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편집자주] 스포츠는 언제나 국민화합을 위한 중요한 계기이자 국위선양의 통로였습니다. 2002년 월드컵을 맞아 정부는 체육정책을 운운하고 스포츠 강국을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즐기는 스포츠가 과연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인지 의심스럽습니다. 현재 스포츠는 정부의 잘못된 문화체육정책으로 인해 국가주의, 자본주의와 맞물려 왜곡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화사회>는 7차례의 기획연재기사를 통해 문화체육정책의 현실과 문제점들을 살펴볼 것입니다.
기획연재시리즈 : 문화체육
1. 스포츠 : 아직도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2. 생활체육의 활성화: 잊혀진 약속?
3. 스포츠 망치는 금메달 지상주의: 땀과 수고와 보람에는 색깔이 없습니다.
4. 국가대표선수에게 미래는 없다!?
5. 골프:개발도상국 대중스포츠
6. 도박공화국
7. 월드컵, 그렇게 좋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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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개발도상국 대중스포츠
국민의 정부가 추진하는 생활체육 활성화가 과연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그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사례 중 하나가 바로 생활체육 활성화 차원에서 벌이는 골프의 대중화이다. 골프대중화는 1999년 전국체전 개막식에서 대통령이 천명한 이후 꾸준하게 정부의 지원을 받아오다가 2001년에는 급기야 문화관광부의 주요사업 중 하나로 책정되었다.
사실 골프는 국민의 정부 들어 확장일로에 있다. 철골구조물의 위용을 자랑하며 도심이고 어디고를 가리지 않고 들어서는 골프연습장은 2000년 1786곳으로 십 년 전에 비해 일곱 배 가량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골프장 수는 2001년 260개에 달한다. 그런데 그 해 문을 열게 된 골프장 수만 17곳이라는데 이는 역대 최다라고 한다. 어느 통계조사에 의하면 2000년 말에는 전체인구(4700만 기준)의 5.1%인 239만 7,000명이 골프를 할 것으로 분석됐다. 다르게 표현하면 우리나라 국민 19.6명당 1명꼴로 골프를 하는 셈이다.
퍼블릭 골프장에 한한 것이지만 세제감면혜택까지 뒤를 이어 99년 12월 특소세가 폐지되었다. 골프가 이제 대한민국에서는 사치스런 여가활동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바로 며칠 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이제 고작 세계에서 54번째라는 기사를 접했는데... 특소세 폐지는 프라이빗 골프장에까지 확대될 조짐이다. 골프 치기보다 테니스 치기가 더 어려운 마당에, 배드민턴도, 탁구도 즐길 장소가 주변에 보이지 않는 마당에 극히 상층계급의 전유물인 골프는 재경부, 행자부까지 동원되어 조직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듣기로는 부킹이 안 될 정도로 골프장에 이미 인간들이 넘쳐난다는데 요금까지 깎아줘서 도대체 무엇을 어쩌겠다는 것인가? 헤아리기 힘든 공무원들의 심중, 정말 궁금할 뿐이다.
골프는 우리의 여러 가지 형편상 대중스포츠가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른바 선진국이라는 미국과 비교를 해보자. 거기엔 한번 골프를 즐기는데 20달러면 족한 퍼블릭 골프장들이 어디에나 많이 (정말 많이) 있다. 우리나라 퍼블릭 골프장은 최소 60달러(7만 2천원). 여기에 식당에서 먹게 되는 8천원짜리 된장찌개와 라운딩 하다가 또 어쩔 수 없이(?) 먹게 되는 5천원짜리 자장면(그 맛으로는 골프장 밖에서는 도저히 팔릴 수 없다.) 요금은 포함되지 않았다. 프라이빗 골프장으로 가면? 아무 것도 안 먹고도 130달러(15만 6천원)쯤 든다. 그러나 폼 잡으러 가서 남들 다 먹는데 안 먹을 수 없으니 이래저래 건더기 먹고 무슨 물 마시고 하면 주중에도 20만원 내놓고 와야한다. 그렇다면 골프인들의 경기자세는? 이것 역시 비교가 안 된다. 미국 사람들은 정말 골프라는 운동을 즐긴다. 연장 탓하는 법 없고, 서로 예의 잘 지키고, 돈내기 같은 추접한 짓 하는 법 없고... 한국사람? 클럽 자랑, 옷 자랑, 자동차 자랑의 기회가 골프요, 화투가 지겨우니 야외에서 하는 도박이 골프요, 외국 나가 같은 민족끼리 하면서도 주먹질로 나라망신 시키는 게 골프다.
이렇듯 국가가 골프라는 운동을 여가활동으로 제공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보나, 골프를 즐기는 국민들의 의식수준으로 보나 골프의 대중화는 당치도 않은 소리이다. 우리나라에서 골프는 과시적 소비의 극단적 예이다. 어느 나라 사람처럼 골프를 운동 그 자체로 즐기는 이는 찾기가 힘들뿐더러 우리나라 사람들은 연장 탓만 하는 이유로 해서 고가 골프채의 수입만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경제나 사회정서, 그 어느 쪽에도 도움이 안 되는 스포츠다. 환경을 무자비하게 파괴하고 해당 지역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붕괴시킨다는 역기능은 깊이 있게 다루어야할 또 다른 문제이다.
생활체육의 효시인 Sport for All은 1970년대 중반 유럽에서 시작되었다. 이는 민주주의에 기반한 평등사회를 이루려는 사회운동의 하나로서 스포츠도 대중이 누려야할 하나의 권리인 것이다. 마르크스의 사위로 프랑스 공산당 창설을 주도했으며,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한 인물 중 하나인 Lafargue도 그의 유명한 글 "Right to Leisure"에서 노동자의 한가로울 수 있는 권리,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권리를 선언하고 있다. 이렇듯 생활체육은 일반 대중, 노동자의 권리이다. 생활체육의 활성화를 내세우면서 부유층의 놀이터 (또는 도박판) 만드는 데 국력을 동원한다면 이처럼 열 오를 일도 없을 것이다. 상층계급을 제외한 국민들이 아직도 그들 일상에서 번듯한 시설에서 체육활동을 즐기는 데 어려움이 많은 상황에서 과시하기 좋아하는 상류층만의 스포츠인 골프에 대한 지원은 곤란하다. 퍼블릭 골프장에서 폐지한 특소세를 부활하고, 프라이빗 골프장의 특소세는 더 인상하여 그 적립금으로 대중의 일상생활 주변에 생활체육시설을 확충해야 할 것이다.
정희준(동아대 체육대학 체육학부 교수) chunghj@daunet.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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