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나약한 비정규직이 아니다”

[인터뷰] 이상수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장...“사람가지고 장난치지 마라”

신형 엑센트 등을 생산하는 현대자동차 울산 1공장 2층 CTS 도어 탈부착 공정이 완전히 멈췄다. 16일 저녁 8시께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500여명이 파업 점거중인 울산 1공장은 의외로 차분했다. 어제 부터 김밥 한 줄만 먹은 조합원들은 저녁에 컵라면 하나를 받아 곳곳에서 긴장 속에 휴식을 취하며 라면물이 끓기를 기다렸다. 그러다 8시 50분께 다시 관리자들이 모이고 각 공장에서 대체인력이 투입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라면물을 받던 조합원들은 다시 긴장 속으로 빠졌다.

  1공장 농성장에서 보고대회를 진행중인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

이날 오후 4시께까지 1공장 안에는 1천여명이 농성을 하고 있었지만 비정규직지회는 2-3공장 조합원 500여명을 현장으로 보냈다. 통상 대규모 정규직 노조들이 파업을 벌일 땐 조합원들의 이탈을 우려해 농성장에 모아놓고 각종 파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관례인데 오히려 비정규직지회는 500명을 밖으로 뺀 것이다.

이상수 현대차동차 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조합원들이 현장에 들어가 여기보다 더 힘들게 싸울 것을 알기 때문에 현장에서 정규직, 비정규직과 떨어져 있을게 아니라 파업을 알리고 같이 만들자는 것이다. 현장 실천 투쟁 지침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점거농성은 어떤 의미에선 다분히 우발적이었다. 현대차의 과잉대응이 비정규직 전면파업과 공장점거를 불렀다는 것이 이 지회장 설명이다. 시트사업부 비정규직들이 신규 하청업체 근로계약를 거부하고 기존 근로조건대로 일을 하겠다고 하자 회사는 이를 거부하고 계약해지(해고)를 통보했다. 15일자로 해고통지를 받은 비정규직들은 공장에서 일을 하겠다고 들어갔지만 무참히 끌려나왔다.

현대차가 동원한 용역과 관리자들은 비정규직의 잠바를 벗기고 신발을 벗겼다. 도망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소화기를 뿌리고 소화전을 얼굴에 쐈다. 인간취급을 못 받고 피를 흘리며 질질 끌려 나오는 모습을 본 비정규직들은 분노를 터트렸다. 이상수 지회장도 그 모습을 보고 눈물이 났다. 그렇게 시트사업부에서 끌려나오자 비정규직 지회는 1, 2 공장에 모여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처음 투쟁하는 비정규직들이 뭉쳐야 한다는 생각에 1공장으로 모였다. 자연스레 공장점거농성이 됐다. 여성조합원들조차 용역의 폭력을 겪으면서도 1공장안으로 모여들었다. 처음 1공장 CTS공정은 20여명이 파업을 벌이다 그렇게 1천 여명까지 모였다.

  이상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지회장

이번 투쟁은 심상치가 않다. 7월 22일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에 11월 12일 서울고법이 대법 판결 취지를 받아 불법파견 판결을 내리자 조합원들은 투쟁에 자신감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공장점거가 불법이지만 회사는 더 큰 불법을 저지르고 있어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비정규직 지회에 명분이 있다는 것이다.

이상수 지회장은 이런 조합원들의 투쟁 열기가 몇 년간 쌓인 비정규직의 고용불안과 해고 위협이 만든 분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수 지회장은 “보통 한 공장에 2년 마다 인원을 줄이는 맨아워 협의를 한다. 그 협의가 6개월에서 1년 가까이 가는데 그 기간 동안 비정규직들은 마음을 졸이며 산다”며 “그렇게 비정규직들은 몇 년 동안 매년 300명 정도가 잘려 나가는 걸 봐 왔다. 이래저래 비정규직은 언젠가는 잘리는데 속 시원하게 싸워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이번 투쟁의 열기를 설명했다.

이어 이 지회장은 “이 싸움을 승리하고 싶다는 생각만 하자고 마음 먹었다.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고 조합원들이 쉽게 물러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제가 부족하면 조합원이 받쳐줄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 지회장은 또 “저희들은 공장점거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래서 투쟁도 2. 3공장으로 확대할 수밖에 없다. 현대가 쉽게 물러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투쟁으로 사회적인 비정규직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합동취재팀은 이상수 지회장을 1공장 농성장에서 16일 저녁께 만났다. 이상수 지회장은 내내 조합원들 얘기만 나오면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다음은 이상수 지회장과 인터뷰 전문이다.

Q: 시트사업부 투쟁이 전면파업과 공장 점거농성까지 왔다. 이렇게 투쟁이 커진 이유는.

  라인이 완전 멈춘 1공장

이상수 지회장: 시트사업부 업체폐업으로 근로계약을 현대자동차가 직접 하도록 요구했다. 신규업체와 신규계약을 맺는 것은 지금 근로조건을 모두 초기화 한다는 것이다. 그건 수용할 수 없다. 그래서 직접 고용하라고 했다. 조합원들이 시트사업부에 들어간 건 기존 근로 조건이 나올 때까지 계속 근무 할 테니 막지 말라는 것이었다.

쟁의대책위는 시트사업부에서 상황이 발생할 때 15일 부터 주야 잔업거부였다. 시트사업부 별도로 2시간 이상 파업 지침도 내렸다. 금요일에 지회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현장에 조합원을 투입해 성실히 근무하겠다는 내용 이었다. 그런데 월요일 새벽(15일)에 경찰병력이 배치돼서 새벽에 시트 조합원들이 해고되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작업시작 전까지 라인에 들어가 있었다.

그러자 회사가 비정규직을 죽이겠다고 덤벼들었다. 새벽녘이라 어두운 틈을 타 각종 쇠뭉치가 날라 왔다. 비정규직이 죽으라고 던지고 소화기를 쐈고 넘어지면 밟았다. 그 와중에 조합원 얼굴과 입에 대고 소방호스를 직접 쏴 초죽음을 만들었다. 그리고 한 일이 핸드폰을 빼앗고 잠바를 벗기고 양말까지 벗겼다. 자기들을 경찰로 착각하고 비정규직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하려고 한 것이다. 그렇게 용역들이 비정규직들을 끌고나와 경찰에 인수인계 한 것이다. 여기에 항의하기 위해 시트사업부가 파업에 돌입했다. B조 전체를 시트 공장에 집결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이 와중에 49명이 연행되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투쟁이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Q: 회사가 이렇게 강력하게 대응한 이유가 뭔가.

이상수 지회장: 회사는 초반에 비정규직의 기세를 끊고 꼼짝 못하게 하려고 치고 나온 것이다. 저희 선택은 회사가 시트사업부만 장악하면 된다는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일단 전 공장 중식 보고대회를 잡았다. 1.2공장이 13시부터 4시간 파업지침을 결정했다. 1라인이 서자 회사는 더욱 비정규직의 기세를 꺽으려고 했고, 우리는 아직 투쟁 초기라 밀릴 수 있겠다 싶어 1,2 공장을 규합해야 한다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2공장 조합원들을 데리고 1공장으로 왔다. 마침 1공장 라인을 세워서 CTS 사업부로 올라왔다. 자연스레 이 상태가 됐다. 회사가 오판한 것이다. 비정규직을 폭력으로 박살내면 기세가 죽을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조합원들은 예전의 나약한 비정규직이 더 이상 아니다.

Q: 대법 판결이후 어떤 과정을 겪었나.

이상수 지회장: 대법원 판결이 난 7월 22일부터 엄청난 탄압을 겪으면서도 달려온 과정이 있다. 추석전까지 노조에 가입하자 마자 원하청 탄압이 거샜다. 거기에 부모님들과 친인척의 만류가 있었고 선후배들까지 만류했다. 다양한 형태의 협박과 애원 등 비인간적인 공작을 견딘 조합원들이다.

추석이후에 매주 수요일 500-700명이 본관 항의 집회를 했다. 10월에 전체교육과 소송인단 면담으로 집단적 요육과정을 마쳤다. 일상적 조합활동과 사업부간담회, 중식 선전전, 아침출투를 거의 다 이수했다. 그게 지금까지 왔다.

지난 10월 30일 비정규 대회는 그런 조합원들의 조직력을 1차로 점검한 것이다. 현대자본에서 불법이라며 협박도 많이 했지만 AB조 천명이 넘게 갔다. 이날 우리도 싸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지난주 수요일엔 전조합원 집결 집회를 열고 모든 일정과 상관없이 노동조합을 공격하면 즉각 쟁의에 돌입한다고 스스로 각인했다.

Q: 15일 조합원들 분노가 컸던 것 같다. 어느 정도였나.

이상수 지회장: 어제 상황점검을 도는데 조합원들이 옷이 다 벗겨진 채 신발도 없이 실려 나오는 것을 봤다. 눈물이 났다. 조합원들이 질질 끌려 나오고 피를 흘리고 있는데도 그냥 경찰차에 태웠다. 어쩌겠나. 이미 싸울 준비는 다 됐는데... 회사는 돈 계산만 따지지만 우린 그렇게 돈만 따질 수 없다.

Q: 공장점거 투쟁에 부담은 없나. 지회장으로 부담이 클 것같다.

이상수 지회장: 많이 참고 있는데 발언할 때마다 눈물이 날 것 같다. 저희 조합원들이 잘 싸우고 잘하고 있고 어떻게든 이 싸움 승리하고 싶다는 생각만 하자는 마음만 있다.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조합원들이 제가 쉽게 물러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제가 부족하면 조합원이 받쳐줄 것이다.


Q: 사태해결을 위한 요구사항이 있다면.

이상수 지회장: 저희들은 이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현대 자본은 명예를 굉장히 중요시하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노무관리는 곪아 터져야 해결하는 회사다. 그래야 타결하려는 회사다. 이제 판단은 회사의 몫이다. 현대가 쉽게 물러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투쟁으로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달라질 것이다.

Q: 정규직 지부는 어떻게 대응하나? 비정규직 지회가 독자적으로 행동에 들어가 섭섭해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상수 지회장: 비정규직지회와 속도감이 다르다. 지부는 공식회의를 거칠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비정규직은 급속하게 돌아간다. 그래서 비정규직이 먼저 움직인 게 섭섭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과정속에서 풀어야 할 문제다. 현대차 지부는 미비특위를 상설화 할 계획으로 안다. 비정규직 투쟁을 엄호하기 위해 대체인력 저지 관련해 지부 입장이 나올 것으로 알고 있다. 2공장은 가동률이 30%라고 들었다. 사업부 내에서 정규직 대의원들이 대체인력을 빼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부가 이런 투쟁들을 공식화하는데 시간이 필요한데 서서히 만들어가는 것 같다.

Q: 조합원들 열기가 대단하다.

이상수 지회장: 자신감이 크다. 이래저래 비정규직은 언젠가는 잘리는데 속 시원하게나 싸워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많은 동지들이 있을 때 붙어보자는 분위기다. 보통 한 공장에 2년마다 한번 인원을 줄이는 맨아워 협의를 한다. 그 협의가 6개월에서 1년 가까이 간다. 그 기간 동안 비정규직들은 마음을 졸인다. 회사가 처음엔 사람목숨을 가지고 장난을 치듯이 줄일 인원 300명을 툭 던진다. 그러고 나서 150명, 100명 이런식으로 줄어든다. 거기엔 심리적 마지노선이 있다. 오랫동안 근무하다 보니 실제 사라지는 공정을 예감하기도 한다. 그때마다 비정규직들은 굉장히 예민해지고 친구끼리 말 잘못해서 사움이 벌어진다. 비정규직은 매년 300명 정도가 잘리는데 그런 걸 몇 년 동안 봐왔다. 지금은 잘려도 법적으로 소송 걸어서 이겨서 돌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그래서 시원하게 붙어보자는 분위기다.

대법이나 고법 판결을 애초에 기대했나? 판결로 불공정 사회에 대해 더 명분이 있는 것같다.

이상수 지회장: 큰 기대가 없었는데 뜬금없이 대법에서 판결이 나왔다. 고법에선 회사가 신청한 위헌제청도 기각됐다. 그럼 싸움 끝난 것 아니냐 싶었다. 회사에서 우리에게 불법이 어쩌고 하면 니네가 법을 지키면 내가 지킬게라는 자신감으로 한다.

인터뷰 도중 이상수 지회장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 지회장 친구와의 통화에서 이 지회장은 첫마디가 “어제부터 한 끼 먹었다”였다. 아마 친구가 저녁밥 먹었냐고 물은 것 같았다. 그는 친구에게 “나 이제 건물 밖으로 못나간다. 나가면 바로 봉고차에 실려서 경찰서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웃는다. 이어 “너 나한테 면회 올 준비나 해라. 몇 일간 연락 안 되면 지회에 연락해서 상수 어디 갔느냐고 물어보면 된다. 네이버에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치면 다 나온다. 나중에 한 턱 내라”


Q: 회사에서 대법 판결을 무력화 하려고 직장폐쇄라는 방식을 쓴 건가.

이상수 지회장: 아니다. 노조 무력화가 의도다. 그래서 강경하게 시트사업부를 철저히 준비한 듯하다. 이미 엮어놓고 우리에게 들어오라는 것이었고 우린 함정인걸 알고서도 안 들어 갈 길이 없었다. 결국 시원하게 붙어보자고 결정했다.

Q: 1공장 점거 중이던 조합원 절반 정도가 오후에 현장으로 들어갔다. 전술변화에 논란은 없었나?

이상수 지회장: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수는 사수대로하고 두 가지 다 잡아보자고 했다. 회사가 마음먹으면 1공장은 박살 날 수 있을 것이다. 미리 축을 만들어 강력한 힘을 현장에서 만들어 두 개가 움직여 보자는 것이다.

Q: 이전에 지하철 파업 등을 보면 점거 농성장에서 벗어나면 조합원들이 흩어진 것을 많이 봤다. 그런데도 절반을 공장에선 뺀 건 자신감이 큰 것 같다.

이상수 지회장: 비정규직 투쟁은 기존 노동운동의 흐름과 다르다. 굉장히 자신 있다. 투쟁을 하지 않고 숨는 일은 없다. 하다가 쓰러져도 저희는 할 것이라고 본다. 1공장을 나간 조합원들에게 여기보다 현장에 가는 게 더 힘들거라고 했다. 그 각오를 하고 간 것이다. 보내는 동지들에게 더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햇다.

Q: 마지막으로 현대자동차에 할 말이 있다면.

이상수 지회장: 사람가지고 장난치지 말라는 것이다. 비정규직도 사람인데 저희 가지고 장난치면 그 대가는 반드시 돌려받을 것이다. 비정규직이 대규모로 파업투쟁을 하면 두려움보다는 희망을 얘기할 수 있다. 정부나 회사도 비정규직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그만큼 대우를 해 줄때가 왔다고 본다.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기획연재 전체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