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한미FTA체결 특위'(특위)가 31일과 2일에 걸쳐 두 번의 회의를 가졌다. 특히 2차 회의는 우여곡절 끝에 비공개로 진행됐다.
특위 운영과 관련해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해 왔던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이 3일 오전 ‘한미FTA 특위 1,2차 회의에 대한 브리핑‘을 독자적으로 진행했다.
심상정 의원은 브리핑에 앞서 "두 차례 회의를 해보니까 국회특위가 한미FTA 졸속추진 강행처리의 공범자가 되지 않겠는가 하는 두려움이 든다"며 회의 참석에 대한 간단한 소회를 먼저 전했다.
심상정 의원은 특위와 관련 '두려움'을 느끼는 요소로 '국회 특위의 목적과 임무가 명확치 않은 점', '특위의 사업계획 일정조차 마련되지 못한 점', '소속 의원들의 외유 일정을 비켜 후속 회의 일정을 잡는데 급급한 상황' 등을 들었다.
특위가 목적도 흐릿한데다, 일정도 확실히 못 잡고, 그나마 회의진행도 20명 소속 의원들 비는 일정 고려해 '잡는데 급급'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심상정 의원이 왜 이렇게 생각하게 됐는지 2일 회의 내용을 그의 입을 통해 들어보자.
비공개회의, 대단한 것이라도 있었나
심상정 의원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먼저 2일 열린 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된 당초 취지에 대해 설명했는데, "어제 비공개회의를 연 것은 17개 분과장 등을 포함해 40여 명의 관련 공무원들을 배석시켜서 그동안 진행과정에 대한 철저한 보고와 검증을 해보자는 취지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막상 회의에 참석한 심상정 의원은 "결과적으로 대미 협상전술을 위한 비공개 회의가 아니라, '하품 특위'에 대한 대국민 보안용 비공개 회의가 아니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 라고 밝혔다.
사실 이날 회의는 그간의 한미FTA 협상 과정상의 정부의 많은 비공개 자료들이 의원들에게 공개될 것이기 때문에, 대외 공개로 진행시 ‘협상전략 노출’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비공개로 진행된 것이었다. 그렇다면 자료공개 수준은 어땠을까?
심상정 의원에 따르면, 이 역시 기대 이하의 수준이긴 마찬가지다. "한미FTA 추진과 관련된 자료도 의원들에게 전혀 제공되지 않고", "보고된 17개 분과 협상경과 보고서도 회수해갔고", "협정문 초안이나 통합협정문은 아예 의원들에게 제시되지도 않았다"고 심상정 의원은 전했다.
또한 1차 회의 때 4대 선결요건 관련해서 심상정 의원이 김현종 본부장에게 직접 제출해 줄 것을 요구한 대외경제위원회 회의 자료도 "대외비 문서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제 회의진행 중에 회람시키고 회수해 갔다"고 덧붙였다.
심상정 의원은 또 "회의는 밤 10시까지 진행되었지만 계속 참여한 의원은 6~7명에 불과했다"며, "보고 내용도 언론보도 수준을 크게 넘어서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협상과정에 대한 검증이라기보다는 마치 준비 안 된 국회의원들을 과외공부 시키는 그런 자리였다"고 전했다.
결국,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가 실상, 비공개로 해야할만한 논의들이 오가지도 않았고, 더욱이 비공개가 필요한 자료 또한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상정 의원의 말대로라면, 이는 특위 진행에 대한 바깥의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모습인 것이다.
특위, 활동할 의지는 있나
회의와 관련, 정부 측의 보고와 그 내용, 자료공개 수준 등이 위와 같았다면, 특위의 대응은 어땠을까?
민주노동당과 심상정 의원은 특위 활동과 관련, 제대로 된 방향 설정의 일환으로 전문가와 이해당사자들을 포함한 자문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이 구성안은 야4당 원내대표회담에서 합의되기도 했는데, 이는 "(방대한) 정부 보고 자료를 비전문가인 국회의원들만 앉아서 그 자리에서 내용을 다 파악하기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철저한 보고와 검증"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 특위 위원장은 2차 회의 말미에 "국회법상 전문위원 3인을 채용할 수 있어서 그걸 수용하기로 했다"는 설명과 함께, 11일까지 여당 1인, 한나라당 1인, 비교섭단체 1인 총 3인을 추천하라는 축소형태의 대체안을 의결하려고 했다. 이에 심상정 의원은 당초 제시한 안과 그 성격이 상이함을 지적, 강력히 반발해 결국 대체안은 유보됐다.
심상정 의원은 이에 대해 "여당은 이런 식으로 국회특위를 더 이상 졸속추진 강행처리의 들러리로 전락시키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비판하고 또한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부가 한미FTA 강행을 잘 해주고 있기 때문에 '손 안대고 코풀기' 식이니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런 식으로 국회 특위가 계속된다면 정부의 졸속추진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규탄의 목소리가 이제 국회에 대한 저항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자성을 촉구했다.
심상정 의원, 특위 활동위한 3가지 전제 제시
이에 향후 특위활동과 관련해 세 가지 사항을 제시했다. 이것들이 전제되어야만 앞으로 특위가 목적에 맞게 제대로 운영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4대 선결조건을 전제로 한 굴욕적인 협상개시, 공청회 무산 등 민주적 절차의 왜곡과 국회 허위보고 등 졸속추진과 관련한 국민적 의혹의 진상을 명확히 밝히고 책임을 규명할 것 △1,2차 예비협상 협정문 초안 및 통합협정문을 비롯한 협상과 관련된 모든 문서와 정보가 공개되고, 특위의 목적에 부합하는 일정별 사업계획을 명확히 할 것 △국회특위의 분과별 운영, 전문가와 이해당사자를 포함한 자문위원회 구성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 등 이다.
심상정 의원은 또한 정부에 대해서도 오는 8월 15일로 예정된 양허안 교환 시 제출되기 전에 반드시 국회에 보고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보고를 받아보니 현행법이나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과 충돌이 있는 내용이 상당히 많았고, 이는 입법권의 무력화와 관련이 있는 만큼 반드시 사전에 국회와 협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유이다.
심상정 의원은 끝으로 "비록 특위 내에서는 외로운 한명에 불과하지만 한미FTA를 걱정하고 반대하는 다수 국민을 대변해서 서민의 삶을 거덜 내는 한미FTA를 중단시키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의지를 밝히고 브리핑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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