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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로 방조제를 부닫치면 방조제가 부서질까..."

[주용기의 생명평화이야기](8) - 계화도 어민들의 힘겨운 갯벌살이

11월 14일 12시반경 계화도를 방문했다. 전주로 거처를 옮긴 집에서 10시전쯤에 나와서 자전거와 직행버스, 시내버스를 교대로 타면서 3시간 가량 걸려 도착한 것이다.

오늘은 시간을 내어 어민들을 만나보겠다는 생각으로 방문한 것이다. 상리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걸어서 계화포구로 향했다. 만조시간(오후 2시)이 다 되어가니, 물이 가득 들어 차고 있어 배들이 포구에 가득하다. 어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을 때는 바닷물이 갯벌위를 다 채우기 전에 일제히 포구에서 나간다. 그런데 이날은 포구에 배들이 가득하다.

몇몇 어민들이 배위에서 무엇인가 일을 하고 있고, 선주연합회 사무실앞에서는 그물손질과 철망을 만들고 있다. 반가운 얼굴로 인사하니, “어쩐 일이냐”고 묻는다, “요즘 갯벌과 바다가 어떤 상황인지 알아 보기 위해 또 왔다”고 답했다.

오랜만에 들러서! 인지, 새만금 방조제 공사로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는 갯벌에서 불안하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어민들의 심정을 생각하니, 더욱 적극적으로 새만금갯벌 살리기 운동을 하지 못한 자책감이 들어서 인지, 선뜻 말붙이기가 조심스럽다.


주변 어선들을 둘러보고 사진촬영을 하고 나서, 철망 제작을 거의 완료한 이의정 새만금어선연합회장에게 넌즈시 말을 건넸다.

이 철망은 어디에 사용하기 위해 만들고 있어요.
배에 있는 그물로 생합을 잡는데, 생합만이 아니라 아사리도 함께 많이 잡힌다. 그래서 (철망 구멍보다 작은) 아사리(학명은 계화도조개)는 망 구멍밑으로 빼내고 생합(백합)만 걸러내어 잡기 위해서다, 올해는 생합 종패(어린 개체)가 많이 나온다. 생합이 원래 산란을 1년에 세 번 정도 하는데 올해 산란이 5-6월, 7월에 많이 이루어졌다. 이때 산란한 것들이 자란 것이다. 아마도 조류 흐름이 느려지고 염도가 낮아졌기 때문에 산란하기 좋아진 모양이다. (내가 보기엔, 방조제가 점점 막히니까 생존본능에 의해 생합이 자손을 퍼트리기 위해 산란을 많이 한 것으로 보임)

잡은 생합 종패들은 어디로 팔려 나갑니까?
중간도매상이 어디로 가져가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방조제 바깥인 부안 위도, 고창 심원, 전남 영광군 백수 등으로 가는 것 같다.

요즘 바다에 나가면 배로 얼마나 잡습니까?
배로 나가면 하루에 4-6시간 작업을 하는데, 하루에 2톤 정도 잡는다. 가격은 1kg당 750원이여서 총 150만원 번다. 그런데 기름값과 인건비, 배 수선비를 제하면 남는 것은 별로 없다. 장래성을 본다면 종패를 잡지 않아야 하나, 새만금 방조제 막는다고 하니까 뻘이라도 파서 팔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해는 가지만, 마구잡이 어업이 성행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방조제가 막히지만 않는다면 스스로 해양생태계 파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잡는 양을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생합 종패가 어디에 많이 있습니까?
생합 종패가 민가섬(김제시에 포함된 섬)에서 하제방향으로는 많이 죽었다. 팔았던 생합이 까져서(벌어져서) 반품이 들어왔다. 민가섬에서 동진강 방향으로는 죽지 않아서 작업을 하고 있다. 산란해도 바닷물 활용이 잘 되지 않아 많이 죽는 것 같다. 작년에 생합이 산란을 못해 성패(크게 자란 생합)는 많이 줄었다.

떠난 주민들은 아직 없습니까?
아직 떠난 사람은 없다. 방조제 바깥으로 배를 옮겨라는 공문을 받았다. 그런데 우리는 나가지 않을 예정이다. 시화호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조개를 계속 잡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날씨가 싸늘하여 선주회 사무실로 들어가니, 몇몇 어민들이 모여 있다. 어민들이 얘기가 오고간다. 올해 동죽은 산란을 하지 못했다. 생합 종패도 잡았지만, 다 자란 동죽과 노랑조개도 일부 잡았다. 올봄 6월에는 방조제 바깥에서 꽃게를 많이 잡았다. 새만금 방조제가 막히면 부산 가덕도 신항만 공사지역 처럼 날파리, 쇠파리 등이 많이 생길 것이다. 죽은 조개들을 먹기 위해서 말이다. 계화도에서 살기 힘들게 될 것이다. 계화도 간척 때도 많이 생겼었다. 올 여름에도 논에서 쇠파리가 많이 생겼다.

한 어민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요즘 동죽과 노랑조개가 죽어가고 있어 냄새가 난다. 잡히게 많지 않아 살아나갈 길이 없다. 적자가 많아지고 있다. 기름값은 올라가고 있어 전반적으로 적자다. 밑빠진 독처럼 말이다. 면세유는 배 마력수(이분은 335마력)와 조업허가권에 따라 다르게 주는데, 요즘 경유값이 200L(1드럼)에 100,600원이다. 1시간에 30L를 사용한다. 썩은 생합을 고르는데 1인당 1시간에 7천원 정도 아주머니 인건비를 주어야 하고, 한번 사람을 쓰면 6-7명이 5시간 정도 일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물이 한번 파손되면 150만원도 들어가고, 인건비는 1인당 한달에 150만원들어가고 담배, 술까지 주면 한달에 250만원이 든다. 만약 24시간 일할 경우, 적으면 8-9만원에서 많아야 12-13만원밖에 남지 않아 실상 별로 소득이 없다. 또한 바다가 오염되다 보니까 나! 오는 양도 적다. 한마디로 적자가 많아 배 운영을 못한다. 뻘이 지역에 따라 높아지고 낮아지고 해서 배 띄우기가 위험해져 조업하기 어려워졌다.

작업하는 장소는 4공구에서 1-2공구까지 가며 계화도에서 0.2마일 나간다. 올해 생합 종패가 뻘이 많은 장신리, 의복리앞에서 까지 많이 생기고 있다. 요즘 바람이 많어 작업을 아예 나가지 못하고 있다. 방조제를 막으면 생합들이 썩을 것이다. 생합이 썩으면 송장썩는 냄새보다 더 심하게 난다. 새만금 방조제 막으면 전라북도 전체가 냄새 때문에 못살 것이다”


다시 이의정 회장은 “누가 민원을 내서 도청에서 어업 단속을 한다는 말이 있어 몇일간 조업을 못했다. 늘 군청에 항의방문을 갈 예정이었다”고 하면서 다른 어민들에게 “조업하다 걸리면 조업정지나 벌금을 물어야 하니까, 일단 지켜보자”고 어민들에게 말을 건낸다.

다른 어민은 “2006년 3월에 방조제를 막는다고 하면서 단속을 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만약 단속반들이 단속을 하면 휴발유 뿌리고 저죽고 나죽고 할 것이다. 농민들은 땅이라도 있지만, 어민들은 가진 것이 없다. 배로 방조제를 정면으로 부닫치면 방조제가 부서질까”라며 격앙된 말을 한다.

이제라도 어민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되지 않느냐고 말하자, “자네가 책임만 져라, 우리가 뒷밭침해 줄 태니까”라고 말한다. 또 다른 어민은 “누가 죽던지 하나 죽어야 한다. 그래야 해결된다”며 비장하게 말한다.

올해 방조제 안에서 김양식 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으니, “아무도 없다”고 한다. 계화도 청년회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 김종덕씨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올해도 이금배씨(돈지마을 거주) 김양식장 일을 나간다. 포자는 다 붙였고 작년처럼 방조제 바깥에다 설치작업을 하고 있다. 작년보다 100쪽을 늘려 250쪽(1쪽에 길이 30m)을 할 예정이다”고 말한다.

다시 갯벌배움터 ‘그레’로 이동하는데 누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 찾아가니 용석씨이다. 지붕위에서 롤러로 녹색의 페인트 칠을 하고 있었다. 겨울철을 대비하기 위해서란다. “사진찍기 위해 온 것이냐”며 묻는다. “오랜만에 계화도를 둘러보기 위해 왔다”고 하였고, 요즘 갯벌에 자주 나갔냐고 물으니 “오전에 갯벌에 나갔다 왔다, 아직도 하루에 4-5만 원은 번다”고 한다.

갯벌배움터 ‘그레’에 잠시 머물다가, 자전거를 타고 살금마을앞 갯벌에 나갔다. 이제 물이 빠져 갯벌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부서진 바위 위에서 물끄러미 멀리 보이는 섬들과 방조제를 바라 본았다. 겉으로는 평온한 모습이다. 하지만 묻 생명들의 살려달라는 어우성 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낙조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있어 계화도 조류지에 새들이 얼마 있는지 보기 위해 조류지쪽으로 이동했다. 조류지엔 갈매기와 하얀 새들이 재법 많이 앉아있다. 갯벌을 바닷물이 다 뒤덮는 밀물때여서 갯벌에서 날라 들어온 새들이다. 작년보다는 줄어든 느낌이다. 조류지에 있던 새들을 날개짖 하며 날아오르고, 방조제 위에 올라가 갯벌을 보니, 고니 6마리가 새찬 바닷바람에 아랑곳 하지 않고 서있다.


새찬 바람에 추워서 다시 ‘그레’로 돌아왔다. 핸드폰 전화소리가 울린다. 오랜만에 장지영 씨 목소리다. “다시 새만금갯벌 살리기에 나서겠다. 사무총장이 허락을 하지 않아도 할 생각이다. 주민 조직할 때 같이 해 주면 좋겠다”고 한다.

장지영 씨는 새만금갯벌 보존운동의 산 증인이다. 본의 아니게 1년 남짓 새만금 문제를 다룰 수 없었다. 다시 복귀하겠다는 것이다. 반가운 일이다. 나 또한 2년 동안 생활하던 부안을 떠나 전주로 생활 근거지를 옮겨서 새만금갯벌로부터 멀어진 느낌이었지만 항상 마음 한 구석에 응어리로 남겨져 있는 부분이다.

그동안 수년동안 새만금갯벌 살리기 운동에 동참했던 많은 사람들이 새만금 재판이 진행되면서 잠시 관심을 놓았었던 것도 사실이다. 다시 본격적인 새만금갯벌 살리기 운동을 전개할 기회가 무르익는 것 같다. 어민들이 하루! 씩 돌아가면서 먼저 청와대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10월 24일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4주째다. 그리고 11월 17일엔 시화호 어민들과 제종길 의원이 참석하여 게화도 어민들과 간담회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11월 18일엔 서울 조계사 문화관에서 문규현 신부님, 수경스님이 초청하여 긴급 대화마당이 열린다. 다시금 새만금갯벌 살리기의 횃불이 올려질 예정이다. 다행스럽다.

해가 수평선 위로 떨어질 때가 되자, 다시 살금갯벌로 이동했다. 아름다운 낙조를 보기 위해서다. 오후 5시30분경이다. 비안도로 해가 떨어지는데 수평선 위로 구름이 끼여 있어 오늘도 재대로 된 낙조를 보지 못했다. 사진을 몇컷 촬영한 것으로 만족하고 찬 바람을 뒤로 하고 부안읍으로 향했다.

고은식 씨 어머니가 오늘 점심쯤 돌아가셨단다. 예를 드린 후 조금 있으니, 계화도 아주머니들이 들어온다. 반가운 얼굴들이다. 이순덕, 추귀례, 은금례 씨 등 10여 명의 아주머니들이시다.

요즘 생합잡는 수입이 얼마냐고 물으니, “요즘 아주머니들은 하루에 4-5시간 정도 일해서 5-6만 원, 많으면 10만 원도 넘게 번다. 생합가격은 1kg당 대합 8천 원, 중합 4천 원, 소합 2천 원 정도다. 주로 중합만 잡고 있다. 작업하는 아주머니 숫자는 아직도 줄지 않았다. 종패는 시글시글하게 많아졌다. 걔들이 미쳤나봐” 하신다. 구체적으로 오늘 하루 수입을 물으니, “오늘 하루 4-5시간 일해서 8만5천 원, 11만 2천 원, 14만 원을 각각 벌었다. 오늘은 조금때로부터 3-4일 지난 날이라 생합이 갯벌표면 가까이에 있어 많이 잡혔다”고 하신다.


이렇게 아직도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는데 새만금 방조제를 막는다고 하니,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사람들의 탐욕 때문에 죽어가는 새만금 갯벌을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하고 무기력감을 느끼기도 한다. 다시금 우리의 진심어린 뜻과 갯벌 생명들의 소중함, 어민들 스스로 생존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널리 알려지기를 빌어본다. 후손들에게 원망받지 않는 조상으로 남겨지길 기대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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