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영동에서 상경한 엔텍지회 조합원 35명은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주)엔텍 본사 사무실을 낮 12시 50분경 기습적으로 점거하고 △노동조합 인정 △성실 교섭 △직장폐쇄 철회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쳤다. 이 과정에서 본사 직원 및 관리자들과 조합원간에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성세경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산안부장은 "우리는 오늘 여기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끝장을 보려 상경한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제대로된 싸움을 시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파업 접고 일하겠다는데도 직장폐쇄 유지
근속 15년에 월 65만원이라는 지독한 저임금, 관리자들의 욕설과 비인간적 처우에 반발하며 지난 4월 5일 노동조합을 설립한 엔텍지회는 5월 11일 단체행동에 돌입한지 6일만에 사측의 직장폐쇄를 당해야 했다.
조합원들만을 대상으로 단행된 직장폐쇄로 극심한 생계 곤란을 겪게 된 노동조합이 지난 7월 15일 '단체행동 중단'을 선언했지만 직장폐쇄는 아직까지 풀리지 않고 있다. 노조가 7월 15일부터 거의 매일같이 사측에 공문을 보내 '근로 제공의 의사'를 밝히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같은 사태가 지속되는 것은 사실상 노동조합을 인정조차 하지 않으려는 사측의 의도라는 지적이다.
김영자 엔텍지회 여성부장은 부분 직장폐쇄에 대해 "조합원들에 대한 집단 정리해고나 마찬가지"라고 성토했다.
지노위 명령 불복, 단협은 무조건 '수용불가'
이후 3개월이 지났지만 사측은 사과 공고문을 게시하지 않고 있으며 무려 7개월 동안 제대로 된 교섭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노동조합이 제시한 단협안에 대한 사측의 입장은 '모두 수용불가'이다.
조합원들은 사측의 저임금과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불만도 상당히 높았다. 1991년에 입사한 조합원의 급여 명세서를 확인한 결과 지급총액이 817,420원, 세금 공제 후엔 648,210원이어서 법정 최저임금인 642,840원에 간신히 턱걸이한 수준이다.
대부분 중년의 여성 노동자들로 구성된 조합원들에게 젊은 관리자들이 행하는 반말과 욕설, 협박도 일상적이었음이 드러났다. 김영자 여성부장은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할 것을 강요하는 것은 물론, 화장실도 제대로 못가게 감시하고 '불만 있음 나가'라는 등의 반말과 욕설에 늘 시달렸다"고 전했다.
박원철 지회장은 "모든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고 지노위의 판결까지 어기는 악질 사업장에 대해 영동 지역에서 고립된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며 본사 상경 투쟁의 이유를 설명하고 "이번 투쟁으로 엔텍 문제가 쟁점이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노동조합의 단협요구안에 대해 사측이 '안'이라고 내놓은 한장짜리 문서에는 모든 조항에 '수용불가'라는 단어만 제시돼 있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