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입임대주택, 빈곤층 임대료 현실화해야”

겨울빈활 참가자들, 다가구매입임대주택 주거실태 조사 진행

겨울빈민현장활동 이틀째인 19일, 서울시 다가구매입임대주택 현장조사에서 만난 강서구 신월동에 살고 있는 B씨. 그는 재작년 10월 입주해 올해로 2년째 다가구매입임대주택(매입임대주택)에서 손녀와 둘이서 살고 있다. 보증금 1천 5백만 원에 월세 11만 3천원. 별다른 수입이 없는 그에게 월 11만 3천 원은 적은 돈이 아니지만, “이거라도 있으니 둘이서 산다”며 애써 태연한 척 한다. 그러나 B씨는 “함께 살지는 않지만, 자식들이 있는 관계로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없다고 한다. 이 겨울에 보일러도 제대로 켜지 못하고 산다”며 “월세라도 좀 내려주면 그나마 살만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매입임대주택이란 도심내 저소득계층이 현 생활권에서 현재의 수입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기존주택을 정부나 지자체가 매입, 개보수 후 저렴하게 임대하는 사업을 말한다. 정부는 지난 2004년 부터 서울 5개 지역에서 총 503호를 매입해 시범운영하고 있고, 당초 계획(1만호)을 확대해 2015년까지 매입임대주택 물량을 5만호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다가구매입임대주택을 방문해 주거실태를 조사하고 있는 빈활 참가자들

“서울시 매입임대주택, 최빈곤층에게는 터무니 없이 비싸”

한편, 서울시는 정부보다 한 발 앞서 이미 2001년에 자체적으로 다가구주택매입계획을 수립하고, 2002년 6월과 2003년 2월에 걸쳐 8백20억 원을 들여 175동 1,251가구를 사들였다. 그러나 서울시의 계획과 달리 매입주택의 임대율이 절반을 밑돌자 2003년 3월 주택매입을 중단하고, 2004년 3월 시는 이미 매입된 주택을 단계적으로 모두 매각키로 결정했다. 시는 사업을 철회하며 “기존주택 공급으로 인해 실질적인 주택공급정책이 되지 못하고 노후하고 취약지역에 소재하여 개보수비용이 과다하다”는 점을 들었지만, 빈민운동단체들은 정책 자체의 문제보다는 서울시의 준비부족과 운영상의 난맥상을 지적하고 있다.

문헌준 노숙인복지와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 대표는 서울시 매입임대주택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현실성 없는 임대료 체계를 꼽았다. 그는 “서울시의 매입임대주택사업은 입주대상 계층을 기초법수급자와 차상위계층으로 하고서도 임대료 수준은 그 대상계층의 임대료 부담 수준을 벗어 났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추진한 매입임대주택사업의 임대조건을 보면 임대보증금이 1,110만-1,300만 원에 이르고, 매월 임대료가 10만-11만 원 수준이다. 문헌준 대표는 “기초생활수급자들의 경우 주거비용으로 월 3만-6만 원 수준을 지출한다”며 “서울시가 제시한 임대조건은 기초생활수급자와 같은 최빈곤층이 접근하기에는 터무니 없이 비싼 수준”이라고 잘라 말했다.

“노후주택 사들이고, 개보수비용도 낮게 책정”

또 이와 함께 서울시가 사업 중단의 이유로 밝힌 ‘개보수비용 과다’에 대해서도 문헌준 대표는 “매입당시부터 노후된 주택을 사들여 놓고도, 개보수비용을 낮게 책정했다”며 세부적인 고려없이 추진된 서울시 매입임대주택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서울시가 매입한 주택 중 10년이 경과한 주택은 102동 726가구로 전체 매입가구의 절반을 넘고, 5-10년 사이의 가구도 513호에 달한다. 서울시는 매입이후 주택의 노후도에 따라 300만 - 1천만 원 정도가 개보수 비용으로 지출되었다고 밝혔으나, 이는 건교부가 책정하고 있는 개보수 비용 2천만 원을 훨씬 밑도는 액수다. 결국 매입주택의 노후도에 비해 개보수비용이 낮게 책정됐고, 이는 주택의 질을 떨어뜨려 낮은 임대율의 주요 원인이 되고있다는 지적이다.

문헌준 대표는 매입임대주택이 저소득층의 주거대책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노후화 정도가 심한 주택을 피하거나 매입된 주택에 대해 보강보수공사비를 적정수준에서 책정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매입가격과 보강보수공사비에 대한 충분한 예산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임대주택 매입비용, 국가부담률 8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서울시 주택 매입에 투입된 비용 내역을 살펴보면, 전체 820억 원 중 입주자들의 임대보증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46억 원(30%)으로 서울시(237억), 도시개발공사(237억), 국민임대주택기금(100억) 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문헌준 대표는 “현재와 같이 매입비용 중 입주자 부담이 높다면, 저소득층의 주거대책으로서 의미가 없다”며 “우선 임대주택매입에 소요되는 비용 중 국가 부담률을 80% 수준까지 올려야 하고, 기초생활수급자 등 입주자들의 다양한 경제적 여건을 반영할 수 있도록 임대료 체계가 재구성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문헌준 대표는 “정부에서는 2015년까지 매입임대주택을 5만호까지 늘린다고 하지만, 그 안에 정권이 두 번 바뀌게 된다”며 “한국의 주택정책이 정권에 따라 수시로 변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입임대주택정책 역시 지속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태그

빈활 , 빈민현장활동 , 다가구매입임대주택 , 기초생활수급자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김삼권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준이

    겨울빈민현장활동 이틀째인 19일 -> 이라고 했는데 이에 대한 출처나 소속이 있으면 좋겠네요. 내용이 빈곤층의 주택문제에 대한 이야기인데 어디서 누가 그런 활동을 하고 있는지 앞에 간단하게라도 설명을 달아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