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정책과 문화사회⑥] 도박공화국

[문화사회 편집자주] 스포츠는 언제나 국민화합을 위한 중요한 계기이자 국위선양의 통로였습니다. 2002년 월드컵을 맞아 정부는 체육정책을 운운하고 스포츠 강국을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즐기는 스포츠가 과연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인지 의심스럽습니다. 현재 스포츠는 정부의 잘못된 문화체육정책으로 인해 국가주의, 자본주의와 맞물려 왜곡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화사회]는 7차례의 기획연재기사를 통해 문화체육정책의 현실과 문제점들을 살펴볼 것입니다.


기획연재시리즈 : 문화체육
1. 스포츠 : 아직도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2. 생활체육의 활성화: 잊혀진 약속?
3. 스포츠 망치는 금메달 지상주의: 땀과 수고와 보람에는 색깔이 없습니다.
4. 국가대표선수에게 미래는 없다!?
5. 골프:개발도상국 대중스포츠
6. 도박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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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공화국

국민의 정부 체육관련정책의 난맥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부분은 바로 사행성 여가활동의 비약적 발전이다. 체육은 바로 이 도박산업분야에서 맹활약하며 산업전반을 이끌고 있다. 2000년 경마, 경륜, 카지노, 복권 등 사행성 오락산업의 시장규모는 전체 레저시장규모 14조 8851억원의 41.4%에 해당하는 6조 1571억원으로 나타났고, 사행산업의 전년대비 성장률은 45.8%로 전체 레저산업 성장률 14.8%보다 세배 이상의 성장률을 보인다. 부문별 매출액과 참가인원을 보면 경마가 4조 4390억원에 1160만명, 경륜이 1조 2243억원에 354만명, 2000년 10월 개장해 운영한지 석달이 채 안된 강원도 카지노는 909억원에 209만명 등이다. 2001년에 들어서도 경마(30% 이상)와 경륜(76.2%)은 전년대비 가파른 증가세에 있다.

한 마디로 엄청나다. 이런 걸 두고 땅 짚고 헤엄친다하고 부대에 쓸어 담는다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를 혼란케 하는 것은 이 돈벌이 열풍(?)에 나랏님들까지 뛰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2002년 현재, 적어도 9개 정부부처가 21개 형태, 당첨가능 최대액수 100억원의 복권을 발행 또는 계획하고 있고, 적어도 10여개의 지방자치단체는 경마, 경륜, 경정, 경견장을 이미 유치했거나 계획하고 있다. 투견과 투계의 양성화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나라안에 도박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사행산업, 즉 도박산업에 뛰어들면서 정연한 논리조차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세수확보와 정치인들의 이해관계 외에 다른 이유는 없을진대 경륜과 경정의 사업취지를 들여다 보면 실로 가관일뿐더러 관련공무원의 정신상태를 의심케 한다. 이에 따르면 이들 사업의 궁극적 목표는 '건전한' 여가활동의 제공과 '가족형 참여스포츠'의 보급이라 한다. 돈을 걸어 베팅하는 도박이 건전한 것이고 여기에 온 가족이 참여하자는 이야기이다. 지적 수준의 높고 낮음이 문제가 아니라 과연 제 정신인가를 염려해야할 문제이다.

이들 사행산업을 추진할 당시 중앙정부가 염두에 둔 것 중 하나는 사업장을 낙후된 지역에 배정함으로써 균등한 지역발전을 이룬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도 순진한 발상이었음이 드러났다. 우선 강원도 카지노의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나 고용창출 등의 효과는 전무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소수의 단순노동인력을 제외하고는 경호원, 딜러, 관리자 등 거의 모든 카지노 인력은 외부인으로 충당되었고 방문객들도 정작 카지노 밖 해당 지역에서는 시간도 돈도 사용하지 않았다. 또 카지노가 지역에 어떤 보답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역인들의 카지노 출입이 늘어나고 지역의 분위기만 삭막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의 경마장은 제주가 말의 고장이고 관광객, 특히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유리하며 지역적 배려라는 여러 이유로 해서 만들어졌으나 이 역시 실패작이 되었다. 우선 경마를 즐기는 외지인이 그리 많지 않은 데다 중국관광객들도 경마를 외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년 감귤농사의 수익금을 1주일만에 경마에 탕진하는 지역인들이 생겨나 경마에 대한 지역의 정서가 부정적이 되었고 급기야 제주의 시민단체들이 경마장 이전을 주장하게 되었다. 창원 경륜장의 경우는 인근에 마산, 김해, 진해, 부산 등이 위치한 이유로 그 폐해도 '분산'되어 있으나 정선, 제주 같은 실제로 낙후되거나 고립된 지역은 그 피해가 막대하다. 정선의 경우는 지역을 카지노 하나로 완전히 망가뜨려 놓은 꼴이다.

이들 사업들은 수익의 극대화를 위해 TV로 경기를 중계하는 외부사업소를 확산시켜 이제 생업현장과 주거지역 등 대중의 일상으로까지 파고들고 있다. 일례로, 현재 전국 25개소에 경마 장외발매소, 이른바 실내 TV경마장이 운영된다. 내가 사는 부산에 지난 2월 23일 마침내 첫 실내 TV경마장이 문을 열었는데 어떻게 돌아가는 형국인지 예로 들어 보겠다. 우선 시민단체들은 실내 TV경마장이 사행심 조장은 물론 연간 1천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매출액(부산시민의 돈이다.) 대부분이 한국마사회 본부가 있는 서울로 역외이전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 교통대책도 없이 (사실상 무시하고) '도심 한복판'에 지어지는 TV경마장에서 부산이 얻을 것이라곤 '가산탕진'과 '가정파탄' 뿐이라며 계획철회를 주장했었다. 결국 TV경마장은 들어섰다. 그 몇 달 되지 않아 지역신문에서 보게된 기사제목 하나 소개할까 한다. "실내 TV경마장 주변 환전상 '영역침범' 난투극 12명 입건." 2004년까지 부산에만 TV경마장 네 곳을 계획하고 있다한다. 또 다른 기사가 던지는 질문 하나 더. 이러한 "발상이 과연 제정신에서 나온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업을 위해 돈이 필요하다며 서민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국가. 大韓民國?

정희준(동아대 체육대학 체육학부 교수) chunghj@daunet.dong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