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들, 삼광사 조합원 내몰다

삼광사 신도 대표, “종교단체에 노조 있으면 신앙심 흐트러져”

  27일 삼광사 내 운전기사실에 머물고 있는 부산지역일반노조 삼광사현장위원회 조합원들

  오후 7시. 삼광사 신도들이 운전기사실에 들이닥쳐 조합원들을 둘러싸고 있다

“노조들은 절에서 떠나라!”

27일 오후. 부산진구 초읍동 삼광사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오후 7시가 되자 갑자기 사찰 출입구에서 대기하던 신도 2백여 명이 조합원이 머물던 운전 기사실로 들이닥쳤다.

신도들은 이날 1시간동안 삼광사현장위원회 조합원 4명에게 “운전기사실에서 나가라”고 소리를 질렀고 이를 견디다 못한 조합원들은 결국 주지스님과의 면담을 위해 삼광사 내 법당 대웅고전으로 피신했다.

신도들, 천태종 삼광사를 사수하다

그러나 법당까지 따라나선 신도들은 조합원들에게 소금을 던지며 절에서 떠날 것을 요구했고 결국 조합원들은 법당에서 쫓겨났다. 이 과정에서 신도들과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한동안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이날의 충돌은 종결됐다.

삼광사 신도들이 조합원들의 경내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본격적인 활동을 선언한 것이다. 신도들은 얼마전 조합원들이 근무하던 경비실을 점검하더니 이날 운전기사실마저도 마저 점거해 버렸다.

자신들의 마지막 보루였던 기사실이 빼앗겼다는 것에 대해 조합원들은 한동안 할말을 잊었다. 이날 조합원들을 막아섰던 신도 대부분이 60세 이상의 고령이었다.

조합원들이 사찰에서 내몰리게 된 것은 신도 35만여 명의 삼광사에서 일하던 10년이상 장기근속 운전, 경비 노동자들이 지난 2005년 8월 민주노총부산지역일반노조에 ‘삼광사현장위원회’라는 노동조합을 설립했기 때문.

이날 기자와 만난 삼광사 조합원들은 조합설립 이유에 대해 “인사권을 가진 스님들의 부당해고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조합원들은 “말이 운전기사실 이전이지 이전지인 경비실은 이미 신도들에 의해 점거당했다”고 전했다.


  신도들은 이날 조합원들이 나가지 않자 폭언과 함께 방석 등을 휘두르기도 했다

  한 조합원이 고통을 호소하며 법당으로 피신하고 있다

삼광사 노동자들, 부산지역 최초 종교단체 내 조합 결성

한 조합원은 이에대해 “다 삼광사에서 노조를 없애기 위해 신도들을 움직인 것”이라고 분노하기도 했다.

조합설립 당시 30여명에 이르던 삼광사 조합원들은 현재 7명만이 남았다. 인원이 줄어던 이유에 대해 조합원들은 삼광사측이 온갖 회유와 협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신도측은 그런 적이 없다고 맞받아치고 있는 형편이다.

삼광사현장위원회측 한 조합원은 이날 “13년간 장기근속한 운전기사 김승조 씨를 버스가 노후됐다는 이유만으로 감차하고 그를 정리해고했다”며 “그동안 근무에 불안감을 느껴 일반노조에 가입하게 됐다”고 털어났다.

김승조 조합원은 현재 복직했지만, 아직까지 원직복직인 아닌 대기상태로 있다. 조합원들에 따르면 신도들 때문에 운전기사실을 제외하곤 어디에도 갈 수 없다고 한다.

삼광사현장위원회는 부당인사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현장위원회는 “부당 인사조치로 고통받고 있는 21년 장기 근속한 한 근무자도 있었다. 그 근무자가 방송실장으로 하고 있을 때, 삼광사측에서는 3개월 수습사원을 그 위에 임명시켜 놓고 보조역할로 일하라는 치욕적인 인사를 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조합원들, “근무에 불안감을 느껴 일반노조에 가입했다”

조합원들은 신도들의 노조탄압 대해서도 “7월경 천태종 본산 구인사의 한 스님이 삼광사에서 설법을 하면서 ‘삼광사에서 큰일이 일어났는데 신도들이 해결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부추겼다”며 “그 한마디에 신도들이 들고 일어나 기사실 유리창을 깨고 노조측 현수막을 뜯는 등 탄압을 가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현재 해고된 김영기 삼광사현장위원회 조합원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정년 60세인 삼광사 취업규칙 때문에 해고됐다”며 “그런데 60세가 넘는 비노조원 5여 명은 지금도 삼광사에서 연봉제로 일하고 있다. 어떻게 나만 해고할 수 있는가”라며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현장위원회측은 앞으로 노조분쇄에 맞서 법당 내 출근투쟁이라도 벌이겠다는 입장. 반면 ‘삼광사 신도들의 모임’측은 이러한 노조측 주장에 대해 반박의 입장을 전했다.

[인터뷰]김광호 우리절우리가지키기 위원장

김광호 ‘우리절우리가지키기신도들모임’ 위원장은 이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신도들이 들고 일어난 것은 지난 6일 일반노조측이 삼광사 집회에서 ‘천태종단이 망할 때까지 투쟁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김광호 위원장은 “노조원들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며 “적나라한 문구의 현수막 등을 통해 삼광사와 종단을 비방했다”고 전했다.

  김광호 신도들의모임 위원장이 노조측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김광호 위원장은 “삼광사노조측의 주장은 △급료 인상 △복지시설 확충 △인권 존중”이라고 설명한 뒤 “그런데 노조가 힘없는 스님들의 인사권까지 터치하는 것은 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7일 개최한 ‘신도들의모임’ 발대식에 대해 “지금까지 지켜보고 있던 노보살님들이 절을 보호하기 위해 일어났다”며 “우리 신도측 간부들도 보살님들의 피 흘리는 모습을 지켜볼 수가 없어 자체적으로 모임을 만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광호 위원장은 노조가 주장하는 취업규칙 의혹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60세 이상의 정년퇴직자들은 현재 연봉제로 계약을 체결한 상태”라며 “그런데 정년을 넘은 노조의 한 조합원은 연봉제를 거부한 채 ‘65세까지 정직원으로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의 힘을 믿고 배짱을 부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복직 후 대기상태인 조합원에 대해서는 “조합원 김승조 씨는 근무태만을 해서 해고된 것”이라고 전제한 뒤 “작년 김승조 씨가 복직했지만, 그는 봉고가 아닌 버스를 운전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기존의 봉고 운전기사는 어떡하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거대사찰 삼광사에 붙어있는 현수막들. 사찰에 대한 신도들의 절실한 신앙심이 느껴진다

“종교단체와 노조는 맞지 않다. 종교단체에는 사용자가 없는 곳”

이어 김광호 위원장은 방송국 프로그램의 삼광사노조 관련 방송에 대해서도 “편파보도”라는 지적을 잊지 않았다. 그는 “KBS 시사투나잇이라는 프로그램이 삼광사 노조문제와 관련, 취재해 갔는데 우리측 주장은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며 “어떻게 노조측의 일방적인 주장만 실을 수 있냐”고 비판했다.

그는 ‘운전기사실 훼손은 어떻게 된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기사실 유리창 파손은 노조의 데모에 분노한 보살님들이 본이 아니게 그런 것”이라고 즉석에서 해명하기도 했다.

특히 김광호 위원장은 노조탄압 의혹에 대해 “우리도 노조자체를 없애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종교단체와 노조는 맞지 않다. 종교단체에는 사용자가 없는 곳”이라며 “다만 ‘직원상조회’를 만들면 우리도 법적으로 그들의 권리를 보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광호 위원장은 인터뷰 말미에 “종교단체에 노조가 있으면 신도들의 신앙심이 흐트러지고“ 사회적 인식도 나빠질 것”며 “노조에 가입한 사람들이 하루빨리 노조를 탈퇴하고 우리와 예전처럼 잘 지냈으면 한다”는 충고도 전했다.

한편 부산지방노동청노사관계지원과 관계자는 이날 전화통화에서 “종교단체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일하는 자들은 노동조합 설립은 물론, 가입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말

정연우 님은 참세상 부산경남지역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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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 일반노조 , 삼광사 , 천태종 , 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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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벼리

    요즘 참 요상스러운 논조를 띄고 있습니다. "사찰에 대한 신도들의 절실한 신앙심이 느껴진다"는 사진설명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 노조원들을 몰아내고, 물리력으로 탄압한 것이 그 절실한 신앙심에 의해 가능했고 또 합리화된다는 것입니까? 혹시 참세상 기자님들은 기사의 '객관적 시각'이라는 부르주아 매체의 허위 의식을 공유하고자 하는 겁니까? 더이상 추측하진 않겠습니다. 끔찍하군요.

  • 지나가다

    기자가 사진을 가지고 빗나간 신앙심을 풍자하고 있네요. 저는 천천히 읽어보니깐 그런 늬앙스인데..

  • 벼리

    님의 말을 새기자면 '절실한 신앙심'(기사 사진 설명)='잘못된 신앙심'(님의 판단)이라는 건데, 이를 긍정할만한 글마디를 기사에서 찾아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기사는 매우 불분명한 논조와 시각으로 씌어졌고, '요상하다'는 거지요.

  • 흠 글쎄요

    일반적으로 풍자와 반어법 등은 '설명'과는 다른 방식의 표현법입니다. '절실한 신앙심'이라는 문구가 잘못된 신앙심을 표현한다는 것을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미련한 짓을 보고 '잘하는 짓이다'라고 말할 때, 아무도 '이건 네가 정말 잘했다는 것이 아니고 반어적 표현이니까 잘 알아들어라'라고 설명하지 않습니다. 욕을 듣는 사람도 그 말을 듣고 자기가 정말 잘했다는 뜻이구나라고 알아듣지 않습니다.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린 사람이 술에서 깨면, 흔히들 이렇게 말하죠. "네가 무슨 죄가 있겠니, 술이 죄지, 술이 죄야" 이 말은 당연히도 술을 엄청나게 퍼마시고 행패를 부려 주위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은 술에 의해 가능했고 또 합리화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 ㅈㅈ

    아마 참세상에서는 '신앙심'을 공격하고자 비아냥거리는 투로 '절실한 신앙심'이라는 표현을 쓴 것 같은데요, 저도 종교를 가진 사람입니다. 하지만 좌파고 제 신앙과 실천사이에는 어떤 괴리도 없습니다. 제대로된 신앙이라면 (그것이 사이비종교가 아니라는 전제하에) 진보적 이념-실천과 어떤 충돌도 없습니다. 삼광사 신도들의 저런 행태는 명백히 '잘못된' 신앙심인 것이지요. 그러니 사진 설명을 고쳐주십시오. 비판해야할 것은 저들의 행태지 종교 자체가 아닙니다.

  • 벼리

    흠 글쎄요/기사에서 문학적 표현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적 표현으로 기사를 치장하는 것은 좃선의 장기가 아니었던가요?

  • 노동자

    무엇보다 내용이 중요하다고 본다. 핵심은 온대간대도없고 꼬투리잡아 말작난 하기위해 들어오신 분들은 반성 하시오.

  • 아마도

    종교단체서 노조를 만들었다는 거 아닌가요? 그리고 그걸 사찰이랑 신도에서 탄압한다는 내용인데 다들 기사의 본질은 관심없고고 사진설명에만 여러가지 해석을 하시네요

  • ㅈㅈ

    기사 내용 꼼꼼하게 읽었고 핵심 다 파악 했는데, 저렇게 '종교' 자체를 비아냥 거리는 것은 종교 대 운동 식의 구도를 낳을 수 있으니까 명백하게 '잘못된' 신앙심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보다 옳다, 부처님 대 노조가 아니라 부당한 사용자 대 노조로 전선을 구성해야 하는데 저렇게 설명을 붙여놓으면 신앙심과 종교 자체를 비아냥 거리는 거 아니냐 하는 문제제기를 한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