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람재단 비리척결을 요구하는 노숙농성 29일째날, 성람재단 비리를 비호하는 종로구청 장례식이 열렸다. /이정원기자 |
사회복지법인 성람재단의 비리척결을 요구하며 29일째 종로구청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는 장애인과 인권·사회단체 회원들이 23일 ‘성람재단 비리결탁, 행정권 포기! 종로구청 장례식’(종로구청 장례식)을 개최했다.
비리세력과 결탁하고, 행정권 포기한 종로구청은 죽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종로구청 앞에서 진행된 이날 ‘종로구청 장례식’은 성람재단의 비리와 인권유린 행위에 대해 현재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고 않고, 묵인방조하고 있는 행정감독기관인 종로구청을 규탄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 종로구청 진혼굿을 성람재단 조합원이 침통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정원기자 |
행사를 주최한 ‘성람재단비리척결과사회복지사업법전면개정을위한공동투쟁단’(공동투쟁단)은 이날 ‘종로구청의 죽음을 선언하며’ 제목의 성명을 통해 “종로구청은 지난 수년간 제기된 성람재단의 비리와 인권유린을 눈감고, 비리세력과 결탁하여 스스로 행정권을 포기했다”며 “이는 더 이상 종로구청이 성람재단의 감독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스스로의 인정임과 동시에, 자신의 위헌, 위법한 행위를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라고 종로구청을 강력 규탄했다.
공동투쟁단은 이어 김충용 종로구청장에 대해 “김충용 구청장은 이 사태에 대한 반성과 문제해결을 약속하기는 커녕 ‘문제를 잘 모른다’며 구청의 총책임자로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언행을 일삼아 왔다”며 “오히려 성람비리재단을 방문하여 ‘특별감사’를 준비하도록 사전 정보를 주었다”고 주장하며 김 구청장의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했다.
경찰, 자진해산 중인 참가자들에게 ‘해산경고’하더니만 불법연행
한편, 이날 경찰은 ‘종로구청 장례식’의 마지막 순서인 ‘진혼굿’을 마치고 해산 하려던 참가자들을 아무런 이유 없이 연행해 이에 참가자들이 격렬히 항의하는 등 심한 몸싸움이 발생했다.
이날 ‘종로구청 장례식’이 끝나가던 오후 2시 50분경 종로구청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경찰은 갑자기 장례식 참가자들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이어 종로경찰서 정보과 관계자는 오후 2시 55분경 확성기를 통해 “해산하지 않으면 연행하겠다”며 1차 경고방송을 내보냈다. 이에 3시경 행사를 끝마친 참가자들은 예정대로 자진해산하기 시작했고, 경찰 측에 원활한 해산을 위해 길을 열어줄 것을 요구했다.
▲ 장례식이 끝나고 자진해산하고 있는 참가자들을 경찰이 연행하고 있다. /이정원기자 |
▲ 이정원기자 |
그러나 오후 3시 5분경 경찰이 갑작스레 해산 중이던 인권단체 회원 및 장애인들을 연행하기 시작했다. ‘종로구청 장례식’ 참가자들은 “왜 자진해산을 하는데 연행을 하냐”고 항의하며, 경찰에 연행이유를 밝힐 것을 요구했지만, 경찰은 묵묵부답. 이에 불법연행을 저지하는 행사 참가자들과 경찰 간에 심한 몸싸움이 발생하는 등 일순간 종로구청 앞은 아수라장이 됐다.
참가자들의 거센 항의로 경찰의 불법연행이 대부분 저지되었지만, 박경석 공동투쟁단 공동집행위원장은 오후 3시 15분 경 연행돼 경찰버스에 감금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자진해산 중이던 행사 참가자들을 연행해 거센 항의를 받던 경찰은 3시 15분 경 또 다시 “해산을 하지 않으면, 연행하겠다”는 ‘뜬금없는’ 경고방송을 내보냈다. 경찰의 불법연행에 항의하던 공동투쟁단 한 활동가는 “‘해산하라’고 해서 해산했더니, 막무가내로 연행을 하고, 또 다시 ‘해산안하면 연행하겠다’고 협박을 하냐”며 경찰의 불법적인 행태에 분을 감추지 못했다.
▲ 경찰의 참가자 연행에 항의하는 참가자 휠체어를 경찰이 방패로 가로막자 물러설것을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이정원기자 |
경찰은 불법연행하고, 구청은 물품 탈취하고..
한편, 불법적인 연행으로 참가자들과 경찰 사이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사이 구청 직원들과 신원을 알 수 없는 50여 명의 남성들이 투입돼 종로구청 앞 농성장을 철거하고, 공동투쟁단의 농성물품을 탈취해 가는 일도 벌어졌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한 남성은 공동투쟁단 회원들이 경찰에 항의하고 있는 사이 공동투쟁단 소유의 휴대용 발전기를 탈취했다. 이를 발견한 공동투쟁단 회원들이 이 남성을 추격해 붙잡은 후 경찰에 절도 현행범으로 체포할 것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이에 대해서도 묵묵부답. 결국 이날 공동투쟁단의 농성장은 경찰의 비호아래 대부분 철거됐다. 농성장을 철거하던 남성들에게 여러 차례 신원확인을 요청했으나, 이들 모두 굳게 입을 다물었다. 한 남성만이 ‘구청 직원이냐’는 질문에 대해 “우린 아무것도 모른다. 그냥 구청에서 돈 받고 시키는 대로만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한 장애인은 “아무 이유도 없이 경찰은 사람들을 연행하고, 구청은 농성장을 철거하고, 물건을 훔쳐갔다”며 “도대체 무엇이 무서워 성람재단이라는 비리재단을 온갖 공권력이 비호하는 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