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 정도 반발은 각오했나?'

[기자의 눈](2)'신자유주의 시장 정책' 강행 고수, '쌀협상 비준' 정부 주장 뜯어보기

통외통위 ‘쌀비준’ 통과 이후 지난 10월 27일 국정홍보처에서 발송하는 '국정브리핑'에는 "'쌀 비준' 빨리 매듭 지어야 할 '국제 약속'"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더 이상 늦어지면 국가 신뢰도 하락, 통상 분쟁이 우려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정부의 주장과 비등한 국정홍보처의 기사에 근거해 정리해보면, 정부는 현재 쌀 비준에 대해 △국제 약속, 신뢰도 추락을 우려한 불가피한 상황 △20년 관세 유예는 세계 유일한 사례 △비준 안 하면 자동관세화 됨 △ DDA 이후는 오히려 사태를 불확실하게 만드는 것 △의무수입물량 국제입찰 통해 하려면 4개월은 소요됨으로 빨리 마무리 되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정부는 '2013년 농업종합 대책'을 세웠고 119조원의 투융자 계획을 세웠다는 것을 강조했다. 쌀 소득보전직접지불제를 도입했고, 공공비축제도 논의하고 있으니 대책으로 '이만하면 되지 않겠냐'고 반문하고 있다. 나아가 외국쌀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체질 강화'와 '구조조정'에 역점을 두고 소득지지 정책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책도 있고, 돈도 투자하고, 정책적으로 지원도 하겠다 하니 듣기에는 대충 구색이 맞춰진 거 같다.

두 가지 부분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하나는 정부 주장에 대한 부분 그리고 또 다른 부분은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정말 '대책' 답게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다. 후자의 부분은 관련 기사들로 대체한다.


'쌀비준' 국제 신뢰도와 국민 기본권

UR 협상(우루과이라운드) 당시 정부는 이미 '쌀 시장 개방만은 안 된다'는 자신의 목표도 지켜내지 못했다. 미숙한 교섭 전략으로 인해 오히려 다른 영역들을 추가 확대해야 했다. 나아가 1994년 초 양허안 확인작업과정에서는 UR(우루과이라운드) 타결 시 제출했던 농산물 분야 양허표를 상당부분 수정한 양허표를 제출(1994년 3월 25일)하며 '재협상 불가'라는 원칙을 스스로 깨뜨린 경험이 있다.

다른 측면에서, 정부는 이미 '협상 완료'의 상황을 전술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있다. 쌀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내용 공개는 고사하고, 협상 결과를 WTO사무국에 통보하고 이행계획서 수정안이 WTO 검증절차를 마치고 '최종 확정'되는 과정에서도 정부는 협상 내용의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결국 이면 합의의 논쟁이 불거지자 협상의 핵심내용을 빗겨가며 '이면합의가 아니다'라며 발뺌하기에 급급했다.

한국 정부, 교섭 당사국 그리고 WTO 관련 조직위에서는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을 정작 한국인들만 ‘정확히’ 모르고 있다. 이미 10년에 걸쳐 '쌀시장 개방 반대'를 주장하는 주체들이 엄연히 있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을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지금의 상황을 ‘조건적으로’ 몰아 붙이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미 WTO라는 벗어나지 못할 덫을 스스로 치고, 협상을 완료했다는 그 덫에 걸려 빠져 나올 수 없다고 엄살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WTO를 앞세워 이미 이행계획서도 받았으니 다른 협상국들 생각해서라도 자기 체면 좀 봐달라는 꼴이다. WTO라는 큰 형님 앞세워 반발하고 나서면 '무역 분쟁 일어난다' '무역 보복 당한다'며 오히려 국민들에게 '당해 봐야 알겠냐'며 윽박 지르고 있는 모양새다.

물론 국제사회에서 '정부간 합의 사항도 국회 비준도 못 받느냐'면서 한국정부가 ‘정말’ 무능하다고 비판받을 수 있다. 사실 무능력 하다는 지적이 맞다. 요구나 의견을 사전에 제대로 조율하지도 못했고, 만료시기가 됐으니 '덜컥' 협상에 나가는 것도 그렇다. 협상하고 돌아 와서는 양국합의문 조차도 공개하지 못하고 이면 합의 논란에 휩싸인 경우도 ‘무능함’의 극치를 보여준 예라 할 수 있다.

또한 '세계 경제 10위권의 한국'이라는 자기자만에 빠져, 자국 국민들이 살아갈 방도를 고민해야 할 정부가 그 책임을 버렸기 때문에 무능하다는 지적이 맞다.

심지어 최근에는 이런 '국민적 반대' 여론에 ‘상당히’ 단련된 듯한 모습도 보인다. 어차피 10년을 끌어온 '쌀 비준'을 처리하려면 이 정도 진통쯤이야 예상했다는 식의 정부의 반응이다.

법적으로 국회의 비준동의가 조건으로 명시되어 있지만, 비준동의의 절차 완료시한은 명시돼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의 절차는 합리적 기간 안에 이뤄지기만 하면 된다. 12월 WTO DDA 협상 결과가 나올 때까지 동의안 표결을 유보한다고 해서 커다란 차질이 빚어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DDA 협상 결과와 기존의 쌀 협상안의 유불리를 면밀히 비교 검토한 후 결정해도 늦지 않다. 반대하고, 옳지 않다고 하는 국민여론을 ‘꺾고’ 국회에서 ‘강행’ 통과하는 것이 어떠한 부작용을 나을 지는 지금까지 충분히 봐왔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핵심 관건은 ‘시기’조절을 판단하는 정부의 의지의 문제이다.

비준안 거부하면 자동관세화로 가나? 그렇지 않다.

국정홍보처는 국회에서 ‘비준을 안 하면 자동관세화가 된다’는 근거로 비준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여기서 확인할 것은 대부분의 단체들이 ‘비준을 하지 말자’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비준 시기를 DDA 이후로 연기하자’는 것이다. 또한 그 기간 동안 쌀 시장 개방에 따른 국내 시장 영향력 평가나 부족한 대책들을 좀더 보강하는 시간으로 벌자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농민-사회단체들의 주장에 ‘그럼 비준하지 말자는 것이냐’라는 식으로 반응하며 오히려 문제의 핵심을 흐리고 있다.

또한 올해 안에 비준을 거부하게 되면 바로 일반관세가 적용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것은 WTO 법의 성격을 과대 해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송기훈 변호사는 정부의 이런 해석이 ‘WTO 법에 대한 오해’에서 근거한다고 주장한다. 송기훈 변호사의 경우 "WTO 법이 합의에 따른 의무를 전제하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비준 거부로 쌀 협상이 무효가 됐다고 해서 관세화 의무가 발생한다는 식의 결론은 WTO 법의 기본원칙에 어긋나는 해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최근 최성 열린우리당 의원의 조사 결과만 봐도 이런 주장이 억측임을 알 수 있다. 최성 의원은 통상관련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는데, 내용을 보면 쌀협상 비준동의안의 국회 통과시기에 대해 ‘연말의 DDA 협상결과를 보고 추진하여도 늦지 않다’는 의견이 40.3%로 조사되어 ‘가급적 빨리 비준되어야 한다’(44.1%)는 의견과 비등하였다. 또한 만약 쌀협상안이 국회에서 비준 거부되거나, 연내 통과가 불가능할 경우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서도 ‘자동관세로 갈 것이다’라는 의견은 15.0%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리고 설령 비준안이 통과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국가 간 협의 조정’ 절차가 있기 때문에 곧바로 관세화로 가지 않는다는 지점도 있다.


양자합의문은 팩퀴지다, 전체로 심의 되어야 한다

지난 13일 통외통위 '쌀 협상'관련 공청회의 토론자로 나선 송기호 변호사는 "우리 헌법 체계상, 행정부가 중요 조약에 대하여 국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하는 것은 행정부의 재량사항이 아니라 헌법적 의무" 라고 주장했다. 현재 정부는 양벚등 중국관심품목에 대한 식물검역상 수입위험평가 절차의 신속한 추진, 인도·이집트 MMA수입과 별개로 식량 원조용 쌀 국제구매가 있을 경우 인도 및 이집트 쌀 을 우선 구매한다는 등의 '이면합의' 내용의 양자합의문은 국회 비준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그리고 정부는 지난해 쌀협상 결과 각국과 작성된 협정문서 세가지 중 단 1가지 협정문(쌀 양허표)만 국회에 제출했다. 송기호 변호사는 이에 대해 '위헌'소지가 있음을 지적했다.

송기호 변호사의 주장에 따르면 쌀 이외 품목 역시 쌀 협상 과정에서 패키지로 작성된 것이며, 쌀협상 합의 내용 전체가 국회의 비준 동의권 행사의 대상이 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헌법이 정한 국회의 비준동의권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또한 비준동의 대상인지에 대한 판단은 행정부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라, 동의권 행사의 주체인 국회의 판단 기회가 허용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별도의 양자합의 내용에 대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에게 조차 자유로운 열람을 제한한 상태에서 이들을 아예 비준동의안에서 제외한 것은 ‘국회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행정부가 별도의 양자합의문에 대해 헌법 60조의 비준동의 대상인 중요 조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역시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캐나다와의 부가합의 내용 중 관세율을 인하하기로 한 부분은 국회가 법개정을 해야 할 사항으로 입법에 관한 사항이고, 미국과의 합의 내용 중 수입쌀 시판과 관련한 사항 등은 양곡관리법 개정사항이다. 인도와 이집트와의 합의 내용 중 식량원조 없는 경우도 의무적으로 11만 1210톤을 구매하기로 한 것 역시 5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되므로 국민의 재정적 부담을 주는 내용이다.

따라서 이는 헌법 60조에, 입법에 관한 사항이며, 국민의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주는 조약이므로 국회의 비준동의의 대상이며, 별도의 양자합의문을 비준동의대상에서 제외한 행정부의 재량권 행사는 위헌이라는 것이다.

쌀 협상 비준, DDA 이후로 미뤄도 된다

물론 현재 국회에 올라간 쌀 협상 비준안과 DDA협상은 별개의 협상이다. 쌀 협상은 관세화를 ‘유예’ 받자는 것이고, DDA협상은 관세화가 된 상태에서 그 ‘비율’을 정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농산물의 상호보완적 특성상 둘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또한 WTO 각료회의의 농업협상에서도 ‘쌀’시장의 문제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기도 하다. 이런 국제 정세적 조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WTO는 1:1 협상이 아니라 148개국 회원국간에 일괄적용 되는 다자무역 체계이다. 12월 홍콩에서 2004년 8월 1일 WTO 일반이사회에서 결정적 합의를 끌어냈던 기본골격(Frame Work)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농산물의 관세감축 방식과 감축율, 관세구간수, 개도국에 대한 특별대우 등 DDA협상의 세부원칙 결정을 위해 개최될 예정이고, 특히 개도국의 특별품목에 대한 TRQ수입물량을 4%(UR 최종이행년도인 2004년도 의무수입물량) 수준에서 동결시키는 등 특별대우가 가능하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쌀 시장은 지난 협상보다 더 유리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물론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입장차이로 인해 이번 각료회의에서도 세부원칙이 합의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전세계 민중들의 '반 WTO' 투쟁으로 인해 저지될 수도 있다. 그러니 이런 결과들을 보고 비준안을 처리해도 된다는 주장이 당연히 제기되는 것이다.

맞다. 쌀협상 비준 안 되면 국제 분쟁이 야기될 수 있다

쌀 협상 비준이 안 되면 국제 분쟁이 야기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럴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현재 비준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DDA 이후로 비준을 연기하자는 것’이고, 국가간 협의과정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정부가 의지를 갖고 대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또한 정부는 비준이 늦어지면 '올해 약속한 수입쌀을 도입하지 못하게 되어 통상마찰이 우려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극복방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국회의 비준여부와 상관없이 국내소비량의 4%에 해당하는 물량은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한다. 비준안이 거부되어 관세화로 개방될 경우에도 WTO협정에 의거하여 UR 최종이행년도인 2004년도 의무수입물량만큼은 반드시 수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적용할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경우 현상동결의 원칙에 입각하여 수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지난해 국회가 승인한 예산(4% 의무수입에 필요한 1,085억원)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통상전문가들은 이후 비준이 될 경우 2005년 구매하기로 약속한 물량중 도입하지 못한 물량 0.4%는 내년에 추가 매입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국회의 비준동의안 처리 지연을 이유로 수입쌀 도입문제를 계속 미룰 것이 아니라 상대국들의 양해를 얻어 지난해 국회가 예산을 승인한 데로 입찰공고를 내고 수입하면 되는 것이다.

다른측면이지만, 무역 ‘분쟁’의 경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지난 28일(제네바 현지시각) 한-인도네시아 제지반덤핑분쟁에서 한국이 분쟁 승소했다. 이 분쟁은 인도네시아가 2004년 6월 24일 한국 무역위원회의 인니산 제지에 대한 반덤핑 조치를 WTO 제소함에 따라 2004년 9월 27일 분쟁 패널이 설치됐고, 2차례의 패널회의 개최 후에 1년여의 시간이 소요된 다음 판결이 났다.

비준이 안된다고 당장 무역 분쟁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설령 일어나도 상당 기간을 필요로 한다. 국각 협의 조정도 가능하고 또한 정책적으로 유연하게 대처할 여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무조건적인 쌀협상 국회 비준 처리’만을 외치고 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된다. 결국 쌀 협상 비준의 문제는 현재 ‘정부의 의지’가 핵심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러나 안타깝게 계속 확인되는 부분이지만, 정부는 그럴 ‘의지가 없다’는 사실이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 '제발' 바깥에선 새지 말길

올 5월에는 WTO DDA 서비스협상 제2차 양허안 제출을 놓고 노동-사회단체들과 정부와의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정부는 언제나 ‘국제 대세’라고 주장했다. 좀 시간을 거슬러 가보면 2003년 3월 국내 반발을 무마시키며 정부는 서비스협상 1차 양허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2005년 5월 2차 양허안을 제출하는 시기까지도 WTO 회원 148개국 중 1차 양허안을 제출한 국가는 52(EU를한 국가로 간주)개국에 불과했다.

정부는 국내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별 차이가 없다’며 지난 5월 2차 양허안을 제출했다. 역시 148개국 중 당시 기한에 맞춰 제출한 국가들은 30여 개국도 되지 않았다. 한국은 이렇게 잘 하고 있는데 다른 나라들 왜 그 모양이냐는 것이 아니다. ‘대세’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른 주장이었다는 것이고, 다른 나라들이 신중하게 협상에 임하고 있음을 통계로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국내 여론, 국내 시장에 대한 영향평가 및 국제 협상의 동향 등에 신중한 반면 한국 정부는 오히려 그렇지 못한 행태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조달협정과 학교급식 문제와 같은 '결정적 실수담'의 경험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같은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캐나다, 한-일 등 현재 수도 없이 진행되고 있는 FTA(자유무역협정)도 과연 얼마나 꼼꼼하게 챙기며 챙기고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또 있다. 5월 2차 양허안 제출안을 완성한 김준동 외교통상부 DDA 심의관은 토론회에서 “한국은 이미 경제 10위 대국으로 국제사회의 책임 있게 협상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교섭 당사자들이 이런 사고라면 오는 12월 DDA 협상에서 '국제 경제 10위'를 운운하며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잃거나 포기하거나 해서 관세 상한선이 도입될 수도 있다. 그야말로 정부가 스스로의 '무능함'을 보여주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급하다. 한국 정부로 신자유주의 세계화 첨병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부족해, 국제 사회에서도 다른 나라들을 WTO DDA 협상으로 추동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민을 버린 정부가 다른 나라들의 생활까지 도탄에 빠트리고 있다는 소식이 간간히 전해진다. 이런 정부의 행보를 막아야 한다.

한국 정부의 무차별적인 시장 정책이 가장 큰 난관인 ‘쌀’ 시장 개방의 문제를 돌파하려 하고 있다. 그것이 표면적으로 ‘쌀 비준’의 문제로 드러났다. 그리고 농민단체들과 정부의 줄다리기로만 보인다. 그러나 쌀 비준을 둘러 싼 투쟁은 남한 민중운동 전체에 있어 제 영역의 가장 큰 문제이다. 쌀이 ‘주식’이어서가 아니라 쌀은 이 땅에서 보장 받아야 할 ‘식량 보장’의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또한 쌀로 대표되는 이들의 상품논리 뒤에는 초국적 곡물자본을 비롯한 식량 시장에 대한 전면적인 재편의 계획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만약에 설령 비준안이 통과된다면 ‘국회의원 놈들 역시 믿을게 못 된다’라는 식의 결론이 아니다. 남한 내 조직된 단일 투쟁 단위가 10년의 장기 투쟁 끝에 결국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는 역사를 남기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 식량의 생산, 판매, 유통시장의 전면적 개편이 이뤄질 것이다. 이 파장이 어떠할 것 같은가. 난 농민이 아니라 잘 모르겠다고 답하겠는가.
덧붙이는 말

'쌀 비준 협상'과 관련한 '기자의눈'(3)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