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맞아도 끄떡 않는 개성공단

[기자의눈] 미사일과 개성공단

북 미사일 시험발사, 달궈지는 한반도 정세

5일 새벽 북이 미사일을 시험발사 함으로써 한반도 정세가 다시 변화무쌍해졌다. 북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관련한 모든 사실이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고 있다. 분명한 것은 미사일 시험발사가 미국의 대북 봉쇄정책에 대한 북의 자위권 발동의 차원에서 이루어졌고, 이에 따라 대중국 대북을 가상의 적으로 한 미국의 동북아정책의 맥락에서 볼 때 향후 대북 제제 강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북미간, 6자간 정치적 긴장은 당분간 높낮이를 거듭하며 정세를 규정할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 시험발사 이틀차, 일단 유엔안보리는 단일한 결의안을 채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리는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긴급 비공개회의를 열었다. 비공개회의에서 일본, 미국, 영국 등은 각 국에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에 이용될 소지가 있는 모든 자금, 상품, 기술 제공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준비했으나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반대함으로써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안보리는 전문가회의에서 재논의할 예정이라고 하나 합의 도출은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미국과 한국은 6일 일단 '외교적 노력'을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전화통화를 통해 '도발'을 감행한 북에 대한 제재 논의가 본격화되어야 하지만 북의 미사일, 핵 문제 해결의 궁극적 방안은 '외교적 해법'에 있다는데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의 외교적 해법이란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이는 북이 북미 직접 대화를 요구하는 맥락에 부딪히고 있어 앞으로도 해결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여기에 북이 미사일 추가 시험발사를 하고, 미국이 강경 기조로 돌아설 경우 사태가 악화될 소지는 매우 다분하다. 워낙 경제 봉쇄에 시달려온 북으로서는 중국, 러시아와의 외교적 협력을 기초로 미국의 봉쇄정책에 지속적인 저항을 펼칠 것으로 보여, 미사일 시험발사에 따라 형성된 긴장 국면은 장기적인 양상을 띨 것이다.

미사일 시험발사와 남북경협은 별개, 시계 따로 돌아

노무현정부는 일단 북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북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태도다. 오는 11-14일 부산에서 열리는 제19차 장관급회담에서 비료 10만톤 추가와 쌀 50만톤 지원을 논의할 계획이었으나, 현재로서는 지원 중단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미사일 시험발사 국면과 맞물려 미국, 일본의 대북 압박 강화와 한 맥락을 이룬다. 그러나 미사일 시험발사에 따른 국면이 아무리 악화된다 하더라도 개성공단 개발 지원을 포함한 남북경협은 사실상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북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한반도에 어떠한 정세 변화가 있더라도 남과 북이 개성공단 사업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개성공단 개발사업에 대한 의지는 굽히지 않고 있다. 지금 북에는 미사일 시험발사를 둘러싼 시계와 개성공단 개발을 둘러싼 시계가 제각기 따로 돌아가고 있다.

한편 5일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 금융시장이 초반에 잠시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주가의 낙폭은 미세하고 원달러 환율도 약간 상승하는데 그치는 등 사실상 충격은 없다시피하다. 미사일 시험발사가 예고된 일이기도 하거니와 그만큼 주식시장을 위협하는 요소는 아니라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한미FTA 2차 본협상에서 개성공단 원산지 조항은 어떻게 다루어질까. 진행되고 있는 한미FTA 협상에서 가장 파괴력을 갖는 것이 투자 조항이라면, 가장 정치적인 성격을 띠는 것이 개성공단 원산지 조항이다. 한미FTA 협상을 저지하고 중단시켜야 한다는 맥락에서 볼 때 개성공단 원산지 조항을 협상 항목에 넣느냐 마느냐 논란은 거론할 가지조차 없는 이야기다. 한국 자본의 개성공단 진출 문제는 한미FTA 협상과 관계없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 과제의 맥락에서 다뤄야 할 사안이다.

한미FTA 2차본협상, 여전히 블랭크 처리 될 가능성 높아

당장 북 미사일 시험발사 소식이 전해지자, 한미FTA 협상에서 미국이 가뜩이나 인정하지 않는다는 강경 태도를 보여온 개성공단 원산지 조항 문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과, 미국과 한국의 대북 대응의 공조를 강화한다는 맥락에서 오히려 협상이 수월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10-14일 한미FTA 2차 본협상에서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 조항에 대한 통합협정문이 작성될 지는 알 수 없으나 1차 본협상에서 합의하지 못한 분야를 모두 합의할 것으로 보여 어떤 형태로든 결과는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사일 시험발사 국면과 맞물려 개성공단 원산지 문제는 다시 블랭크 처리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은 협상의 수단으로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 카드를 십분 활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사일 시험발사로 인한 정세가 개성공단 원산지 조항을 다루는데 어떠한 수준이든 영향은 미칠 것이다. 그러나 미사일 시험발사로 서로 죽네 사네 하는 험악한 정세가 만들어짐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 이슈는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다른 건 다 양보해도 남북경협과 개성공단을 들어 "제도적 물질적 지원은 조건없이 한다"며 임기말까지 끝까지 챙기고 가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우익도 쌀과 비료 지원 중단하고 한미동맹을 강화해서 북을 정신차리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개성공단 개발 문제는 상대적으로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현재 개성공단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사실 별 게 없다. 2005년 교역규모는 10억5,575만달러 수준, 11개 남쪽 기업이 가동중이고, 4개 기업이 공장 가동을 준비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와 관계부터, 자본단체 등이 개성공단 투자설명회와 이벤트 잇따라 실행하고 있지만 실제 민간기업의 개성공단 진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다. 이는 원산지 규정이나 전략물자수출입 규제 등 제약 조건이 많고, 정치정세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더욱이 개성공단에 진출한 기업들이 아직 큰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어 민간기업의 개성공단 진출이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해외기업 유치를 위해 투자설명회와 개성공단 방문을 유도해보지만 외자의 개성공단 유치는 올해 말까지 잘 해야 1-3개 정도 생색내는 수준에 불과한 전망이다.

  개성공단 야경 사진, 한국 기업의 개성공단 진출 욕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출처: 통일부]

그런데 개성공단이 갖는 의미를 거래규모 차원에서만 볼 일은 아니다. 철도가 SOC 인프라를 까는 것이고, 금강산관광이 남북교류를 확대하는 것에 주요 초점이 있다면, 개성공단은 북의 노동력을 직접 움직인다는 점에서 같은 경협이라도 성격이 분명히 다르다. 노무현정권이 밝히는 개성공단 개발계획에 따르면 1단계 2007년까지 노동집약적 중소기업공단 조성으로 100만 평 규모의 부지를 조성하고, 2006-2009년까지 세계적인 수출기지를 조성, 수도권과 연계한 산업단지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며, 3단계 2008-2012년까지 중화학공업과 첨단산업설비 분야의 복합공업단지로 발전, 다국적기업을 유치하여 동북아 경제거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노무현정권의 구상대로 개성공단 개발계획이 추진될 경우 2011년 말이면 약 2,000개 기업이 입주하고, 35만 명 수준의 북 노동자가 개성공단에서 일을 하게 되는데, 이는 개성이 북 최대의 노동자 밀집도시로 변모함을 의미한다. 물론 북의 개방정책의 측면, 미국의 대북정책의 측면, 북을 둘러싼 주요 6개국의 이해관계의 측면 등 변수가 최소화되고, 한국의 개발 계획이 계획대로 추진될 때의 일이다.

개성공단을 운영하는 북의 입장도 주목된다. 북은 2002년 7.1 조치를 통해 이른바 사회주의계획경제 정상화와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을 목표로 삼은 바 있다. 이 조치에서 북은 가격인상, 환율현실화, 기업경영의 독립성과 노동성과급제 실시 등을 골자로 하는 경제관리개선조치를 발표하는 한편 외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7.1조치 이후 신의주특별행정구 지정, 금강산관광지구 지정에 이어 2002년 11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개성공업지구를 지정했다.

북은 미국의 봉쇄정책이 예고되는 가운데 신의주와 개성공단을 외국자본과 기술도입 창구로 만들어 외화 수입 증대, 고용 확대 및 국제경제와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혁, 개방을 추진하였다. 올 초에는 김정일의 중국 방문으로 중국이 광동성 연안을 따라 3개의 경제특구를 만들었던 사례를 벤치마킹, 서해안 지역을 따라 개성-철산-신의주를 잇는 경제개방 벨트를 형성한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개성공단 개발될수록 북 딜레마 심각해질듯

북은 7.1 조치 이후 북의 소망대로 사회주의계획졍제가 정상화되고 있는지, 아니면 시장경제체제의 도입에 따른 베트남식, 또는 중국식 자본주의 길로 치닫는지를 한마디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미국이 북에 대한 적성국가, 테러국가 규정을 풀지 않고, 경제 봉쇄정책을 강화하는 한, 북으로서는 중국, 한국과의 무역을 확대해야 할 형편이고, 따라서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는 실제 북의 외자 유치 규모에서도 확인된다. 2004년 말 현재 북에 진출한 외국기업은 300여 개이고 그중 120개가 중국 기업이다. 또한 중국의 대북 투자는 5천만 달러 규모이며, 외국의 대북 전체 투자액의 80%에 달한다. 따라서 북은 중국 외 다른 외자의 대북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으로 개성공단을 롤 모델로 삼고 있다. 한국의 대북 무역 규모는 북의 전체 무역 규모의 약 25%를 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한국 기업의 개성공단 진출과 성공은 곧 북의 경제 개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북으로서는 시간이 갈수록 자본주의 상품생산체계와 신자유주의 시장 원리를 점진적으로 수용하면서도 7.1 조치에 따른 계획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딜레마에 더욱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미FTA 협상에서 개성공단 원산지 조항이 어떻게 다루어질 지 정확히 예단하기는 어렵다. 정황으로 볼 때 월가의 요구와 초국적자본 운동의 맥락에서 보면 동북아 시장 개척 차원에서 개성공단은 매력있는 곳이 아닐 수 없다. 노무현정권 역시 '남북교류-평화체제-남북연합'의 큰 구상 속에서 임기 말까지 남북경협과 특히 개성공단 개발사업만큼은 주력한다는 입장이어서 개성공단 개발과 지원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부시행정부의 대북 봉쇄정책의 연장에서 한미FTA 개성공단 원산지 규정을 수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는 한 한미FTA 협상은 난항을 겪을 것이다. 1차 본협상에서 개성공단 원산지 조항이 블랭크 처리된 것도 정치적 고려가 불가피했기 때문인데, 이번 2차 본협상에서도 어떻게 다루어질지 단정적인 예측은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 측으로서는 미사일 시험발사 문제와 관계없이 한미FTA 2차 본협상에서도 개성공단 원산지 규정을 포함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할 것이고, 미국은 같은 이유로 더욱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다. 이럴 경우 한미FTA 협상에서 한국 측은 다른 분야에서 상당한 양보를 하더라도 개성공단 원산지 규정을 협상에 반영하거나, 별도의 방식으로 처리하는 방안 등도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시가 10억달러에 불과한 개성공단이지만, 600억 원(추산) 정도의 미사일 시험발사 정도로는 끄떡 않을 정도로 자리를 잡은 모양이다. 개성공단은 앞으로도 한미FTA 협상이든 한반도 정세든 뜨거운 감자 노릇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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