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수들 "정부 교육정책, 더 이상은 못봐준다"

'국립대법인화반대 사립학교법개정 교수노조합법화' 교수연대 기자회견

전국 교수들이 정부의 대학교육 정책을 더 이상은 두고볼 수 없다며 한 자리에 모였다. 전국교수단체연대는 31일 오전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국립대 법인화 반대! 사립학교법 개정! 교수노조 합법화!'를 위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9월 국회를 앞두고 있고 정부가 연 이은 대학개혁 정책을 내놓은 시점에서 정부의 악수(惡手)를 비판하고 올바른 교육개혁을 촉구하는 자리였다.


전국교수연대, "앞으로 교육사안에 대해 공동투쟁 벌일 것"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전국교수노동조합(교수노조),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 전국전문대학교수협의회(전교협), 학술단체협의회(학단협),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비정규교수노조), (사)한국사립대학교수연합회(사교련) 등 7개 교수단체로 이루어진 전국교수단체연대는 지난 19일 워크숍을 갖고 현 정부의 교육개혁 정책, 특히 대학교육 정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응을 모색했다. 그 워크숍의 1차적 결과가 바로 이날 기자회견이었다.

김상곤 교수노조 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우리는 이제 대학교육의 문제, 주요 이슈를 일괄해서 공동으로 대응하고 투쟁해서 대학개혁을 올바르게 이끌어 나가자는 데에 합의를 이뤘다"며 "이는 대단히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오용록 교수노조 부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은 주경복 민교협 대표의 인사말로 시작됐다. 전국교수단체연대의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주경복 민교협 대표는 "새 학기를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매우 착잡하다"며 운을 띄웠다.

  전국교수연대 상임대표 주경복 민교협 대표

주경복 대표는 "9월 새로운 국회가 열리는데, 과연 이번 국회에서 우리가 이제까지 싸우고 때론 고수하고 또 주장해온 사안들이 제대로 법개정, 법제정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매우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이어 국립대법인화 정책에 대해 비판하면서 "사회 여러 분야 중 제도적으로 가장 민주화되지 않은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한다"며 발언을 마쳤다.

대학법인화? = 대학사영(私營)화!

'대학개혁촉구 발언'의 첫 순서로 교수연대 상임대표를 맡은 김송희 국교련 회장이 '국립대 법인화 저지' 발언에 나섰다. 김송희 국교련 회장은 국립대학특수법인화정책이 국립대학을 민영화시키는 방편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김송희 회장은 "대학법인화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대학의 공교육을 포기하겠다는 얘기"라며 우려를 표했다.

  교수연대 상임대표 김송희 국료련 회장

국립대법인화란 국립대를 국가기관에서 떼어내 예산, 조직, 인사에서 자율성을 주겠다는 것. 최근 김진표 교육부장관은 "특수법인으로 전환하는 대학에 대해서는 고용승계를 보장하고 공무원 연금 혜택이 지속되도록 하는 한편, 전환하지 않는 대학에 대해서는 교수 정원이나 예산배정 등 행정,재정 지원에서 차등을 둘 방침"을 밝혀 사실상 법인화를 강요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교육부는 이러한 내용의‘국립대 운영체제에 관한 특별법안'을 정기국회에 법제화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교육부는 일정 요건이 갖춰진 국립대부터 자발적으로 특수법인으로 바꾼다는 방침이지만 특수법인으로 전환하지 않는 대학에 대해서는 교수정원 및 예산배정 등 행·재정적인 지원에서의 차등을 두는 등 국립대법인화를 전면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한 것이나 다름 없는 상황이다.

김송희 회장은 대학법인화가 도입되면 "대학 교육은 시장경제 논리에 맞추게 되고 따라서 기초교양학문 수업은 줄어들고 궁극적으로 기초학문은 붕괴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또 "대학이 수익사업을 하게 돼서 등록금은 인상될 수밖에 없고 이는 빈부격차 세습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 사학법은 도둑이 훔쳐놓은 물건 돌려놓으면 처벌 안 한다는 것"

'사립학교법개정' 촉구 발언은 박원주 사교련 이사장이 맡았다. 박원주 이사장은 "이번 정기국회에서야말로 반드시 사학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현재 사학법은 비리사학을 전적으로 옹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원주 이사장은 이를 "도둑이 훔쳐놓은 물건을 돌려놓으면 처벌을 안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김상곤 교수노조 위원장은 "현재 정치정세에 대해 한 마디 안 하고 넘어갈 수 없다"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김상곤 위원장은 "지역구도 타파 명분으로 대연정을 제시하면서 권력이양을 거론하더니 임기단축 얘기까지 나오는 등 초유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며 "이런 정세는 우리가 바라는 올바른 교육개혁에 결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연정만 이루어진다면 국보법, 대학개혁 관련법을 2,3년 유예할 수 있다는 여당 의원들 발언"에서 이미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는 것. 김상곤 위원장은 "사회개혁을 염원하는 국민들을 생각하며 노무현 대통령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상곤 교수노조 위원장

교수노조합법화 주장 - "올바른 대학개혁 위해 교수의 자주적 노조 필요"

이어 교수노조 합법화에 대한 위원장의 발언이 계속됐다. 김상곤 위원장은 "우리 사회 지식인의 사회적 역할과 대학개혁을 올바르게 이뤄내기 위해서 자주적 조직이 필요하다"며 교수 노조가 출범한 의의를 설명하고,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합법화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김상곤 위원장은 "대학개혁을 위해서는 교수협의회와는 별개로, 단체교섭권을 가진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데에 교수연대가 문제의식을 공유했다"고 밝히고 교수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제도적 보장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은 이화영 전교협 의장의 기자회견문 낭독으로 마무리됐다. 교수연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립대학특수법인화와 국립대학재정특별법 제정시도를 즉각 중지할 것 △사학 비리를 옹호하는 사립학교법을 개정할 것과 대학을 투기장화하는 대학구조개혁법 제정시도를 즉시 중단할 것 △교육과 연구의 발전 및 교수들의 권익신장을 위해 교수노동조합의 활동을 법적으로 보장할 것 △고등교육재정을 획기적으로 확충하기 위해 법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 △비전문가집단인 교육인적자원부를 개혁할 것 등과 노무현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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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는 자

    요즘 국공립대 법인화 문제가 셋상의 핫 이슈로 떠 오르고 있다. 물론 여론에서는 크게 다루어 지고 있지 않지만 현재 전국 교수님들이 모여서 법인화에 반대하고 있다. 법인화 관련 보도도 mbc나 sbs에서는 1500명이라는 거대한 교수님들의 법인화 반대 시위 행렬을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닌데도 국민들에게 보도하지 않고 kbs에서만 특별 취재로 보도하였다.과연 다른 방송국에서는 그렇게 크게 사회적으로 보도되어야할 사항을 그렇게 사장해 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mbc나sbs방송국이 어떤 외부의 압력이나 사적인 이익에 의해 자신들의 눈과 귀를 막아버린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우리가 먼저 눈여겨 보아야할 것은 학생들의 입장이다. 지금 정부는 일본의 국공립대가 법인화가 된 후 1100억엔을 벌여들여 성공했다고 보지만 그것은 실제적인 이익이 아니다. 예를 들면 의과 대학에서 운영하던 부설 병원의 이익이 그대로 법인화된 대학의 돈으로 따라갔기 때문에 그렇게 차익이 남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런 유명무실한 이익을 우리가 법인화의 성공한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렇기에 무조건 선진국 일본의 시스템의 변화를 받아들일게 아니라 현 우리나라 실정을 생각해 보고 무엇보다 변화를 하게 되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학생들의 입장을 생각해 보는 것이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교육이라는 것은 목적이 되어야지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 배우려고 하는 자에게 배울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참된 교육의 목적이다. 그런데 법인화를 한다면 인상된 등록금으로 인해 학업을 포기할 학생들이 얼마나 많아질지 눈에 뻔히 보일 일일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거짓말을 안하는 유일한 것이 공부라고 했다. 그리고 그 공부를 통하여 가지지 못한자, 배우지 못한 자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이루는 것을 소망하고 노력하게 된다. 그런데 그런 사회적 약자의 마지막 백그라운드마져도 빼앗아 버리는 것이 과연 잘하는 것인가?
    우리 사회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는 이들의 마음에 대못을 박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