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화 된 한미FTA, 3차 협상 쟁점 정리

[3차협상쟁점](1) - 드러난 이견, 숨겨진 접근

3차 협상이 시작됐다. 5일 원산지,통관 분과의 비공식 협상을 시작해 6일 상품무역, 농업, 원산지.통관, 기술표준, 위생검역, 투자, 서비스, 금융, 통신.전자상거래, 지적재산권, 총칙, 환경, 경쟁, 의약품.의료기기 등 14개 분야의 협상이 진행됐다.

1차 협상에서 통합협정문을 작성해 양국간의 이견을 확인했다. 이어진 2차 협상에서 상품 분야 관세철폐 원칙들을 정하며 협상의 틀을 마련하며 추가 통합협정문을 완성했다. 그 과정에서 서비스투자 유보안을 교환했고, 상품농업섬유 분야의 양허안을 교환했다. 그리고 지난 8월 23일 서비스투자유 유보안에 대해 상대측이 개방을 요구하는 목록을, 31일에는 금융서비스 유보안을 교환했다. ‘우리의 요구는 이것이다’는 양측 협상단의 내용은 이제 다 공개한 셈이다.

3차 협상에서는 이렇게 교환된 양허안과 요구안을 중심으로 ‘개방할 대상’, 과 ‘개방을 원하는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협상이 진행된다. 2차까지 진행된 협상의 틀에 양허안과 유보안을 고려해 만 2천여 개에 달하는 상품 품목을 끼워 맞추는 협상이다. 그외 분과에서는 통합협정문을 중심으로 확인된 이견을 조율하게 된다. 실제로 ‘밀고 당기는’ 본 협상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정부가 밝힌 한미FTA 협상의 쟁점표

상품분야에 집중된 이견

5일 양국 협상대표는 한 시간 간격으로 브리핑을 갖고 3차 협상의 목표를 밝혔다. 이 과정에서 뚜렷한 이견을 보인 분야는 의약품, 의료기기작업반, 자동차 작업반, 농업분과, 개성공단 등 주로 상품분야에 한정됐다.

2차 협상의 파행 시나리오를 이끌어낸 의약품, 의료기기 작업반의 경우 8월 싱가포르에서 별도 협상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미국측은 한국의 의약품 선별등재(포지티브리스트) 제도를 수용하는 조건으로 16개의 요구 사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3차 협상에서는 미국측이 제시한 의약품 선별등재 및 가격결정 과정에 자국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독립적인 이의신청을 보장하라는 요구를 포함한 16개 항목에 대한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이미 5일 진행된 브리핑에서 웬디 커틀러 미 협상단 대표는 "주고 받기 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 협상단이 한국의 선별등재 방식을 수용했으니 한국이 미국 협상단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는 '압박 카드'를 전제한 발언이다.

4대 선결 조건중에 하나 였던 자동차 작업반의 경우도 자동차 원산지 규정문제, 세제 문제 등이 쟁점화 된 상황이다. 원산지 규정 문제는 원산지 분과에서 집중 논의될 것이나, 자동차 세제 문제는 여전히 쟁점으로 남는다.

이미 웬디 커틀러 미 협상 대표가 “한국이자동차에 8% 관세를 부과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자동차 배기가스 포함) 차별적인 세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해 자동차 관련 세재 개편안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협상을 전개할 것을 시사한 바 있다.

미국 협상단이 '한국의 대형수입차에 대한 배기량 기준의 누진적 자동차 세제를 연비나 가격기준의 단일 세제로 개편해 줄 것'을 요구한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사실. 그러나 자동차 관련 정부의 세금 수입은 2004년 말 현재 약 24조원으로 총 조세의 15.7%를 차지할 만큼 적지 않은 규모이다. 미국 측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지방세금 수입 감소와 직결될 뿐만 아니라 국내 조세체계의 지각변동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돼 한국 협상단으로도 쉽게 의견 접근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닌 상황이다.

한국 협상단이 민감품목으로 제시하고 있는 쌀을 포함한 농업상품의 경우 양국의 양허단계 요구의 이견이 분명하다. 한국 협상단은 관세철폐의 기간으로 '즉시, 5년 내, 10년 내, 15년 내, 기타(양허 제외 포함) 등 5가지'를 제시했지만, 미국 측은 '즉시, 2년 내, 5년 내, 7년 내, 10년 내 등 5가지'를 제시했다. 양허 단계의 기간 설정의 요구도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쌀'을 제외 시키겠다는 한국 협상단의 입장과 모든 농산물을 다 포함시키겠다는 미국 협상단의 입장차도 여전히 분명한 상황이다.

반면 미국 협상단이 민감한 섬유분과에서는 농업분과와 정반대의 요구가 오고갔다. 미국 협상단은 관세철폐 기간을 '즉시, 3년 내, 5년 내, 10년 내, 기타 등 5가지'로 제시했지만, 한국 협상단은 '즉시, 3년 내, 5년 내 등 3가지'로만 제시했다. 양국의 이견만 확인해도 농업과 섬유가 양국의 아킬레스건으로 쉽게 합의 보기 어려운 분과임을 알 수 있다.

이견이 없어 더 걱정인 분과

이렇게 확연히 드러나는 이견이 있는 분과가 있다면 17개 분과 2개 작업반에서 별다른 이견 없이, 이견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무난히 협상이 진행되는 분과들도 있다.

현재 3차 협상에서 경쟁 분과, 통신·전자상거래 분과, 지적재산권 분과 등에서는 한미 양국이 큰 이견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들 분과는 전문적인 내용에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접근이 없는 상황에서 양국이 오히려 쉽게 의견 접근을 보고 있는것으로 해석돼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한 예로 미국이 칠레FTA, 미국-싱가포르FTA, 미국-모로코FTA, 미국-중앙아메리카FTA, 미국-바레인FTA, 미국-호주FTA 등 미국이 체결한 FTA에 지적재산권에 대한 ‘비위반제소’가 가능하도록 명문화 하고 있다. 기대되는 이익을 침해했을 경우 제소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독소 조항 중 하나이다.

5일 브리핑에서 웬디 커틀러 대표는 "미국이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한국이 자발적 으로 지적재산권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어 놀랍고 기쁘다"라고 말한바 있다. 이에 한국 정부가 '외부 충격요법'을 운운했던 전례를 비춰 볼 때 그간 독소조항이라 지적됐던 내용들을 포함 해 더 많은 내용들을 협상에서 제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드는 상황이다.

그외 한미재계의 요구가 일치하는 노동분과의 요구 사항들을 고려할 때 '퍼블릭커뮤니케이션' 외에 별다른 협상 내용이 알려지지 않고 있는 노동, 환경 분과의 협상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여전한 평행성 개성공단..한미정상회담이 키가 될까

원산지 분과에서는 'K'자도 꺼내지 말라고 말할 정도로 개성공단 상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는 원산규정의 문제는 여전히 평행선이다. 한국 협상단은 미국이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에서 인정한 '역외가공방식'을 주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미국 협상단은 여전히 '협상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개성공단의 의제는 오히려 한미FTA 3차 협상 직후인 14일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한미정상회담에서 돌파구를 찾을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 한미정상회담이 한미FTA 협상의 중간 점검 대표교섭인 상황에서 한미FTA의 쟁점들이 일정정도 정리 돼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라은영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