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렬노조’에 의한 ‘북한역사관 세뇌’, ‘북한 인민’만들기?

전교조 색깔논쟁 또다시, 이에 대한 조중동의 보도 어떻게?

최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북한 역사책인 ‘현대조선력사’를 발췌해 만든 교사교재용 자료집과 관련하여 또다시 이적성 논란에 휩싸였다. 이와 관련하여 부산경찰청 보안과는 국가보안법 위법 여부에 대해 수사를 적극 진행한다는 방침을 밝혔고, 진보-보수단체 사이에서는 한바탕 설전이 벌어지는가 하면, 조중동을 중심으로 한 보수언론은 “우리의 아이들의 미래를 친북세력에게 맡길 수 없다”는 식의 색깔공세를 연일 퍼붓고 있다.

전교조는 이와 관련하여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 등이 사실을 악의적으로 과장·왜곡·확대하며 연일 전교조에 대한 시대착오적인 색깔 공세를 퍼붓고 있다”며 “일부 언론과 보수단체들의 전교조 흔들기, 색깔 공세에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명예훼손 고발 등 정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문제가 된 자료집은 전교조 부산지부에서 작년 10월 약 20여명의 교사들이 참여하는 학술세미나 ‘통일학교’의 토론회 참고자료로, 검찰에서 반북단체 및 이적성 혐의로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론회에서 사용된 ‘현대조선역사’는 1983년 북한에서 펴낸 역사책으로 이미 1988년 국내 출판사에 의해 발행된 바 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조선, 중앙, 동아 등 보수언론의 보도는 어떠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극렬노조’, ‘북한역사관 세뇌기구’, ‘북한 인민 만들기’


조중동은 27일 각각 사설을 실었다. 제목부터 남다르다.

조선일보-‘대한민국을 공격하는 극렬 노조 테러’
중앙일보-‘전교조는 북한역사관 세뇌기구인가’
동아일보-‘전교조는 우리 아이들을 ‘북한 인민’ 만들 셈인가’


조선일보는 27일 ‘대한민국을 공격하는 극렬 노조 테러’에서 이번 전교조 사태와 현대차 파업,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 등을 묶어 소개하고, “북한의 선전물을 베끼고 외우고 거기에 무릎 꿇고 절하는 기괴한 모습은 과거 여러 극렬운동들이 보여준 말기 증상과 똑같다”며 “대한민국의 장래와 우리 자신,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내일을 위해 전교조와 정면으로 맞서줄 것”을 호소했다.

중앙일보는 “교재에서 원전의 출처를 밝히지 않고 원문에 있는 김일성의 이름은 삭제해 북한 역사책과는 무관한 것처럼 눈속임하고 주체사상을 교묘하게 미화해 교사들을 의식화하려 한 것”이라며 “이념 교육은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사리판단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이념적으로 균형 잡힌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도 같은 날 사설에서 “이들이 만든 교재는 객관적 검증이나 비판적 접근 없이 북한 정권의 역사관을 일방적으로 추종하고 있다”며 “이념교육도 모자라 우리 아이들에게 북한의 역사관을 주입해 ‘북한 인민’으로 키우겠다는 것인가. 이런 선동 세뇌와 함께 한편으론 자신들의 ‘밥그릇 지키기’에 열을 올리는 게 전교조”라고 열을 올렸다.

“전교조 사이트가 친북세력의 온상”, “세미나는 조직운동”, “국가보안법 위반”

일반 기사도 마찬가지다. 조선일보는 28일 기사 <전교조가 베낀 北‘현대조선력사’는 이적표현물>이라고 주장하며, 같은 날 기사 <위축된 검·경 공안파트 정권 눈치보기>에서 문제가 된 “자료집을 경찰이 올해 초에 입수하고도 적극 수사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경찰의 적극적 수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26일 <전교조 사이트 북 찬양 해방구>기사에서 전교조 사이트에 북한 주장이 그대로 실리거나 북한 원전 노골적인 전재 등을 예로 들며 전교조 사이트가 친북세력의 온상인 것처럼 묘사했다.

동아일보도 28일 기사 <전교조 부산지부 자체 평가서, ‘단순 세미나’ 해명과 크게 달라>에서 전교조 부산지부에서 개최한 학술세미나가 세미나가 아닌 조직운동의 하나였다고 몰아가는 한편, 중앙일보는 27일 기사 <전교조 교사들이 세미나서 보는 책에 … "6·25는 조국해방전쟁">에서 전교조의 통일학교 자료집과 현대조선역사를 조목조목 비교, “전교조 측에서 북한의 자료를 그대로 가져다 자체 토론회를 한 것 자체가 국가보안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검찰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며 국가보안법 위법 가능성을 진단했다.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할 목적이 아니면 국가보안법 위반 아니다"

조중동의 핵심 키워드는 '전교조가 친북세력의 집합소'라는 것과 '전교조가 발췌한 현대조선역사는 이적표현물로 확정 판결 받은 책으로 이를 발췌한 것은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것, 당시 '세미나는 단순 세미나가 아닌 조직운동'이었다는 점 등 세 가지로 압축된다. 결국 ‘그들에게 우리 아이의 교육을 맡길 수 없다’는 결론으로 귀결됨과 동시에 전교조의 해체까지 밀고나가는 분위기다.

이민숙 전교조 대변인은 참세상과의 인터뷰에서 “전교조에 향한 색깔공세는 오랫전부터 진행되어왔고 그런 의미에서 보수언론의 색깔공세는 일상적인 것”이라며 “전교조가 교육이라는 부분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 교사라는 점에서 국민을 호도하기 가장 좋은 단체인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민숙 대변인은 또 “현대조선역사는 이적표현물로 확정 판결되었던 것은 맞다”며 “그러나 인터넷 상으로도 책이 구입가능한 책이며, 일각에서는 연구자에게 제한된 책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대학교에서 연구를 위해 학부생이 보는 책이기도 해 연구를 위해 개방된 책”이라고 지적했다.

김도형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국가보안법 7조를 보면 북한의 활동을 찬양, 고무, 동조하는 목적,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할 목적이라는 항목이 있다"며 "즉 목적법에 따라 행위에 있어 그 목적이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목적이 있어야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며 해석에 따라 국가보안법이 남용되는 사례들이 많았음을 지적했다.

김도형 변호사는 "전교조가 이적표현물을 재인용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활동을 찬양, 고무, 동조하거나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위태롭게 할 목적이 없었다면 국가보안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민숙 대변인은 당시 세미나가 조직운동이었냐는 것에 대해 “통일학교는 통일위원회 활동 속에서 진행되는 일상적 사업”이라며 “특정 대상을 두고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대선을 겨냥한 일관되고 치밀한 공세”

진보-개혁진영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일제히 보수언론의 색깔공세에 강한 불만을 담은 성명을 내는 한편 31일에는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등과 함께 공동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또한 조중동의 언론 보도에 대해 내년 대선을 겨냥한 의도적 공세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지난 7월 29일 헌법재판소의 신문법 합헌 판결 이후에 30일부터 조중동 기사를 훑어보면, 언론개혁시민연대 및 민주언론시민연합, 참여연대, 동강댐 관련 환경단체, 전교조로 이어지는 소위 한국의 진보개혁세력에 대한 집중공격이 의도적이고 짜여진 각본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며 “환경단체 집요한 공격, 큰 틀 속에서보면 대선을 겨냥한 일관되고 치밀한 개혁세력에 대한 공격이라고 의미를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양문석 사무처장은 “잘못된 해석이라는 것과 상관없이 이번 전교조 사건은 사실상 조중동 구독자 중 수구보수세력의 단결을 위한 기제로 활용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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