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과 한미FTA .. 9월 정상회담이 분기점

교수학술 공대위, '한미FTA 2차본협상과 북 미사일 문제' 토론회

한미FTA와 평택의 문제는 동전의 양면이다. 경제적 의미만으로 한미FTA를 바라본다면 전략적 유연성이나 평택 미군기지 이전 문제들이 맞물린 의미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요르단, 이스라엘 등 FTA 전략을 경제적 측면 뿐만 아니라 군사 안보적 측면에서 활용해 왔다. 그리고 한국도 같은 맥락에서 배치되어 있다. 현재의 한미FTA가 경제 뿐만 아니라 군사 안보적 연관성을 갖는다는 것은 수 차례 강조돼 왔다. 고로 현재의 미사일 국면도 주체의 의지와 무관하게 한미FTA와 연관될 수밖에 없는 조건인 셈이다.

한미FTA저지 교수학술공대위는 20일 북측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국면 진단과 한미FTA와의 연관성을 짚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한미FTA 3차 본 협상과 대북 제재 해결의 문제가 9월 한미정상회담과 맞물려 진행될 것을 경고했다. 또한 11월 집중 계획만을 내놓고 있는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의 실천 계획 변경에 대한 주문도 이어졌다.


발제자로 참석한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한미정상회담과 FTA가 같은 시기에 열린다는 것에 각별한 주의와 환기가 필요하다”며 “국민운동, 시민사회의 대응 계획의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배성인 명지대 북한학과 교수도 시기적으로 맞물림을 지적하며 “한미FTA 협상의 미타결 쟁점들을 양국 정상이 만나 북한 문제와 거래하려는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행이 아니라 더 큰 실익을 얻기 위한 전략일 뿐

이해영 교수는 “2차 본협상의 결과는 결렬, 실패라기 보다 계획된 파행”이라고 평가했다.

근거로 당시 한미FTA 반대 대국민 여론이 급증하고 있던 상황, 미국 협상단이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을 접촉하면서 타진했던 상황, 2차 협상 전반부에서 협의가 필요한 부분들은 마무리 됐다는 점 등을 들었다.

협상 내용과 관련해 상품의 경우 ‘쌀’만 지키겠다는 정부 주장은 “대 국민 사기극”이라 일축했다. 한국과 미국은 2004년 쌀 협상을 통해 2014년 관세유예와 2015년 자동 개방을 합의한 상황이다. 이해영 교수는 “오히려 노림수는 쇠고기 수입재계, 의무수입물량을 늘이는 문제, 위생검역에 대한 요구 등에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미FTA 2차 협상 평가를 발표한 이해영 교수
또한 의약품 분과 협상과 관련해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기했다. 미국측이 한국의 정책을 인정하는 시나리오의 경우 “특허기간 연장, 비위반제소, 약제비 결정 과정에 미국 제약 업계의 참여 등 포지티브 리스트에 못지 않은 실익을 챙기게 될 것”이라 설명했다. 그리고 미국측이 그들의 주장을 고수할 경우 FTA 협상 자체가 난관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 예측했다. 결론으로 “미국이 포지티브 리스트에서 일정정도 양보의 행동을 취하면서 약가와 관련한 다른 실익들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수면 아래서 합의되고 있는 서비스, 투자 조항들이 오히려 더 문제

이해영 교수는 쟁점으로 부각된 부분 보다 이미 ‘합의되고 있는 영역’과 ‘국내법 개정 절차를 통해’ 협상 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부분들을 묵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이해영 교수는 “서비스 부문의 경우 미국의 요구안대로 네거티브 리스트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협상단이 80개 이상의 매우 보수적인 유보안을 냈다고 하지만 이는 전체 서비스 협상 영역이 1000개 라면 80개를 제외한 920개가 개방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미국이 교육, 의료 관련해서 1차 협상에서는 관심 없다’고 해명 했지만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는 2차 협상에서 직접적으로 한국의 교육시장에 대한 관심과 협상의 의지를 표명했다. 또한 의료 부문의 경우도 전국적인 규모에서 영리법인화를 기도하는 내용을 협상과 별개로 국내 정책으로 발표한 바 있음을 들었다. 이해영 교수는 “FTA와 무관하게, 병원과 학교에 대한 영리법인화는 가속화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리고 전기, 가스, 수도 유보안에 들어가 있다고 하지만, 이 부분은 FTA와 무관하게 시장화 민영화 과정을 밟아왔기 때문에, 증권시장에 상장할 경우 FTA 투자 조항에 적용을 받게 된다. 이해영 교수는 “이미 투자 조항에서 투자자 제소권이 합의 됐기 때문에 연관되는 지점”이라며 더 큰 우려가 남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투자 분야의 투자 정의, 이행의무부과금지조항, 투자자 제소권 조항 등 독소조항들이 거의 그대로 합의된 상황”임을 강조하며 “농업, 약가, 섬유, 개성공단에 시선이 집중된 동안 이 부분이 다 협상되고 있다”며 인식의 재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해영 교수는 “9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미사일과 FTA가 함께 논의된다면 최악의 시나리오는 북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명분을 제외하고, 어떠한 성과도 못 챙길 상황”이라며 “3차 협상을 앞두고 향후 계획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사일 국면과 한미FTA의 연관성을 짚은 배성인 교수
예견된 미사일 정국, 이후 현상이 아닌 ‘왜’를 주목해야

배성인 교수는 “미사일 발사는 시기의 문제였지 과거 북한의 행태를 돌이켜 보면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라며 “북한은 외교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 긴장을 고조시켜 돌파구를 찾아왔음”을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그동안 대북 금융제재, 북한인권 및 탈북자 문제, 마약 및 가짜 의약품 등 ‘북핵 문제’에서 ‘북한 문제’로 방향을 바꿔 북한을 강하게 압박해 왔고 MD 체계 구축과 북한의 양자 대화 제의 거부 등 북한이 ‘벼랑끝 전술’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정황이 있음을 들었다.

배성인 교수는 특히 6월 19일부터 23일까지 괌 인근해역에서 진행된 ‘용감한 방패 2006’ 대규모 군사훈련을 강조했다. 이 훈련은 로널드 레이건, 에이브라함 링컨, 키티호크 등 3대 항모 전단과 소속 함정 28척 275대 이상의 항공기를 비롯해 병력 2만 2000명이 참가한 대규모 합동 군사 훈련이었다. 배성인 교수는 “미국 역사상 최대의 훈련”이라는 평가를 인용하며 이와 더불어 6월 25일부터 7월 28일까지 하와이 인근에서 미 해군 주최로 진행된 ‘림팩 2006’ 훈련이 군사적 긴장 국면을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배성인 교수는 “림팩 훈련은 사실상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훈련 즉 대북 해상 봉쇄 훈련이라 할 수 있다”며 “미국은 북한의 핵보유 선언 이후 해상봉쇄 훈련의 강도를 크게 높여가고 있고, 미국이 머지않아 대북 해상 봉쇄를 추진할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고 북한이 느낄 군사적 위협 요소들이 산재해 있었음을 현 국면의 근거로 제시했다.

결국 배성인 교수는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의 의도 중 가장 유력한 해석은 대미 압박 수단”이라고 꼽았다.

또한 미국의 의도는 “단계적인 제재 강화를 통해 북을 철저히 고립시키고 약화시켜 붕괴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이에 기초해 단계적으로 군사적 압력과 제재를 실현시켜 나가기 위한 치밀한 준비를 진행해갈 것”이라는 해석을 덧붙였다.

이어 이번 9월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은 한미FTA 3차 본 협상 시기와 맞물려 있음을 들며, 이 정상회담은 올해 초부터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과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속적으로 협의해 왔음을 지적했다.

배성인 교수는 “한미 정상회담이 금년 초부터 협의되어 왔다는 점과 금년 초라는 시기는 한미FTA 및 전략적 유연성 문제 한미FTA 4대 선결 과제 등이 집중적으로 대두되던 시기”였음을 강조하며 “이는 한미정상회담 시기를 놓고 4-5개월 간 저울질한 것”으로 해석, “한미FTA 저지 여론의 급증과 북한 미사일 문제가 시작되면서 3차 본 협상이 열리는 9월 정상회담을 결정한 것”이라는 '시기 결정'의 추론 결과를 이끌어냈다. 결국 의제상 정상회담 자리에서 한미FTA와 미사일 국면의 북한 경제 제재의 문제 등 모두 쟁점들이 다뤄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라는 해석이다.

배성인 교수는 “중국과 한국이 지속적으로 북미 양측에 대한 설득 노력에 전념해야 함에도 남한은 북한에 대한 대북 지원 중단으로 스스로의 족쇄를 채우고 있다”고 비판하며,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중요한 국면임”을 거듭 강조, 노무현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 FTA 특위, 오히려 면죄부 창구로 전락할 수도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처장
토론자로 참석한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처장은 “2차 본협상이 상당한 합의하에 끝난 것은 부정할 수 없고, 서비스 투자 부문에서도 합의 수준을 하향할 수 없는 조건들로 이미 합의한 상황이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가고 있다”라며 2차 협상에 대한 평가 맥락을 같이 했다.

이태호 협동처장은 “약제비는 상품 협상이지만 좀 더 확장하면 투자 조항과 연관되고 1년 동안에 법이 만들어 지지 못하면 투자 조항에 의해 제소 대상이 된다”고 예를 들며 “한미FTA라는 이 판을 완전히 깨지 않는다면 어떠한 효과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태호 협동처장은 특히 ‘국회의 FTA 특별위원회와 관련해 준비 부족’을 지적하며 “국회의 준비 태세는 너무 더디고, 결의사항 마저도 내용이 없어 오히려 국회 내 특위가 형식적이고 면죄부를 주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위험성을 강조했다.

또한 “현재 미국은 이라크 중동에 발목이 잡혀 있음”을 지적하며 “북 미사일 발사에 대한 안보리 비난 결의안과 관련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예외주의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고 국제 정세를 언급했다. 이어 미국 내 북한 압박의 로드맵 부재의 비판 여론과 이라크 전쟁에 대한 비판 여론의 고조를 덧붙이며 “미국과의 FTA 협상에서 이런 거시적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방식과 관련해 본인 또한 반전과 철군을 주장하고 있다고 전제 한 후 “이라크에 발목 잡힌 부시 정부에게 이라크에 남은 한국군이 협상의 패가 될 수 있다”라며 “전략적 유연성, 한미FTA, 북핵 문제 등을 전체 시야에서 본다면 미국의 가장 약한 아킬레스 건은 이라크 중동 문제일 것”이라고 전략적 활용론을 제기했다.

덧붙여 “요번 쌀과 비료 중단 결정은 지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까지 8년간 유지한 인도적 지원의 대 원칙을 깬 것”이라며 “정부가 자기 패를 꼬고 있는 상황으로 어떻게 계기를 만들지 정부도 찾아내기 힘들 것”이라며 우려의 시각을 전했다.

섣부른 성과 평가는 우려, 9월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고민택 민중언론 참세상 논설위원
계속해서 토론자로 참석한 고민택 참세상 논설위원은 2차 협상 평가에 동의를 표하며 “범국본에서 한미FTA 2차 협상을 파행, 결렬로 언급하면서 투쟁의 성과라는 식으로 정리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 “가능성을 본 점을 강조할 수 있으나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평가할 부분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미국이 상당한 주도권을 잡고 있고, 노무현정권이 실무적으로 아무 것도 할 것이 없는 상황에 처해 있으니 비관적일 수 있지만, 미국은 세계 정세 속에서 결코 유리한 국면에 서 있지 않다”며 강조했다.

고민택 논설위원은 “한미FTA 협상이 불협화음을 내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기하며 “한미FTA 협상이 미국의 의도대로 진척되기 보다, 여기 저기 흠집을 내고 순탄치 않은 과정을 통해 상황을 극명히 드러내 보이고, 지금까지 올라온 여론과 싸움의 성과를 모아 다음 단계의 전망을 열수 있는 정치적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미사일 국면에서 안보리의 비난 결의문 채택과 관련해 “국내 계급 지형에서 한미FTA 투쟁 진영의 일치된 의견이 필요하다”고 제기하며, “북한의 전면 거부는 정당하다, 안보리 결의에 대해 주저하지 말고 전체 정세에 유리한 지형을 형성하기 위해 규탄과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3차 협상이 예정된 9월 싸움을 준비하기 위해 범국본은 내부적인 대비가 필요할 것”이라는 제언을 덧붙였다.

관련해 김세균 교수학술공대위 공동대표는 “저지에 대한 보다 체계적이고, 치밀한 대국민적 선전전을 광범위하게 조직하지 않으면 여론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3차 협상을 마치고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협상단이 해결하지 못한 쟁점들을 거기서 타결지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9월 한미정상회담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과제를 제출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강정구 교수도 한미FTA와 북한문제 ‘빅딜’설과 관련해 “주는 것 만 있지 북핵 문제 평화적 해결이라도 받을 수 있겠냐”며 빅딜 개념 적용이 맞지 않음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