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풍물시장 노점상, “쫓겨나고, 또 쫓겨나고..”

빈민단체, 서울시 동대문풍물시장 철거 계획에 강력 반발


현재 노점상들이 풍물시장으로 운영하고 있는 동대문운동장을 허물고, 디자인 관련 복합 센터를 건설하려는 서울시의 계획에 전국노점상연합, 전국빈민연합 등 노점․빈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들은 25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 없는 청계천 동대문운동장 개발사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서울시, “인수위 시절 약속 효력 없다”

취임 이전부터 동대문운동장 철거와 공원화 계획을 밝혀 온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9일, 2010년까지 800억원을 투입해 동대문운동장 부지에 연건평 1만2천 평 규모의 ‘디자인 콤플렉스’를 건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서울시의 발표에 대해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한마디로 ‘뒤통수를 맞았다’는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세훈 서울시장은 과거 선거 공약으로 동대문운동장 철거계획을 발표했었으나, 당선 이후 인수위원회는 노점상들이 이 문제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자 지난 6월 “대책 없이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하지 않겠다”며 대책마련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번 계획 발표 이후 노점상들이 ‘합의 파기’라고 주장하며 반발하자 “인수위 임기가 끝났고, 약속은 인수위 기간 동안에 하자는 약속이었으므로 더 이상 효력이 없다”며 그간의 합의를 뒤집는 입장을 전국노점상연합(전노련) 측에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청계천복원사업으로 쫒겨나고, ‘디자인 콤플렉스’ 건설로 또 쫒겨나고


전노련 측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현재 동대문운동장 내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노점상은 900여 명 정도이다. 이들이 서울시의 계획에 따라 장사를 하던 자리에서 일방적으로 쫒겨 나게 되는 처지에 놓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명박 시장 재임시절인 지난 2002년과 2003년, 이 시장은 청계천 복원 공사을 이유로 청계천 일대 노점상들을 강제 철거했다. 당시 노점상들은 이에 대해 격렬히 저항했고, 2002년 8월에는 청계천에서 노점상을 하던 박 모 씨가 노점단속과 강제철거에 항의하며 분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결국 노점상들의 끈질긴 투쟁 끝에 2003년 말 서울시는 동대문운동장에 ‘풍물벼룩시장’을 만들고, 청계천 일대 노점상들을 수용하기로 하고 현재까지 노점상들의 삶의 터전으로 운영되고 있다.

때문에 만약 이번 서울시의 ‘디자인 콤플렉스’ 건설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수십 년 동안 거리에서 생계를 유지해 온 노점상들은 두 번이나 서울시의 개발계획에 따라 쫒겨나는 처지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동대문 풍물벼룩시장이 형성된 배경이 이렇지만, 서울시는 노점상에 대한 별 다른 대안을 내놓지 않은 채 ‘디자인 콤플렉스’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다. 서울시는 전국빈민연합 등 빈민단체들이 풍물벼룩시장 철거 계획 철회를 요청하는 공문에 대해 지난 7월, “동대문풍물시장은 청계천복원공사를 위해 청계천변 노점상을 정비하면서 한시적으로 수용한 것”이라고 이들의 요구를 일축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십 년 동안 장사를 해온 노점상들에 대해 “법적인 권리가 없다”며 “풍물시장은 서울시가 노점상들에게 배려해 준 것”이라는 입장만을 내놓고 있다.

“거리에서도 쫒겨나면, 오세훈 서울시장 직무실에 노점을 펼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서울시의 태도에 대해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오종렬 전국연합의장은 “노점상들은 일자리가 없어 거리로 나와 장사를 하는 것인데, 이들을 거리에서도 몰아내면 어디로 가라는 말인가”라고 물으며 “서울시가 노점상들을 이대로 쫒아내면, 노점상들은 오세훈 서울시장 직무실에 가서 노점을 펼칠 수밖에 없다”고 읍소했다.

이날 기자회견 단체들은 “도시는 필연적으로 공간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낳지만, 지금처럼 경제적 가치만 운운하는 것은 서글픈 일”이라며 “서울시의 동대문운동장 공원화 사업이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서울시에 합리적 노점상 대책 마련을 위한 공개 토론회 등을 제안하는 한편, 제사회단체와 함께 동대문 풍물벼룩시장 노점상들의 생존권 사수를 위한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