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크사이드 반년만에 일터로... 모두 다 울었다

전원 연행과 구속 각오로 경찰 봉쇄 뚫고 클럽하우스로 달리다

파업 248일. 6월 20일 총력투쟁결의대회가 열리는 레이크사이드CC를 찾았다. 집회 시작은 오후 3시였지만, 조금 일찍 현장에 도착했다.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아있지만 연대를 온 노동자들이 북적거린다. 챙모자를 눌러 쓴 장보금 위원장직무대행이 반갑게 맞는다.

  장보금 직무대행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위원장의 구속으로 흐트러질 줄 알았던 레이크사이드는 장보금 사무장이 직무대행을 맡고, 구속된 위원장의 몫까지 투쟁하겠다는 결의로 더욱 단단해졌다. 장보금 직무대행의 눈빛이 오늘은 예사롭지가 않다. “오늘은 꼭 정문을 뚫고 우리의 일터로 들어갈 겁니다.” 지난해 12월 24일 성탄절을 앞두고 농성천막이 찢기고 일터에서 쫓겨난 지 반년이다.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장보금 직무대행만이 아니다. 조합원들 모두의 눈빛이 예사롭지가 않다. 이미 경찰은 정문 안에 진을 치고 있다. 경비실 옆에는 용역경비 및 직원들이 목장갑을 낀 채 주먹을 쥐고 있다. 폭력으로 얼룩졌던 날들이 떠오른다.

  정문 앞에 배치된 용역경비와 직원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 빠짐없이 모였다. 오후 3시 집회가 시작되고, 투쟁경과를 보고하러 장보금 직무대행이 마이크를 잡았다.

“레이크사이드 조합원들은 결의가 되어 있습니다. 전원 연행될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구속될 각오도 되어있습니다. 오늘을 시작으로 일터를 되찾겠습니다.” 또박또박 결의를 밝히는 목소리에 500여 명의 집회 참여 노동자의 얼굴도 상기되었습니다.

전원 구속 각오로 정문을 뚫는다

사회자가 마이크를 넘게 받고, 집회를 골프장 안에서 하자는 제안을 한다. 순간 집회 참여자들이 너나없이 정문을 향해 달려간다. 여성이고 남성이고 경찰의 방패에 달라붙어 정문을 뚫으려고 한다. 울며 쓰러지는 조합원도 생기고, 죽이려면 죽여라며 방패에 온몸을 던지는 조합원도 있다.

  온 몸으로 뚫어라

그리고 20분 뒤, 경찰의 정문 봉쇄를 뚫고 골프장 안으로 달려 들어간다. 육 개월 만에 정문을 넘어서는 순간이다. 클럽하우스까지는 뛰어도 뛰어도 끝이 없다. 머리띠를 매는 노동자들이 뛰는 동안 한쪽 필드에서는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 있다.

마침내 클럽하우스 앞 주차장에 모였다. 고급승용차 수백 대가 서있다. 이것을 본 기륭전자 노동자가 한마디를 한다. “낮 시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골프를 치러 오는지 상상을 못했다. 우리가 저임금에 일하고, 공장에 돌아가고 싶다고 거리에서 울부짖는 이 시간에 이리도 많은 사람들이 고급승용차를 끌고 와서 골프를 치고 있을지는 상상도 못했다.”



투쟁, 한편에선 골프

클럽하우스 앞에서 집회가 시작되었다. 집회는 길었다. 훌쩍 한 시간이 넘어간다. 코오롱, 르네상스호텔, 삼성SDI, 대교, …. 투쟁사업장의 발언은 이어졌지만 발표하지 못한 사업장이 더 많다.

집회장 한편에 레이크사이드 조합원이 따로 모여 있다. 얼굴들이 굳어 있다. 잠시 뒤 레이크사이드 조합원 7명이 결의를 밝히는 삭발을 시작한다. 삭발식은 눈물로 범벅이 되었다. 머리를 깎기도 전부터 눈물을 흘린다. 기계를 든 한 조합원은 눈물을 펑펑 쏟으며, “나 도저히 깎지 못하겠어요.”하며 기계를 던지고 주저앉아 통곡을 한다. 머리가 잘려나가는 사람들 말고는 모두 함께 울었다. 깎는 사람도 집회장에 앉아 있는 사람도.




삭발을 한 조합원은 “동료의 머리를 깎은 조합원의 마음이 더 아팠을 겁니다. 내가 삭발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합니다. 더 큰 희생도 마다하지 않을 겁니다. 삭발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더 큰 결의로 앞으로 싸울 겁니다”며 삭발의 결의를 밝혔다.

모두 다 울고 말았다

반년 만에 현장에 돌아온 소감을 물었다. “안타깝다. 조합원들의 힘만으로 당연히 들어와야 할 우리의 일터에 들어오지 못하고, 지역의 노동자의 힘을 빌어야 한다는 게 안타깝다”며, “오늘 집회에 지역과 업종, 연맹을 넘어 연대를 해 준 노동자들이 정말 고맙다. 연대온 노동자의 마음을 받아 꼭 일터로 돌아가겠다.”

서비스연맹은 레이크사이드 사측에 성실한 교섭을 촉구하며 집회를 마쳤다. 항의의 표시로 집회 참여자들은 자발적으로 달걀을 클럽하우스에 던지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돌아서며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더 많은 노동자들이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를 했다.


다시 정문 앞으로 내려간 노동자들은 위원장을 구속시키는 도구로 사용되고, 파업농성자들의 감시도구로 사용되는 정문 앞 CCTV를 철거했다. 일부 노동자들은 정문 앞에 페인트로 사측을 규탄하는 구호를 적어 분노를 표시하였다.

레이크사이드 조합원은 함께 집회에 참여해 준 노동자들에게 일일이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이제 다시 천막에는 레이크사이드 조합원만 남았다. 또 두려움의 밤을 천막에서 지새워야 한다.

  장보금 직무대행이 우는 조합원을 안아주며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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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연대

    그런데 어제 사회자 정말 사이코 였슴,,,,쪽수가 많아도 안되니 문제는 구조고 구조를 바꿔야하고 그래서 직권을 해야한다? 그외 헛소리들이.....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