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경대 해고노동자들, 4일째 총장실 점거농성 중

경비·미화 해고노동자 20여 명, “부당해고 고용승계로 해결” 촉구

  13일 부경대 해고노동자들이 4일째 총장실을 점거하고 있는 가운데 시설노조 관계자가 교섭결과를 알려주고 있다

  경비, 미화 해고노동자들이 총장실이 더운 듯 부채를 부치고 있다. 이날 학교측은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에어컨을 틀어주지 않았다

부경대학교 경비, 환경미화원 해고노동자 20여 명이 지난 10일 총장실 점거에 들어간 후 4일째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이 점거농성에 들어간 이유는 바로 부경대학교에 해고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부산시 남구 부경대학교노조 소속 환경미화원 11명과 경비원 20여명은 지난 3월 1일과 5월 1일부로 각각 해고됐다.

부경대 해고노동자, 고용승계 촉구 4일째 총장실 점거농성

이에대해 민주노총 산하 전국시설관리노조 부산지역본부는 “환경미화원의 경우 그동안 용역업체와 매년 계약을 맺으면서 일을 해왔으나, 올 3월 1일부터는 한국청소용역협동조합 내 K용역회사와 T용역회사가 청소용역업무를 맡으면서 조합원들만 골라 집단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전국시설관리노조부경대지회의 해고노동자들에 따르면 “지난 2월 27일 오후 9시 30분쯤에 환경미화 반장이 조합원들에게 전화를 해 ‘회사가 바뀌었으니 28일 오후 1시까지 이력서를 내라’고 통보했다”며 “이에 조합원들이 시간이 이력서를 준비하는데 시간이 촉박하다고 했지만 환경미화 반장은 ‘자신도 연락을 받은 처지라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회사에 전화하라고 했다. 그런데 회사명도 모른 채 가르쳐 준대로 전화를 했으나 담당자는 전화를 끊어버렸고 이후 전화조차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 5월 1일에는 부경대에 무인경비시스템 도입되면서 경비원 37명 중에서 20여명이 집단 해고됐다. 20여 명 중 10명은 조합원이다. 현재 부산에서는 매표소 무인화로 부산지하철 매표소 비정규노동자가 집단해고되어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의 국립대에서도 무인시스템 도입에 따라 해고노동자들이 발생한 것.

시설노조 부경대지회(지회장 남수철)는 지난 4월 28일 조합원 총회를 통해 상급단체를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 전국시설관리노동조합으로 변경했다. 소속 노동자들은 대부분 7~8년간 부경대에서 근무해 왔다.

부경대 해고노동자, “대학본부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아 최후의 수단 선택”

  해고노동자들은 총장점거 이후 한번도 총장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대학본부 앞에 붙은 현수막 문구. 120일 넘게 투쟁 중인 해고노동자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 하다

비정규 해고노동자들은 총장실 점거농성에 돌입한 이유에 대해 “그동안 120여 일이 넘게 해고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천막농성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의사를 전달했음에도 대학본부는 ‘사용자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는 바, 이에 최후의 수단을 선택한 것”이라고 전했다.

부경대학교본부는 현재 비정규 해고노동자들의 요구에 대해 용역 인원의 고용 및 운영 문제는 용역업체 고유 권한이라며 외면하고 있는 상황. 13일에도 부경대와 용역업체들은 총학생회, 노조와의 4자 교섭을 가졌지만, 서로간의 합의점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민주노총부산본부도 지난 11일 ‘부경대 시설관리 비정규 해고 노동자 총장실 농성 돌입에 부쳐’라는 성명을 통해 “대학은 분명히 용역계약의 직접적인 당사자다”라고 지적하며 “그러함에도 최저임금 수준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인간적 권리를 선언한 것에 대해 책임회피만 하고 있는 것이 그리고, 힘없는 마지막 나뭇가지를 잡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출입금지가처분 신청을 하는 것이 진리의 상아탑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민주노총부산본부는 이어 “이제라도 부경대학은 성실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 부경대학교를 위해 묵묵히 일했던 노동자들의 순박하고 소박한 요구에 답할 때”라며 “이윤추구에만 눈이 멀어 노동자들에게 착취와 횡포만 자행하는 용역을 이제는 편의만 생각하면서 나몰라하는 무책임함을 버려야 한다”며 해고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촉구했다.
덧붙이는 말

정연우 님은 참세상 부산경남지역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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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승계 , 천막농성 , 해고노동자 , 부경대학교 , 총장실 점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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