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파와 반대파의 적절한 결합

한신대사회과학연구소, 한미FTA 어떻게 볼 것인가 심포지엄

한신대 사회과학연구소는 4일 ‘한미FTA 어떻게 볼 것인가’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발제와 토론참가자들은 ‘한미FTA’협상과 둘러싼 자신의 주장이 ‘예측, 전망, 추측’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정부의 일방적, 비밀 협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그간의 과정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또한 한미FTA는 동북아지역공동체를 위협하는 ‘신냉전구도’를 형성할 것이라는 공통의 분석 결과를 냈다.

심포지엄 전 과정을 촬영하던 김이찬 독립영화 감독은 “평택에 군대가 투입되고, 각종 공대위가 활동하고 있고, 정부도 협상 일정을 강행하고 있는데 아직도 어떻게 볼 것인가를 논하고 있는가”를 반문하며 “어떻게 실천하자는 토론이 진행되어야 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무역협정이냐 통합이냐'는 한미FTA 수준이나 성격에 대한 부분과 미국의 FTA 전략에 대한 해석 이해, 한국정부의 FTA 추진배경과 논리에 대해 '동북아 균형자론 폐기인가' , '친미 관료집단의 전횡인가', '기본적 한계인가' 등 다수의 쟁점들이 제기됐다.

토론자로 참석한 최태욱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미FTA협상에 있어서 조선일보가 구분해 놓은 신중파와 반대파의 적절한 연대가 필요하다”고 제안하며 본인 같은 신중파와 이해영 교수와 같은 반대파의 긴밀한 연계 활동을 강조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는 최근 수치조작 문제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김양희 연구원이 참여해 정부의 FTA추진 정책에 대한 비판과 ‘한미FTA’(자유무역협정)가 아닌 다양한 형태의 동아시아 'RTA'(Regional Trade Agreement 지역무역협정) 를 펼치자는 연구소와 다소 다른 입장의 주장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토론회는 ‘한미FTA 협상 결정의 배경과 그 파장’에 대해 전창환 한신대 교수, ‘동북아 정세와 한미FTA’에 대해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가, ‘한국 FTA정책의 비판적 검토와 대안 모색’이란 주제로 김양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연구원이 주제 발표를 했다. 주제발표 관련해 진행된 토론에는 이영일 한신대 교수, 이희옥 한신대 교수,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 교수가 참여했고, 2부 종합토론에는 정건화 한신대 교수의 사회로, 박순선 동국대 교수, 이성형 이화여대 교수, 이해영 한신대 교수,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 교수가 참여해 ‘한미FTA’를 둘러싼 정치, 경제, 안보적 차원에서의 비판적 시각을 쏟아냈다.

토론자들의 공통된 결론은 ‘이대로의 한미FTA’는 경제적 효과도, 동북아 평화에도 기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중국, 일본과 먼저 FTA’를 추진할 것인가, '지연전술을 어떻게 펼치게 할 것인가', ‘FTA에 반대할 것인가’ 등등 '어떻게'의 과제에 있어서는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토론회 장면. 이남주 교수가 토론을 하고 있다.

베일 속 정부, 아무런 설명이 없다.

전창환 교수는 정부의 한미FTA 강조 논리를 크게 두가지로 구분했다. 중국이 제조업 부문에서 한국 지위를 따라 잡을 것이 필연적이기 때문에 기존의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수출주도발전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과 낙후된 사업서비스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해 경제발전을 추구하겠다는 것. 그러나 전창환 교수는 “그러나 왜 하필 이 시점에 한미FTA를 추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창환 교수는 또한 “부시 정부는 미국의 안보 및 구산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동맹 국가들과 FTA를 체결함으로써 기존의 정치-군사적 동맹 관계를 쌍무적 경제동맹으로 보완, 강화하려 했다”고 지적하며 미국이 모로코, 필리핀 등 개별 국가들과 전략적 협조 차원으로 추진한 FTA 협상 경향을 분석했다.

또한 미국이 체결한 FTA는 ∆본질적으로 비대칭적이란 점 ∆FTA협상 결과 그 나라에 광범위한 신자유주의 구조개혁을 수반한다는 점 ∆상대적으로 발전 수준이 낮은 협상상대국의 경제발전 지원이나 경제협력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 배려가 없다는 점 등을 특징으로 구분지으며 한미FTA가 가져올 부정적 파급 효과를 덧붙였다.

전창환 교수는 “정부는 시시때때로 민감한 품목과 사안에 대해서 최대한 협상에서 배제하거나 양허를 최소화 하는 수준에서 마지노선을 지키겠다고 호언장담하지만 마지노선 자체가 베일에 가려져 있어 홍보성 발언 이상의 의미를 두기 어렵다”며 협상 인력 강화에 대한 정부의 자구책에 대해서도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딜레마는 현재와 같은 준비부족 상태에서 협상력을 극대화하여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토로하며 “정부가 책임지고 나선 이상 미국의 신속협상권한 일정에 구애 받지 않고 최대한 진지하게 협상해야 할 것”이라고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동북아 공동체를 해치는 한미FTA

이남주 교수는 “한미FTA 개시 선언과 전략적 유연성 동의로 인해 한국 외교 정책의 중점이 ‘동북아균형자’에서 ‘한미동맹’으로 급격히 전환 된다”며 “한미FTA가 고립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한미동맹 강화를 배경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한미FTA추진으로 인해 “전후 사정은 오히려 한국 정부의 주장과 달리 동북아 균형과 한미 동맹을 더욱 모순적 관계로 만들고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미국의 패권이 불안정한 가장 핵심적 이유는 중국의 부상, 특히 2001년 중국과 아세안이 체결한 FTA 합의에 자극 받은 미국은 FTA 전략을 ‘국가가 무역정책에서 자신의 시장을 보호하는 것에 주력하는 것이 아닌 차별적인 무역협정을 통해 중요한 시장에 접근하는데 다른 국가에 비해 우위에 서고 내부의 경제개혁을 안정적으로 지속시키기 위한 메커니즘’으로 정책 선회를 하게 된다.

이는 전창환 교수와 비슷한 논지로 “미국은 아세안과 같은 지역 협력기구가 아닌 개별 국가와의 협상을 중심으로 협상을 진행하며, 이는 미국이 추구하는 패권전략을 반영한다”고 해석했다. 즉 동아시아에서 다자주의적 협력을 촉진하기 보다는 미국 자신의 헤게모니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FTA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남주 교수는 “그러나 이런식의 한미동맹 강화가 과연 향후 동아시아질서의 변화에 올바른 대응 방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역사적으로 발전한 한미동맹을 포기할 수 없다면 적어도 한미동맹을 지역협력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에 대한 비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동아시아의 평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채권전략 추종을 피하기 위해 미국의 동아시아, 한반도정책의 변화와 병행해 한미FTA가 추진되어야 할 것과 동아시아 지역협력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양한 RTA, 동북아 평화를 위한 방안으로

김양희 연구원은 “RTA(지역무역협정)은 천차만별”이라며 관세철폐를 통해 무역상의 배타적 특혜를 추구하는 낮은 수준의 FTA에서부터, 투자, 경쟁정책, 무역원활화, 정부조달 시장 등에 대한 다자간 규범 제정를 포함하는 높은 수준의 FTA등 다양함을 들며 “현재 거론되는 한미FTA는 투자, 무역 자유화, 서비스 자유화 경제규범, 거시경제 전반을 국내 시스템을 갖는 경제통합에 가까운 수준”이기 때문에 “‘FTA’라는 용어보다 ‘한미경제통합’이 올바른 표현일 것”이라며 용어정리에서 부터 주제발표를 시작했다.

이어 정부의 FTA 정책의 특징을 ∆ 선진거대경제권과 FTA 추진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FTA 추진 ∆동시다발적인 추진 ∆절차적으로 국민적 동의에 기초해 투명하게 추진하겠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음 등 4가지로 꼽고, 오히려 정부의 이런 정책이 “최악의 경우 동시다발적으로 거대경제권에 대해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피해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라며 우려의 시각을 전했다.

또한 “이런 정부 정책에 대해 충분한 토론이 있었는가”를 반문하며 “FTA는 WTO DDA와 달리 전면적, 급진적으로 국내 효과를 가져오게 되고 특히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경우 국내 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가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검토하지 않은 것이 핵심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차원의 정책적 검토가 부재함을 지적한 것이다.

이어 “전세계 다양한 FTA는 단순한 통상현안이 아닌데 한국정부는 지나치게 협소한 ‘통상현안’으로만 취급되고 있어서 문제다”라고 지적하며 “그렇기 때문에 거대경제권과 동시 다발로 FTA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통상정책의 수단으로, 사고를 축소시키는 현안들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양희 연구원은 “근본적인 문제는 국내 FTA 추진체계의 문제"라고 꼽으며 ”정무파트와 통상교섭 파트로 양분화 된 외교통상부 내에서 FTA 관련해서는 통상교섭본부가 실권을 쥐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을 설명했다. 최고 의결기구는 대외경제장관회의 일지라도 통상교섭본부 FTA국에서 사전 결정되기 때문에 대외경제장관회의는 사후 추인하기 때문에 실질적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행정부 내에서는 대통령 자문기구인 대외경제위원회 소속 실무기획단(대외경제위원회 보조 역할)이 해체돼 2006년 1월부터 통상교섭본부 FTA 국으로 흡수되면서 범 행정부 차원의으로 만들어졌던 기구가 사라지면서 정부내 균형과 견제의 구도가 깨졌다고 지적했다. 외교안보분야와의 연계도 미흡하고, 행정부에 집중된 의사결정 권한 등 추진체계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김양희 연구원은 “FTA협상을 일본, 중국 등 개별 FTA로 사고했다면 발상의 전환을 통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놓고 FTA를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하며 “정책의 핵심은 한국의 미래, 한국의 발전이다. FTA 그자체는 수단으로 활용될 뿐이지 정책의 목표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무한경쟁을 역내에서 확대 재생산 하는 매개체로의 FTA가 아니라 글로벌의 문제를 역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FTA를 해보자“고 제안하며 비슷한 예로 EU의 예를 들었다.

그리고 "이미 한미FTA 협상 개시를 선언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백지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나 근본적으로 FTA추진 정책에 대해 전면 재검토가 시급하다“고 지적하며 캐나다와의 선FTA 체결, 한-중국FTA 추진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김양희 연구원은 “한미FTA를 놓고 ‘대통령이 무슨 생각으로 하고 있을까’, ‘정부의 복안이 뭘까’를 추측하고, 예측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며 “한국정부가 투명하고 객관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협상을 엎자고 주장해도 지연될 수도 있다

토론 과정에서는 정치, 외교안보적, 경제적,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의 사례 등 짧은 토론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해석들이 제기됐다. 특히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이미 협상 개시를 선언한 이상 되물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입장에 의견을 모으며 한일FTA처럼 “지연전술을 펴야 할 것”을 주장했다.

이에 이해영 교수는 “현재의 정부 협상 태도를 볼 때 지연전술을 펴야 할 상황이 아니라 엎자고 주장해야 할 상황”이라고 강조하며 “협상을 엎자고 불같이 들고 일어나도 정부가 여론을 의식해 지연이든 뭐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토론자들은 김양희 연구원이 제출한 ‘정형화 된 RTA는 없다’는 의견에 다수 동의를 표하며 최태욱 교수는 “맞춤형 RTA를 만들어 가자”는 것에 의견을 내 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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