샅바게임, 한미FTA 2차협상 잘 되고 있다

[2차협상쟁점](7) - 하루 남은 협상, 2개월간 할 일 정리하면서

전체 18개 분과 및 작업반 중 14개 분과 및 작업반이 협상을 종료했다. 2차 협상 마지막 날인 오늘(14일)은 무역구제, 투자, 서비스, 환경 분과에서 협상이 진행된다. 지금까지의 협상을 평가한다면, 정부의 말대로 ‘별 무리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

그간 정부가 계속 쟁점으로 부각시켜온 ‘쌀’과 ‘개성’, ‘섬유’, '자동차' 그리고 결렬 된 ‘의약품’ 분과를 제외하고는 일정 정도의 속도를 내거나 통합협정문들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쌀, 개성, 섬유, 의약품도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사실 국내 정치적 용도의 측면과 산업적 이해를 감안한다면 한미FTA 2차 협상은 양측 협상단의 공통 이해를 기반으로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상품 무역, 큰 틀은 짰다, 내용 채우는 본 협상은 이제 시작

12일 끝난 상품무역 협상에서 양측은 이행 기간을 즉시철폐, 3년, 5년, 10년, 기타(Undefined)로 5개로 구별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1만 개에 이르는 상품 품목, 상품 코드의 개방 범위를 정하고, 끼워 넣을 5개의 큰 틀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이제 품목별 양허기간 설정을 놓고 본격적인 샅바싸움이 시작된다. 구체 협상이 본 궤도에 오른 것이다.

예를 들어 한아세안FTA 상품무역협정 타결 내용을 보면 ‘2016년 1월 1일 까지 10년 내에 품목수 및 교역액 기준 97%에 해당하는 한국 수출품목에 대해 자유화에 합의’하고, 한국의 초민감 농.수산물 45개 품목인 쌀, 소고기, 닭고기 등은 개방대상에서 제외했다.

한칠레FTA 당시 양국은 △제외 △즉시철폐 △5년 내 철폐 △7년 내 철폐 △9년 내 철폐 △10년 내 철폐 △16년 내 철폐 등 양허 이행 기간을 7단계로 구분한 바 있다. 이에 비해 한미FTA의 경우는 제외를 포함해 10년 이상 장기 점진 철폐 등이 ‘기타'에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민감 분야, 농업과 섬유 협상의 전술 게임

한국 협상단은 섬유분야 협상에서 ‘5년 내 전 품목 관세철폐’라는 입장을 제출했다. 미국 협상단의 민감품목인 만큼 반대의 입장을 고수해 기본원칙을 마련하지 못했다. 또한 섬유의 ‘원산지 규정’에 있어서 미국측은 면제품 등 몇몇 천연섬유에 한해 ‘섬유 원료 기준(fiber forward)' 적용하자는 입장을 전달했다는 후문이고, 한국 협상단은 완화된 원산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이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산물과 관련해 미국 협상단은 최대 10년 내 철폐를 주장했지만 한국 협상단은 20년 등 장기 이행 기간을 주장했다. 이 역시 기본적인 합의 없이 쟁점을 남기며 마감했다.

관련해 김종훈 수석대표는 "쌀은 그것이 관세화든 물량이든 FTA 협상에서 논의하고 싶지 않은 입장"이라며 "쌀에 대해서는 지난 연말 DDA 협상이 있었고, 몇 개국(미국 포함)에 양허를 했고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분명히 했다. '쌀'은 예외시킬 것이라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쌀 이외의 농산물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전 쟁점이었던 ‘농업 세이프 가드’의 경우는 이미 'WTO 일반 규정에 인정되어 있는 부분'이다. 국제적으로 용인된 제도이다.

관련해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성명을 내고 “마치 쌀을 지키면 협상이 성공하고 다른 부분에서는 모든 것을 내어줘도 되는 마냥 국민들의 귀를 현혹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WTO 협정에는 ‘어떠한 FTA도 역외의 제3국, 예를 들어 한미 FTA의 경우 중국과 같은 나라에 대해 이미 적용 중이던 관세나 교역 규정을 더 높이거나 제한을 가해서는 안 된다(GATT 24.5(b)조)'는 조항이 있다.

전농은 이 조항을 근거로 “만약 한국 정부가 미국에 쌀을 전면 개방을 했을 때 이미 각 국가별로 배정된 수출량(국별쿼터)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며 이는 곧 제 3국에 제한을 가하는 행위로 한미FTA가 WTO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예를 들었다. "정부의 '쌀'을 지키겠다는 다짐 또한 거짓이며, 생색내기용에 불과할 뿐"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 부분은 양국 협상단 모두의 민감분야인 만큼 국내 여론을 위해서도 이 분야는 계속 쟁점과제로 남을 것이다. 섣불리 협상을 했다가는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입장은 일괄교환이지만 양국 협상단은 전체 양허안을 8월 초에 교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3차 협상이 한미정상회담이 예정된 9월에 워싱턴에서 진행된다. 2개월간의 검토 기간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이번 2차 협상에서 농업과 섬유가 의견일치를 보지 못했다 하더라도 양국간 민감품목이기 때문에 입장차를 계속적으로 확인해 나가면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김종훈 수석대표의 말처럼 '동시 교환‘을 전제로 늦어도 “8월 상반기 중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교환될 것”이기 때문이다.

서비스,투자, “개방 범위 이견 없다”

WTO 서비스 부분의 경우 유보안을 코드화 해 155개 분야로 나눠놨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유보하겠다는 분야를 통째로 유보 한다기 보다는 대부분 그 분야의 어떤 조처를 유보하는 것”이라며 “분야을 통해 몇 개이고, 조처를 통해서 몇 개인지가 서로 섞여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FTA의 서비스, 투자 유보안은 12일 교환됐다. 현재 한국 협상단은 미국 측의 유보안을 검토하고 있다. 오늘도 ‘서비스, 투자’분과 협상은 계속된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서비스·투자 유보 안에 한미 간 이견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서비스', '투자' 영역에서의 '공공부문 민영화/사유화'에 대한 기조가 같다는 것의 확인이다.

또한 방송, 전기, 가스, 수도 등은 서비스 유보 안에 들어갔다고 직접 거명했다. 그러나 이미 민영화/사유화 된 KT를 지칭하며 ‘통신’은 ‘개방에 합의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으나 통신의 외국인 지분한도는 유보안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공공서비스, 기간산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한도는 유보안에 포함될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정책적으로 민영화/사유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영화/사유화 된, 민영화/사유화 될 공공서비스들의 경우는 유보 안에서 단계적으로 제외되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음을 추론할 수 있다.

KT의 사례를 통해, 철도청이 공사화 된 이후 추진 단계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연관지어 볼 수 있다. 현재 전국 각지에서 전개되고 있는 '상수도 사업 구조개편'과 같은 물 사유화 정책도 마찬가지다. 설령 가스, 에너지, 발전 처럼 그 사업의 성격이 사회 공공적 의미가 있다 하더라도.

그러니 정부가 공공부문의 민영화/사유화 계획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김종훈 수석대표가 ‘통신’을 두고 언급한 내용을 세부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

서비스 영역에 포함된 SAT(미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도 마찬가지다. 미국 협상단은 큰 관심을 보이며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관련해 김종훈 수석대표는 “유학 가는 사람들이 실제로 SAT 보고 있다”고 전제하며 “그러면 이것을 어느 정도 강도로 규제를 할거냐의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26개 학교가 미국과 민간 간 계약을 통해서 대행하고 있다는 것 알고 있다. 어떤 형태로 규제를 풀 것이냐. 어떻게 하면 국민의 편의가 촉진될 것이냐 하는 판단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한미FTA를 통해 SAT를 도입하는가 아닌가가 관건이 아니다. SAT를 비롯해, 미국의 다양한 테스팅 서비스들이 공영형 혁신학교, 외국인학교 내국인 입학 등 국내법 개/폐의 과정과 맞물려 ‘국민 편의’의 명분으로 도입되고 어떻게 제도화 되는가가 관건이다. 또한 교육과 관련해 '규제를 어떻게 풀 것이냐' 식의 접근은 지금처럼 '교육 시장화 정책' 기조를 유지한 협상이 계속 진행될 것임을 유추할 수 있다.

개성공단, 실무적으로 계속 설명해 나갈 것

미사일 국면임에도 불구하고 ‘개성’의 특례관세 적용 문제는 계속 쟁점이다. 한국 협상단은 ‘원산지 분과’에서 역외가공방식에 의한 개성공단의 특례 관세 부여 필요성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한국 협상단은 ‘역외가공방식’ 이 이미 65개 FTA에서 인정된 제도라는 것과 미국이 이스라엘과 체결한 FTA에서도 도입한 제도임을 주장의 근거로 하고 있다.

이미 수차례 미국 협상단은 ‘개성공단의 제품은 한국에서 만든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단정했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11일 브리핑에서 “정부는 개성공단(의 제품)을 인정하는 문제에 대해 실무적으로 계속 설명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사일 정국에도 불구하고 이후 협상에서도 개성공단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쟁점이 되고 있는 ‘개성공단’ 의제의 경우 교역 규모가 10억 5,575만 달러(2005년) 수준으로 11개 남쪽 기업이 가동 중일 뿐 그리 활발한 공단도, 교역도 이뤄지지 않는 곳이다.

한미FTA로 인해 몰락할 중소기업들의 또 다른 돌파구 일 수도, 노무현 정부의 '다국적기업을 유치를 통해 동북아 경제거점으로 삼겠다'는, 통일의 새 시대를 열고자하는 ‘정치적 상징체’이기도 하다. 나아가 개성을 통해 초국적자본의 진출을 열어주는 '통로'로의 북에 대한 '경제적 상징체'이기도 하다. 개성공단 문제는 마지막 협상 때 까지 쟁점으로 남을 전망이다.

한아세안FTA 상품 무역협상 타결 과정에서도 '개성공단'의 특례 관세 문제는 많은 이견차가 있었고, 최종 타결 과정에서 협정문에 포함됐던 전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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