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새물맞이' 그들만의 축제

"그들만의 서울이 영원하다는 것은 장애인에게는 오히려 고통”



[%=영상1%]
서장연․이동권연대 거리선전전 진행

1일 역사적인 청계천 개통식이 열렸다. 이날 오후 6시 서울시는 ‘청계천 새물맞이’ 축제를 성대하게 열었고, 온 나라가 47년 만에 열리는 물길을 축하했다. 그러나 같은 시각 떠들썩한 축제의 현장 한 귀퉁이에서는 ‘청계천은 차별천’이라는 장애인들의 처절한 외침이 있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서장연)와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이동권연대) 회원 20여 명은 광교 부근 청계천 변 일대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장애인 등의 접근권 확보를 위한 거리 선전전’을 진행하려 했다.

장애인들은 그간 서울시에 수차례에 걸쳐 “청계천 복원 기본 계획 수립 및 설계 단계에서부터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복원되는 청계천에 장애인 접근권을 보장하는 실질적인 개선조치를 마련하라”고 요구해왔다. 이들은 이번에 개통된 청계천이 산책로의 좁은 유효보도폭(40-50cm) 그리고 장애인등이 이동할 수 있는 청계천 횡단교량과 진입경사로 부족으로 “장애인등의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해왔고, 이날 선전전을 통해 청계천 복원에서 간과되고 있는 교통약자의 접근권 문제를 시민들에게 알릴 계획이었다.


경찰, 선전전 원천봉쇄 및 해산조차 가로막아

그러나 이날 장애인들은 선전전을 진행할 수 없었다. 경찰은 이날 3시 30분 경 서장연과 이동권연대 회원들이 광교 조흥은행 본점 건너편 부근에서 선전전을 시작하려 하자마자, 이들을 겹겹이 에워싸고 이동을 완전히 봉쇄했다. 장애인들은 경찰의 조치에 강하게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심한 몸싸움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날 경찰의 조치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노무현 대통령까지 참석하는 역사적인 ‘청계천 새물맞이’ 행사는 ‘조용히’ 그리고 성대하게 치러져야 했고, 따라서 장애인들의 ‘시끄러운’ 요구는 ‘무시’되어져야 했던 것.

장애인들은 경찰들의 벽에 가로막힌 채 그 자리에서 ‘장애인을 배제한 이명박 서울시장은 사과하라’, ‘장애인의 접근권을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2시간 가량 농성을 벌였다. 한편, 장애인들의 농성이 진행되는 동안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한 시민은 “청계천을 복원하는데 돈을 수천억이나 쏟아 부었다고 하는데, 장애인 이동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하며 “장애인들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청계천이 되어야 한다”고 장애인들의 주장에 동의를 표했다.

반면, 또 다른 시민은 “이런 좋은 날에 왜 길을 막고 데모를 하냐”며 장애인 단체 회원들을 향해 거칠게 항의했다. 그는 “장애인들도 차별받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는 알겠는데, 이런 식으로 오늘 같은 날 데모를 하면 정치적 사주를 받았다고밖에 볼 수 없지 않냐”며 뜬금없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이날 경찰은 장애인들의 선전전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이동까지 가로막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로 장애인들을 비롯해 시민들의 격렬한 항의를 받았다. 경찰의 원천봉쇄 속에 옴짝달싹 못하는 장애인들은 그 자리에서 정리 집회를 진행 한 뒤 5시 40분경 해산하려했다. 그러나 경찰은 정리 집회를 마치고, 해산하려는 장애인들을 막아섰다. 이에 장애인들은 “집에도 맘대로 못 가게 하냐”며 “통행을 가로막는 법적근거를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경찰은 끝내 법적 근거를 밝히지 않았고, 종로경찰서 정보과 관계자는 “단체로 해산하지 말고, 1명 혹은 2명 씩 따로 떨어져 종로 3가까지 가서 집에 가라”며 “그렇지 않으면 길을 열어줄 수 없다”는 황당한 제안을 내놨다. 결국 장애인들은 해산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통행권 보장을 요구하며, 또 다시 농성을 벌여야만 했다.


노 대통령과 이 시장, 덕담 나누며 청계천 개통 축하


한편, 장애인들이 집에도 가지 못한 채 농성을 벌이고 있던 오후 6시 ‘청계천 새물맞이’ 행사가 시작됐다. 이날 행사에서 이명박 서울시장과 노무현 대통령은 서로의 공을 한껏 치켜세워주며, 청계천 개통을 축하했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인사말을 통해 “착공 전 2003년 6월 국무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청계천 복원의 뜻을 이해해주시고, 지원을 약속해주신 것이 큰 힘이 되었다”며 노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이명박 시장은 “600년 고도 서울이 잃어버렸던 맑은 물과 시원한 바람 길을 이제야 다시 찾게 됐다”며 “서울이여 영원하라”고 말했다.

이어진 축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결단을 내리고 강력한 의지로 이 사업을 추진한 이명박 서울시장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고 화답하며 “청계천은 복원 사업을 통해 서울은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의미 있는 도시가 될 것”이라고 축하인사를 전했다.

“누구를 위한 서울시인가?”

전경들의 어깨 넘어, 대형스크린을 통해 전해진 이 시장과 노 대통령의 축사를 듣고 있던 한 장애인은 “누구를 위한 서울시인가? 이명박 시장과 노무현 대통령이 바라는 서울에는 장애인은 없다”고 읍소하며 “그들만의 서울이 영원하다는 것은 장애인들에게는 오히려 고통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날 장애인들은 결국 오후 7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물론 장애인들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해산했다. 경찰은 이날 휠체어를 탄 장애인 1명 당 5-6명의 '호위대'를 붙여 종로 4가 까지 ‘안내’한 뒤 이들을 해산시켰다. 이들이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해산하는 동안 청계천 일대에는 수만 명의 시민들이 청계천 개통을 축하하는 ‘축제’를 즐겼다.


태그

서울시 , 청계천 , 장애인이동권연대 , 이명박 ,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김삼권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허허

    한 시민의 음모론은 정말 '뜬금없다'.
    정치적 사주라니.. 그럼 그런 상징적인 때 아니면
    언제 나와서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내나?
    그리고 사진보니까 1001 나왔네... 완전 미쳤구나 미쳤어.

    정말 기사에 나온 어떤 분 말처럼,
    이명박 시장이 영원하길 바라는 서울 안에
    장애인은 없는 것인가.

  • 완전기절

    "우리"라는 말 속에 배제되어 있는 장애인들.
    이명박과 노무현. 지들의 잔치를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지 두고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