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 반세계화 활동가 영국 집결, 도심 곳곳서 충돌

"기후협약 아프리카 빈곤퇴치 등 불투명한 내용 뿐"

기후변화와 아프리카 빈곤문제 등을 논의할 G8(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러시아) 정상회담이 6일부터 8일까지 영국 스코틀랜드의 소도시 글렌이글스에서 개최된다.

정상회의를 주최하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기후 변화와 아프리카 빈곤을 주요 의제로 설정했다. 그 외 테러와의 전쟁, 핵 비확산, 중동·북아프리카의 개혁 지지 프로그램 등도 논의 될 예정이다.

전세계의 반세계화 활동가들이 집결할 것으로 예상되는 영국 글레이글스에는 1만600명의 경찰을 차출해 배치하는 등 영국은 사상 최대의 경찰력을 동원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또한 4일 무정부주의자(아나키스트)들과 반세계화 활동가들이 경찰과 충돌해 90여 명이 체포되고 21여 명(경찰포함)이 다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편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G8 정상들에게 '아프리카의 빈곤을 뿌리뽑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을 취해달라'고 촉구하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도 옵저버로 참석해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 반세계화 활동가가 스프레이로 벽에 구호를 적었다. [출처: Ian Rutherford]
기후협약 절실, 곤혹스런 '오염왕국' 미국

올 2월 발효된 교토의정서는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이산화탄소 등 6개 온실가스에 대해 각 국별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1990년 대비 평균 5.2% 이상 감축해야 하는 강제 조항을 담고 있다. 물론 배출량의 매매도 가능한 상황이지만, 미국은 지난 2001년 교토의정서를 탈퇴했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의 24%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이 빠진 상태의 교토의정서는 유명무실 하다는 세계적 여론이 강하기 때문에 영국은 미국의 동참을 적극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블레어 영국 총리는 지구 온난화의 문제에 대해 '우리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협'으로 규정했고, 정상회담을 통해 기후 변화에 대한 통제조치의 필요성을 공유하고 합의를 이루기를 희망하고 있다. 또한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블레어 총리의 경우 '이라크 전쟁 지원'과 조지 부시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 등을 앞세워 미국에 '성의'를 보이도록 유도해 왔다고 전하고 있다. 나아가 지난 3일 러시아령 칼리닌그라드에서 비공식으로 진행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의 정상회담에서도 '기후 변화에 대한 합의를 이룰 것'이라는 기후협약의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 영국 ITV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은 교토의정서나 그와 유사하게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하는 어떤 협정에도 서명하지 않겠다"며 반대 입장을 재확인 했다. 나아가 "온실가스 배출 규제보다는 신기술 개발로 풀자"는 제안 해 교토의정서를 지지해온 유럽 연합과의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또한 성명초안을 작성하는 실무회의에서도 여러 쟁점들에 대한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7월 2일 행진을 하고 있는 모습
전쟁이 아닌 빈곤퇴치를 위해 힘쓰라

국민적 여론을 의식한 블레어 총리는 극빈국을 위한 100% 부채 탕감, 아프리카 원조 2배 증대,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무역 장벽 개선 등 아프리카 빈곤 퇴치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좀더 근본적인 대책을 내 놓아야 한다는 국제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런던에서 열린 G8 재무장관 회의에서 아프리카 15국을 포함한 세계 최빈국 18국의 부채 400억 달러를 탕감하기로 합의한 상태이다. 3000억 달러에 이르는 아프리카 전체 부채를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액수이기도 하다.

이런 G8의 빈곤퇴치 프로그램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 나마의 약속도 지키지 않는 ‘립 서비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 예로 영국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계획을 내놓거나 이미 다른 프로그램에 쓰이는 예산을 슬쩍 돌려 새로 만든 것처럼 꾸미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또한 부시 미 대통령의 경우도 2년 전 아프리카를 찾아 에이즈 치료비용으로 150억 달러를 내 놓겠다고 해 놓고 정작 의회에 예산지원을 요철할 때는 지원 규모를 줄여 버리기도 했다는 것이다. 생색은 내지만 실속은 없다는 지적이다. 관련해 영국의 NGO 단체 옥스팜 등 구호단체들은 ‘영국 정부가 지원 약속을 지키는 것보다 아프리카 빈곤 문제를 정부 선전에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일각에서는 아프리카 경제 문제의 초점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과거 아프리카 착취로 엄청난 이득을 취한 서구국가들이 아프리카에 막대한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주빌리사우스 처럼 ‘부채를 완전 탕감해야 한다’고 주장도 있다.

  한 축제 거리 시위중 한 활동가가 거리를 막은 경찰을 향해 오고 있다. [출처: REUTERS]
반세계화 활동가들은 영국으로 모이라

전세계 반세계화 활동가들이 영국으로 모이고 있다. 영국에서는 최대의 경찰을 차출해 놓은 상황이고 행진 과정에서 경찰에 의해 진압 당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외신에 따르면 곳곳에서 벌어진 집회로 인해 이미 90여 명이 연행됐고 21여 명(경찰 포함)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각) 글렌이글스에서 약65㎞ 가량 떨어진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에 모여든 20만여 명의 시민들은 '빈곤을 역사속으로(Make Poverty History)'라는 구호를 외치며 아프리카 부채 탕감 등을 결의할 것을 촉구했다.

'빈곤을 역사 속으로(Make Poverty History)'라는 단체의 리처드 버넷은 “전 세계 아이들이 빈곤으로 인해 3초에 한 명꼴로 죽어가고 있다.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참사를 방치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이후 런던 하이드파크로 행진한 후 'Live 8' 콘서트에 참여했다.

특히 이날 집회에서는 에든버러 도심을 중심으로 간선 도로를 5시간 동안 행진하며 `거대한 흰색 팔찌' 모양을 만드는 대장 관을 연출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빈곤퇴치를 촉구하는 자선 팔찌인 `화이트 밴드'의 모양을 만든 것이었다. 22만여 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정된 이날 행진에는 스코틀랜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집회로 기록됐다.

또한 지난 3일 전 세계 10개 도시에서 아프리카 빈곤추방을 위한 자선 콘서트 ‘라이브 8’에는 150만 명이 참가해 G8 정상들을 압박했다.

영국 런던 공연에서 가수 스팅은 자신의 곡을 개사해 “당신이 깨뜨리는 맹세마다, 거짓된 당신의 미소마다, 당신이 챙기는 몫마다, 우리는 지켜볼 것입니다(Every vow you break, every smile you fake, every claim you stake, we’ll be watching you)”라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회의 시작을 앞둔 지난 4일(현지시각) 회의가 개최되는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 도심에서는 잦은 충돌이 빚어지는 등 회의를 둘러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다. 캐닝 거리에서는 300여 명의 반세계 활동가들이 경찰에 의해 고립되는 상황이 발생했고, 광대복장을 하거나 마스크를 쓰거나 검을 깃발을 흔들면서 행진을 하던 1000여 명의 활동가들도 경찰에 의해 진압당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서 광대 복장을 하고 참석한 체피 도밍게스(Chuffy Dominguez) 는 "믿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다. 경찰이 거리에서 축제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곤봉을 휘둘렀다. 그것은 이미 계획된 작전 같았다“고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7월 4일 에던버러 도심 상황 [출처: REUTERS]

  7월 4일 에던버러 도심 상황 [출처: REUTERS]

  7월 4일 에던버러 도심 상황 [출처: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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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 G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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