기씨는 “일년 동안 투쟁해 오면서 많이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함께 해온 동지들이 너무나 장하고 자랑스럽다. 정부는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노동자가 파업을 할 수 밖에 없도록 강제해왔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한통 계약직의 노동자는 1년여 간의 투쟁에 대해 한 말씀 해달라는 물음에 “말이 뭐 필요합니까? 투쟁하는 모습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투쟁 할 수 밖에 없다면 끝까지 싸울 수 밖에 없지 않느냐”며 반문한다.

사회보험노조 서울본부 부본부장 박종문씨는 “1년여간의 한통계약직 투쟁에 많이 결합하지는 못했지만 한통계약직 노조의 투쟁은 선도적 투쟁으로 남을 것”이라며 “사회보험노조의 경우 단체협상이 결렬됐는데, 노동자가 단체협상을 할 수 없고, 노조활동을 할 수 없다면 노동자가 살길은 없다” 고 말했다. 자동차 운전학원노조의 한 노조원도 “한통계약직 노동자들의 싸움은 ‘목숨을 걸고 하는 투쟁’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 노동자들이 하나가 되어 연대해야 한다”며 한통 계약직 노조의 투쟁을 지지했다.

각 노동·사회단체 지지 성명 발표해
한편 이날 공공현장연대모임, 사회진보연대 등 각 노동 사회단체들은 한통계약직노조의 1년의 투쟁을 지지하는 성명을 잇달아 발표했다.

사회진보연대는 “한통계약직 노동자들은 정규직과 동일한 노동을 하면서도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평균 85만원의 임금을 받으며 일상적인 해고의 위협 속에 갖은 차별대우에 노출된 삶 이었다”고 지적하고 “정부의 구조조정 압력에 의해 촉발된 한통 계약직 노동자 대량해고는 수량적인 구조조정의 성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인력마저도 도급으로 대치시키면서 더 많은 비용을 통신요금으로 국민들에게 전가시켜 왔다”며 구조조정의 본질은 노동의 불안정화에 기반한‘노동자 죽이기’라고 비판했다.

민중복지연대도“지난 1년간 한국통신계약직노조의 투쟁은 단순한 한 단위노조의 투쟁이 아닌 자본과 권력에 의해 진행되는 신자유주의에 맞선 선봉투쟁이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확산시킨 중요한 투쟁이었다”고 평가하며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철도, 가스, 발전설비 등의 공기업 민영화도 결국 민중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지만 자본과 권력집단의 뱃속만 더욱 두둑하게 만드는 행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15일 명동서 대국민 선전 및 집중집회 열 것
한편 문화마당에는 젠, 최도은, 류금신씨 등이 문화마당에 참여해‘단결투쟁가’,‘민들레’ 등의 투쟁가를 부르며 노동자들의 투쟁의 의지를 북돋았다. 이날 집회 마지막 순서로는 '비정규직 철폐’,‘김대중정권 퇴진’적은 플랜카드를 풍선에 매달아 하늘로 뛰어 보냈고, 참여한 5백여명의 노동자들도 각자의 소원을 쓴 풍선을 하늘 높이 날렸다.

한편 한통계약직노조는 이날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Cyber시위를 전개했으며, 오는 15일 명동 한빛은행 사거리에서 집중 집회와 스티커 설문, 비디오 상영 등의 대국민 선전전과 20M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이진숙기자 kokoree@jin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