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민중적 관점의 보도가 공영방송의 역할"

[현장인터뷰](3) - 최재훈 KBS본부 대협국장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이 태풍 재난 보도를 이유로 지난 11일 총파업을 잠정 유보한다는 입장을 발표했을 때 적잖은 실망감도 들었다. 그러나 13일 총파업에 돌입, 재난보도로 인한 총파업 동력에 대한 우려 및 당초 선도투쟁으로 나선다는 언론노조의 의지가 다소 퇴색된 면이 있지만, 한미FTA 2차 협상이 날을 거듭할수록 언론의 보도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을 본다면 '아찔달콤한' 파업이 아닐 수 없다.

총파업을 하루 앞둔 12일 KBS노조 사무실을 찾았다. 현장조합원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였다. KBS노조 사무실에 들어서기 전 KBS 신관 로비에는 KBS사보와 KBS노보가 나란히 비치되어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이색적이었지만, 더더욱 이색적이었던 것은 두 소식지의 대조적인 이날의 헤드라인이었다. 색깔과 종이질 부터 ‘역시 돈을 바르면 뽀대가 나는구나’ 하는 생각까지.

KBS노보는 당연 ‘언론노조 총파업 13일 돌입’ 기사가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반면 KBS사보는 “재난 방송은 KBS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는 기사를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그렇지 않아도 총파업의 태풍의 핵으로 등장했던 것이 ‘태풍 에위니아’였던 것을 상기해 볼 때 단순 기사로 보기에는 너무나 정치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KBS노조는 조직율이 타사업장에 비해 월등히 높다. 언론노조 전 조합원 1만6천 명 중 KBS노조 조합원만 4300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의 한미FTA 보도 수준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날 KBS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최재훈 대외협력국장은 KBS 보도에 대해 솔직하고 담백하게 말을 꺼내고 지난 KBS 스페셜에서 방송되었던 두 번의 한미FTA 보도에 대해서도 뼈아픈 말들도 잊지 않았다.

  /KBS노조 편집기자 한규석 기자
최재훈 대외협력국장은 “객관적 시각에서 사실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층 민중의 관점에서 그 사실을 해석해주는 것이 공영방송의 역할이라고 봤을 때 이번 KBS스페셜과 같이 일관되지 못하게 보도했던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며 “일관된 시각을 갖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절실하다. 노보나 조합원 교육 등을 통해 알려나가고 있고 인식의 범위도 더욱 넓어지고 있다. 일관된 목소리로 한미FTA의 폐해에 대해 알려가는 보도를 해나갈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KBS스페셜은 지난 6월 6일 ‘FTA 12년 - 멕시코의 명과 암’과 지난 9일 ‘한미 FTA - 위기인가 기회인가’ 등 한미FTA와 관련된 보도를 한 달 간격으로 두 차례 방영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두 프로그램의 한미FTA에 대한 보도 태도가 달라 시청자들의 항의가 홈페이지 게시판를 통해 제기되기도 했다.

다음은 최상훈 대외협력국장의 인터뷰 전문이다.

조합원들의 한미FTA릉 받아들이는 위기감은 어느 정도인가?

한미FTA에 대한 언론노동자의 위기감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없지만, 투표율과 찬성율에서 나타나듯이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는듯 하다. 물론 하루 파업으로 방송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언론노동자가 사회적 안건을 가지고 파업을 하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파장이 꽤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FTA는 KBS, MBC 등 공영방송을 장악하는 등 공공성을 파괴하고 언론노동자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알려나가는 작업은 필수적이다.

동력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어떤가?

  /한규석
동력이 떨어질 것은 확실하다. 태풍 때문에 총파업을 연기하고 결국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동력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차 협상 기간 중 방송노동자들의 FTA 입장을 협상팀에 알려야 한다는 시기적 급박함으로 총파업을 강행하게 되었다. 동력 급감에 대한 대책이나 대안은 마련하지 못했다. 그러나 의미는 있다.

KBS는 한미FTA를 어떻게 다루었는지

KBS는 KBS스페셜이라는 코너를 통해 한미FTA 관련 두 번의 방송을 방영했다. 특히 이강택 PD의 ‘멕시코의 명과 암’의 경우는 방송사 처음으로 한미FTA의 파장에 대해 알렸고, 이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도 좋아 현재 교육홍보자료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지난주 방영한 ‘위기인가 기회인가’의 경우 그간 민중적 시각으로 한미FTA를 바라보려 한 일고의 노력들을 물타기하는 방송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노조입장에서도 우려감이 팽배해 있다. 시청자들로부터도 문제제기가 잇따를 정도로 제작자 시각 자체가 우려스러웠다.

그러나 이런 제작방송이 나오는 것은 전적으로 사측의 책임이며 현재 KBS사측과 노조 사이가 악화일로에 있지만 이러한 문제제기를 위한 성명서를 통해 사측에 항의해나갈 것이다. 또한 같은 프로그램 안에서 다른 시각의 방송이 나온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관된 시각을 갖는 것이 맞다. 객관적 시각에서 사실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층 민중의 관점에서 그 사실을 해석해주는 것이 공영방송의 역할이라고 봤을 때 일관된 시각을 갖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절실하다. 노보나 조합원 교육 등을 통해 알려나가고 있고 인식의 범위도 더욱 넓어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파업도 가능했다. 일관된 목소리로 한미FTA 보도를 해나갈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노사관계가 악화일로라고 했는데, 이유는 무엇이냐?

모든 책임은 정연주 사장에게 있다.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를 해야하는데, 이러한 신뢰를 무너뜨렸다. KBS와 시청자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KBS노조는 구조조정 반대, 평가보상제 등 경쟁시스템 반대 등을 주요현안로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KBS는 신자유주의적이고 반공영적인 형태들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KBS 언론노동자들의 투쟁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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