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수 1500여 명 거리로

"국립대법인화 기필코 막는다" 전국국공립대학 교수대회

1500여 명의 대학교수들이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종로 거리에 섰다. "공교육 말살하는 국립대 법인화를 중단하라" "학부모 교육비 가중시키는 법인화를 반대한다" 양복 차림의 교수들은 어색한 팔뚝질을 하면서도 힘차게 구호를 외쳤다.


24일 오후 두 시 종묘공원에서는 '국립대학 법인화 추진 저지를 위한 전국국공립대학 교수대회'가 열렸다. 멀리 제주에서부터, 충청, 전라, 경상, 강원, 경기 그리고 서울에서 모인 1500여 명의 교수들이 종묘공원을 빽빽이 채웠다.


전국국공립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 주최로 열린 이날 집회에는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전문대학교수협의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등 교수단체와 전국대학노동조합, 공무원노조교육기관본부 등이 참석했으며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 박경양 전국참교육학부모회 회장, 박경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등도 자리에 함께 했다.

"등록금 인상, 기초학문 붕괴, 대학자치 말살.." 안봐도 뻔한 법인화 결과


전국에서 모인 교수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국립대 법인화는 곧 "교육에 대한 국가의 공적 책임의 포기"라고 입을 모아 비판했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내세우는 명분인 대학 경쟁력 제고는 결코 법인화를 통해 이뤄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교육현실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교수들은 국립대가 특수법인화 될 경우 등록금 인상으로 인해 학부모의 부담이 증가할 것이며 기초학문의 붕괴와 더불어 학문의 자유, 대학의 자치를 말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회사에 나선 김송희 국교련 상임회장은 한국 대학의 약한 경쟁력의 주요 원인이 대학에 대한 투자 부족에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의 고등교육 공교육비는 OECD국가 평균의 6분의 1도 안 되는 0.3%에 불과하고 교수대 학생의 비율도 OECD 평균은 15대 1이지만 한국의 경우 53.9대 1인 것이 우리 교육 현실"이라고 지적한 김송희 회장은 "이런 국가의 잘못을 오로지 대학에게만 떠넘기며 법인화를 통해 대학을 민영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정부의 대학정책을 비판했다. 또 "교수들이 모여 집회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앞으로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더욱 강력히 우리의 의지를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최순영, "민노당 국립대학법 제정키로 했다"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은 "대학이 법인화 될 경우 기초학문의 붕괴와 교육 양극화, 교육의 세습화는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결국 돈 없는 사람은 대학에 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노동당은 서울대의 설치령 폐지를 촉구하는 안을 정기국회에 내기로 했고, 또 국립대학법을 제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경화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은 앞서 대학법인화를 추진한 일본의 사례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일본의 학부모와 교사들은 만났더니 교원평가를 실시하고 대학이 법인화된 지금 일본 교육이 파탄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하더라"며 "이제 교수들과 전교조가 함께 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상곤 교수노조 위원장

김상곤 교수노조 위원장은 "교수들이 이 자리에 모인 것은 역사적인 사실"이라고 말하고 교수들이 함께 대학 법인화 저지, 사립학교법의 민주적 개정, 교수노조의 합법화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곤 위원장은 "이 나라의 교육을 위해, 대학의 발전을 위해, 우리 사회 민주화를 위해 교수들이 주체가 되어 나가자"고 힘주어 말하고 "교육의 시장화를 최우선 가치로 추진해온 정부 정책을 막아야 한다"고 전했다.

주경복, "교수들 이제 권위 벗고 교육주체들과 연대 투쟁해야"

  주경복 민교협 공동의장

주경복 민교협 공동의장도 "중요한 것은 법인화 정책이 교육을 시장 논리로만 접근하는 방향 속에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을 보탰다. 주경복 공동의장은 "일부 언론에서는 여러분을 집단이기주의라고 매도하고 있는데, 사실 나름대로 그 동안 교수들이 권위적으로 학생이나 다른 교육 주체들을 무시한 부분은 있었다"고 말하고 "이제 교육을 공공적으로 지키고자 하는 모든 세력이 함께 연대하고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태기 공무원노조교육기관본부 본부장은 "지금의 교육의 위기는 교육철학이 부재한 교육관료들이 휘둘러대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교육철학이 없는 김진표 장관은 물러나야 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철학이 뭔지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하 국교련 정책위원장의 기간 법인화 추진 반대의 경과 보고가 있은 뒤 결의문 낭독으로 본대회가 마무리됐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대학의 자율성과 민주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국공립대학 법인화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 △국민들의 고등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하는 법인화를 즉각 중단할 것 △민주적 대학운영을 빙자한 외부의 교육 비전문 인사로 구성된 이사회를 통해 대학을 통제하려는 법인화를 중단할 것 등을 요구했다.


대회를 마친 집회 참가자들은 종묘공원을 출발, 명동성당까지 거리행진을 했다. 이들은 명동성당 앞에서 향후 활동을 결의하며 해산식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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