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자 현실 반영한 특례법 9월 발의”

성전환자공동연대, “대법원 판결 환영 그러나 현실 반영 아쉬워”

대법원이 성전환자의 호적 상 성별정정을 허가한 것과 관련해 성전환자인권연대(‘지렁이’)를 비롯한 성소수자단체들이 성전환자 성별변경 및 개명 관련 법률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법원 결정, 성전환자 문제 해결의 초석 마련해”

성전환자 당사자모임을 비롯해 성소수자·인권·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성전환자 성별변경 관련 법 제정을 위한 공동연대’(공동연대)는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22일 나온 대법원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한편, ‘성전환자 성별변경 및 개명에 관한 특례법(가칭)’을 하반기 정기국회 때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공동연대는 대법원의 성전환자 호적상 성별정정 허가 결정에 대해 “성전환자들의 현실을 알리고, 제도적으로 성전환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했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그간 호적과 주민등록증의 성별이 변경되지 않아 직업과 사회생활 및 결혼 등에서 철저하게 생존권과 행복추구권을 박탈당해 왔던 성전환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결정이었다”며 환영의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 단체들은 대법원의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대법원이 제시하고 있는 성전환자 규정과 호적정정 법적 요건 등이 “성전환자 당사자들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성전환자에게 수술의 막대한 비용과 위험성까지 요구하는 것은 과도”

공동연대는 “대법원은 성전환자의 호적상 성별정정의 법률적 요건으로 일련의 수술을 통해서 최종적인 수술이라고 일컬어지는 외부성기의 성형까지 요구하고 있다”며 “이미 호르몬과 생식기 제거 수술을 마친 성전환자들에게 구태여 상대 성으로의 성기성형수술까지를 요구하고 있어, 교육과 직업 현장에서 밀려나 빈곤계층에 놓인 대부분의 성전환자들에게 성기성형수술의 막대한 비용과 위험성까지를 홀로 감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현재 성전환수술은 의료보험 적용을 전혀 받지 못 한다. 따라서 성전환자가 성기성형 내지 성기재건 수술 등의 최종적 수술까지 받기 위해서는 수 천만 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많은 수의 국내 성전환자들은 최종적인 성기성형수술까지는 아니지만, 그 직전 상태인 성선제거 수술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대법원이 이번 결정에서 ‘성전환수술을 받아 반대 성으로서의 외부 성기를 비롯한 신체를 갖추고 있는 사람’으로 성별정정의 요건을 제한하고 있어 성전환자들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기자회견 단체들의 지적이다.

한무지 성전환자인권연대(‘지렁이’) 대표는 지난 4월 참세상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성주체성 장애를 가진 이들을 모두 성전환자로 인정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수술과 관련된 부분이 법안에 들어가야 한다면 생식능력 유무를 판단하는 성선제거(고환제거 또는 자궁적출 수술 등) 정도로 최소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공동연대는 대법원 결정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성전환자들의 요구와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9월 정기국회에서 ‘성전환자 성별변경 및 개명에 관한 특례법(가칭)’을 발의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성전환자 인권실태조사’와 ‘성전환자 증언대회’ 등 다양한 활동 등을 통해 성전환자 인권문제를 적극 제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