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상 ysjung@kdlpnews.org
정부가 발전회사 매각과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진행하며 주춤거린 적은 딱 두 번 뿐이다. 한번은 현 산업자원부 장관인 신국환 장관이 지난 1월 29일 부임할 때 업무보고 등의 이유로 예정돼 있던 매각주관사 선정이 미뤄진 것이고, 다른 한 번은 곧바로 이어진 파업과 그 후속 조치로 일정들이 몇 달 미뤄진 것이다.시간이 지연된 것 이외에는 기존 전력산업구조개편의 그림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되고 있다.
한전의 발전부문 분할 이후 건설된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은 발전소 매각에 반대하며 파국을 경고했지만 묵살됐다. 지난 2월 25일 결국 발전노조는 파업을 결행했고 이후 파업은 38일간 이어졌다. 파업 기간 중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1%는 발전소 매각에 반대했다. 발전소 매각에 반대하는 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의 성명이 잇달아 발표됐고 민주노총은 연대 총파업을 기획했다.
그러나 정부는, 사기업화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각계의 반대의견은 물론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충고도 받아들이길 거부했다. 정부는 지난 7월 초 한국남동발전(주)를 우선 매각사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발전노조와 민주노총 등 사회·노동 단체들은 발전소 매각에 반대하며 정부가 강행할 경우 총력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경고했지만 정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정부가 이런 ‘과다출혈’을 무릅쓰고 발전사기업화에 ‘목을 매는’ 이유는 IMF 사태 이후 해외자본의 통상 압력이 강해진 것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지난 2001년 4월 월간 <말>지는 ‘공기업 해외매각 미국의 음모론은 사실이었다’라는 기사를 통해 정부가 미국의 통상압력에 굴복했고 발전, 가스 부문을 해외자본에 내주기로 했다는 정부 공식문서를 폭로한 바 있다.
남동발전의 매각은 해외 메이저 에너지 기업과 국내 에너지 기업간의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이뤄질 가능성이 가장 크다. 정부가 지난 4월 10일 발표한 발전회사 사기업화 기본계획은 발전시장의 외국인 투자를 국내 전체 발전설비의 30%로 제한하고 있으며 경영권 매각은 1인 1사를 원칙으로 했다.
그러나 이같은 투자 제한 조건은 컨소시엄 장악에 충분한 비율이고 실질적인 경영권을 장악을 가능케 해준다. 외국자본이 국내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조 단위의 투자와 6, 7년의 투자회수 기간이 요구되는 발전소를 건설하지 않을 것이다. 공급을 늘리지 않고 전력 단가만 높여도 충분히 수익은 창출된다.
전문가들은 발전산업의 외국자본 장악과 그로 인한 전력수급 불안을 끊임없이 경고한다. 하지만 정부는 귀를 닫고 급히 갈 길만 가고 있다.
[ 98호] 7.29 ~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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