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노점상, 행정대집행에 생존권 사수 결사저항

3천여 용역·5천여 경찰병력 동원 '행정대집행' 노점은 사람이 모이면 언제든 다시 생겨날 수밖에 없어

*불타는 바리케이트. 청계천 노점상들은 서울시가 벼룩시장을 활성화 시켜 문화공간으로 만들것을 요구하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서울시는 이날 행정대집행을 통해 5미터 인도를 기습적으로 3미터로 줄이는 공사를 강행했다[참세상]

30일 새벽, 청계천 한때 불바다 -바리케이트 앞에선 청계천 노점상의 생존권


▲[참세상]

[2신: 30일 오전]청계7,8가 한때 불바다
7가부근 노점상 용역반원과 격렬한 대치, 생존권 요구

결국 청계천에 대한 서울시의 행정대집행이 시행되었다. 서울시는 30일 오전 7시경부터 공무원 1천 여명과 경찰/용역반원 1만 8천여명을 청계1가에서 9가까지 투입해 지난 7월1일부터 시작한 청계천 복원 사업을 위해 남아 있는 700여명의 청계천 노점상을 몰아낼 계획을 세우고 전격적으로 인도에 적치된 노점물건을 실어냈다. 이날 서울시는 행정 집행을 시작함과 동시에 노점상의 저항이 없었던 1가부터 6가까지의 5미터 인도를 3미터로 줄이는 공사도 동시에 진행했다.

전날 밤부터 결사항전의 의지를 세우며 철야 농성으로 청계천을 사수하고 생존권을 지키겠다는 전국 노점상연합(전노련)소속 노점상 2000여명은 오전 7시경 용역반원들이 청계 7가 부근부터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자 각 구역별로 '안전제일' 표지판과 각종 잡동사니들로 만들어 놓은 바리케이트와 폐타이어등에 불을 붙이고 격렬하게 저항하기 시작했다.

▲아침 7시경 청계 7가 부근부터 용역반이 모습을 보이자 노점상들은 7,8가 곳곳에 설치해 놓은 바리케이트에 불을 피우고 결사 투쟁을 준비했다[참세상]

▲7가방향에서 9가방향으로 이어진 연기들[참세상]

▲[참세상]


노점상들이 놓은 불은 청계 7가에서 9가가 시작되는 부근까지 이어졌다. 1시간 여 동안 불이 계속 타고 있자 급히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7가부터 9가까지 불을 꺼 내려갔다. 불이 다 꺼지자 7가 방향에서 철거를 시도하려는 용역반원들에 맞서 대치하던 노점상 70여명이 용역반원의 철거시도에 돌과 쇠파이프 등으로 격렬하게 저항했다.

용역반원들은 안전제일 표지판 등을 들고 바리케이트 안쪽으로 진입을 시도했으나 노점상들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혀 오전 11시 30분경까지 대치 상태를 지속했다. 7가에서 노점상과 용역반이 대치하는 사이 1가에서 6가의 노상 적치물 들은 모두 트럭에 실려 갔으며 포크레인등을 동원한 서울시청은 5미터 인도를 3미터로 줄이는 공사를 동시에 진행했다.

▲7가 부근에서 용역반원들이 안전제일 표지판을 들고 철거를 시도하려하자 노점상들이 맞서고 있다[참세상]

▲안전제일 표지판과 합판을 든 용역반원. 이들의 70%이상이 서울역 등지의 노숙인으로 알려졌다[참세상]

▲[참세상]


7가에서 대치중이던 한 노점상은 이날 투입된 용역 반원중의 대다수가 노숙인이라는 얘기가 돌자 용역반원을 향해 "너희들은 일당만 받으면 끝이지만 우리는 여기서 쫓겨나면 먹고 살 길이 끊긴다"며 "서로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끼리 격렬히 싸우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사수 투쟁을 진행하던 노점상 김모씨(49)는 "서울시는 처음에는 고가를 철거할 경우 노점상인들이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전부 거짓말이었다"면서 "노점은 사람이 많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되며 지금 철거되어도 사람들이 모이면 노점은 다시 생겨날 것"이라고 밝혔다.[김용욱]

▲서울시는 노상적치물을 치우고 나서 노점을 막기위해 5미터짜리 인도의 2미터를 포크레인으로 전부 파냈다[참세상]


청계천 노점상 왜 격렬하게 저항했나
청계천 삼일아파트 20동 앞에서 노점을 해왔던 박모씨(48세)는 "지금 여기서 나가라는 것은 당장 직장을 그만두고 나가라는 정리 해고와 같다. 그러니 아무대책 없는 철거에 분노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박씨에 따르면 청계천 노점상은 수 십년 동안 이곳에서 노점을 해오며 살아 왔다고 한다. 대부분 나이가 50세 이상이고 장애인이 많다. 배운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사람들이라 이들에게 노점 철거는 숟가락을 놓으라는 말이나 똑같다는 것이 박씨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청계천에서 많은 돈을 벌고 있는 것도 아니다. 박씨는 주로 천 원 짜리 밴드나 잡동사니를 파는데 하루순이익이 1만5천원에서 2만원 정도다. 그걸로는 먹고살기도 어렵다. 그래도 청계천을 떠나지 못하는 건 그나마 노점만이 유일한 생계 수단이기 때문이다.

박씨는 "청계천은 우리들 노점상의 삶의 터전인데도 복원공사로 아무런 대안이 없이 나가라고 합니다. 가게상가들에는 8억 원의 리모델링비와 각 개인에게 3천만원 저리 융자를 준다는데 우리에게는 어떤 대책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이들 청계천 노점상들에게 동대문운동장에서 노점을 할 것을 제안했으나 전노련 최인기 사무처장은 "시가 노점상을 동대문운동장에 밀어내고 장사를 묵인하겠다고 하지만 동대문운동장은 시가 문을 닫아 버리면 들어갈 수도 없으며 시의 필요에 따라 맘대로 할 수 있다"며 "서울시의 태도는 가이주단지나 이전 대책을 세우기보다는 음모적으로 먼저 행정 대집행을 한 후 동대문운동장으로 넣겠다는 의도 여서 신뢰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동대문운동장은 현재 야구장을 가끔 사용하지만 축구장은 상암구장이 생긴 후부터 거의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으며 운동장 자체도 철거 대상이라 시를 믿을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동대문 운동장에 들어갈 수 있는 자리는 400여개 밖에 되지 않아 현실적인 대안이라 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바리케이트에 걸린 '인도축소 저지하고 생존권을 사수하자'/ 인도를 축소하는 것은 노점할 공간이 없어진다는 것이다[참세상]


빈곤층이 800만에 육박하고 있는 요즘 국민기초 생활보장 문제, 실업률 등 사회 전반적으로 빈곤 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크게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빈곤 문제는 고용 문제가 핵심 원인이 되고 있는데 이런 측면에서 노점상은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최인기 사무처장의설명이다.

따라서 단속이 능사가 아니다. 노점상은 단속을 해도 다시 노점을 하지 않는다면 생계가 어렵기 때문이다. 최인기 사무처장은 "이런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한 해결 방안 없이 영세 상인들과 철거민들을 한겨울에 폭력으로 단속하겠다는 것이 국민을 살리자는 것인지 의문"이라면서 "용역을 체결해 세금을 낭비하기보다는 청계7,8가를 풍물단지화 시켜 벼룩시장이나 도깨비 시장으로 육성시킨다면 청계천 복원 사업과도 연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신: 오전 3시] 서울시 청계노점 강제철거 '폭풍전야'
3천여 철거반원·5천여 경찰병력 동원 '행정대집행'
청계노점상, 곳곳 바리케이트 설치 대비


청계천복원사업과 관련 서울시가 오늘(30일) 새벽을 기해 청계천 일대 노점에 대한 대대적인 강제철거에 나설 예정으로 있어, 이 일대 노점상들과 큰 충돌이 예상된다.

서울시는 지난 10일부터 25개 자치구와 함께 도로변 노점 등을 정비키로 하고, 30일에는 청계천 일대에 설치된 노점을 정비키로 했다.

경찰은 이날 서울시가 철거반원 3천여명을 동원해 청계천 일대 노점에 대한 강제철거에 나섬에 따라, 충돌사태에 대비해 청계로터리에서 옛 청계고가 입구까지 청계천 일대를 관할하는 성동·동대문·중부·종로경찰서 경비병력을 강제철거 현장에 투입했다.

이에 맞서 전국노점상연합 소속 회원 1천500여명은 청계8가에 상황실을 두고 청계천 전역에 바리케이트를 설치, 곳곳에 불을 피우고 서울시의 강제철거에 대비하고 있다. 전국민중연대 소속 단체 관계자와 학생들이 노점상들과 함께 현장을 지키고 있다.

오후 2시 현재 서울시 철거반원들이 현장으로 이동 집결하고 있으며, 경찰은 48개 중대 5천여 병력을 배치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전국빈민연합(전빈련)은 29일 성명을 내어 "서울시가 지난 7월 15일 '청계천복원사업과 관련해 노점상은 단속하지 않는다'라고 약속했으나, 이를 번복하고 공권력을 내세워 영세노점상을 몰아내려 한다."며 강력히 비난했다.

전빈련은 "아무리 국책사업이라고 하더라도 노점상에 대한 생존권을 말살한 채, 대책없이 공사를 강행할 수 있는 것인가"라고 비난하며,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절차도 없이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폭력철거를 조장하는 것이야말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청계노점상들은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생존권을 지켜내겠다는 각오다. 그동안 서울시가 노점상과의 약속을 뒤집는가 하면, 대화를 차단하고 탄압만을 자행해, 이에 맞설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청계천노점상 생존권사수 투쟁위원회는 같은날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시가 최근 공사기간 동안 동대문운동장으로 노점을 자진 이동할 것을 요구했다"면서, 이는 지난 10월 15일 면담에서 서울시 측이 밝힌 내용을 뒤집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쟁위원회에 따르면 당시 서울시 측은 "청계천 노점상들이 대부분 생계형인 것을 서울시에서도 알고 있다. 노점상들이 복원되는 청계천 환경에 맞게 노점을 규격화하고 깔끔하게 만들고 거품을 제거하면서, 청계천 라인에 시범구간을 설정해 단계적으로 공사를 추진하고 함께 논의하자."라고 밝혔다.

투쟁위원회는 "'복원=노점없는 환경'이 아니며 충분히 청계천 현장에서 노점상들이 장사를 할 수 있고, 그간 청계천 벼룩시장의 가치를 유지 발전시킬 수 있음에도 (서울시가) 이 모든 것을 부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종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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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철거 , 노점상 , 청계천 , 청계천복원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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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처음처럼

    11월 30일 현재 노점상들의 좌판은 독거미처럼 권좌에 앉아 민중의 피를 빨고 있는 부르조아 앞잡이 노무현 정권과 그의 하수인 폭력깡패집단 서울시의 폭력에 어이없이 빼앗겼다. 그 날은 패배했다. 그래, 그 날은 우리들의 밥줄을 지켜 내는데 실패했다. 그러나, 그 날은 패배한 것이다. 우리들은 그렇게 종종 패배하기도 했었다. 질긴 놈이 승리한다. 우리 노점상들은 11월 30일에는 패한 것이다. 그러나 질긴놈이 승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