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에이즈예방법 개정안 국회 제출

감염인 당사자 요구 반영 안돼, 반발 거셀 듯

보건복지부가 그간 HIV/AIDS 감염인 단체로 부터 '감시통제법' 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에이즈예방법)의 개정안을 14일 국회에 제출했다. 올 초 보건복지부는 에이즈예방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고, 부처간 협의를 거쳐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최종안을 확정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개정안이 감염인 인권보호를 위해 △감염인 노동에 대한 사용자의 차별금지 규정 신설 △감염인 사망 시 신고제도의 폐지 △감염인 명부의 작성․비치 및 보고 규정의 삭제 △익명검사제도 신설 △치료권고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행정중심의 체계에서 감염인 중심체계로 전환했다”며 “에이즈 예방 효과를 높이는 한편, 감염인 근로권 보장과 개인정보 보호가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기대와 달리 이번 개정안은 그간 감염인 당사자 및 인권단체들이 주장해 온 내용들이 반영되지 않아 향후 개정 과정에서 이들 단체들의 적잖은 반발이 예상된다.

‘감염인 근로 차별 금지’ 조항, 감염인 노동권 실질적 보장 미지수

우선 보건복지부는 이번 개정안에 ‘사용자는 근로자가 감염인이라는 이유로 근로관계에 있어서 법에서 정한 것 이외의 불이익을 주거나 차별대우를 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감염사실을 이유로 한 차별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보건복지부는 “권고사직 등으로 인한 생업중단에 따른 경제적 빈곤으로부터 감염인을 보호하고 근로권 보장을 통한 편견해소의 기반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정안은 ‘사용자는 감염인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했을 뿐, 이 규정을 사용자가 어겼을 경우에 대한 법적 제재 내용이나 감염인의 구제절차 등의 내용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감염인에 대한 차별금지를 선언적으로 규정한 이 조항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익명검사’ 신설, 신고․보고체계는 그대로

또 보건복지부는 이번 개정안에 감염인들이 익명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익명검진’ 조항을 신설했으나, 검사 후 양성판정이 날 경우 의료기관이 보건당국이 신고해야할 구체적 내용과 범위가 적시되지 않았다.

그간 감염인 단체들은 이에 대해 “검사만 익명으로 이루어지고, 검사 후 또는 의료기관이 신고해야 할 정보의 내용을 보건복지부령으로만 두고 있어 감염인 정보 중 어떤 내용이 보고되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감염인에 대한 실명신고와 보고체계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해왔다.

‘사망신고제도’ 폐지했으나, ‘주소이전 시 신고제도’는 유지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번 개정안에서 그간 감염인이 사망 시 그 세대주가 보건소에 신고토록 한 사망신고제도를 폐지해 “감염인 가족 인권을 신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정작 감염인 단체들이 ‘거주이동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해 온 주소이전 시 신고를 의무화하는 조항은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외에도 이번에 정부가 확정한 개정안에는 감염인 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치료권고(제14조)와 치료 및 보호조치(제15조) 삭제 △전파매개행위금지의무(제19조) 삭제 △직장 등에서의 집단강제검진 금지 조항 신설 등의 내용은 전혀 반영되지 않아 향후 감염인 당사자 및 인권단체들의 반발이 예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