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직된 협상..예상대로 實이 없다

[인터뷰](7) 이해영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정책연구단장

한미FTA 4차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상품, 무역구제, 투자,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 등 굵직한 협상달은 사실 26일로 마무리됐다. 25일 김종훈 수석대표는 기자 브리핑을 갖고 “협상은 원만히 진행되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과연 그럴까.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정책연구단장으로 각종 토론회에서 ‘한미FTA협상 반대’ 전도사로 나섰던 이해영 연구단장에게 ‘한미FTA 4차 협상에 대한 중간 평가’의 질문을 던졌다. 돌아오는 답은 역시, “예상대로 된 게 없는 협상 인데요”

26일, 사실상 4차 협상의 마지막 날

이미 쌀, 무역구제와 같은 쟁점들은 그대로 가는 쟁점으로 남았다. 미국과 한국이70~80%의 관세 철폐에 대한 합의를 이뤘다 하더라도 별의미 없다고 본다. 사실 이런 공산품의 관세 철폐 보다 비관세장벽에서 뭘 주고 받았는가가 더 중요하다. 협상 개시일인 23일 웬디 커틀러 미 수석대표가 이번 협상에서 관세 철폐와 더불어 비관세 장벽 축소 부문에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내용이 사실상 이번 4차 협상의 바로 핵심이다.

비관세 장벽은 지적재산권, 투자, 전자상거래, 경쟁, 서비스투자 등 의 분야다. 이 영역은 상품과 덩치와 파급력 자체가 다르다. 어떤 합의들이 오고 갔는가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몇일 전 보도된 스크린쿼터의 경우도 ‘폭탄’급이지 않는가.

스크린쿼터를 ‘미래유보’에서 ‘현행 유보’로 하면서 ‘무역구제’와 맞교환을 하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도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국 협상단의 유보안에 ‘투기 및 도박서비스’(카지노: 폐광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경륜·경정: 경륜·경정법, 경마 : 한국마사회법 등) 등이 포함돼 있지만 한미FTA 협상 한국 유보안에는 ‘사행성 게임’이 포함돼 있지 않다. 전국민을 도박의 시험대에 올렸던 ‘바다 이야기’는 사행성 게임, 공식적인 도박이 아닌 한미FTA에서는 단순한 ‘게임’에 속하게 된다.

도박도 그렇고, 방통융합서비스의 경우도, 투자자 정부제소권의 문제 등 상대적으로 여론의 집중을 덜 받으면서도 너무나 파장이 크기 때문에 이런 분과들의 중요한 내용들은 여전히 잘 드러나고 있지 않고 있다.

4차 협상, 어차피 지나가는 협상이다

한미FTA 4차 협상은 어차피 지나가는 협상이다. 전자 상거래가 온라인 컨텐츠와 직결되는 것이고, 의약품의 특허연장과 관련한 쟁점도 마찬가지고, 지적재산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국 협상단의 입장에서는 농산품, 공산품의 관세에서 챙기는 이익도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비관세 장벽이 더 큰 대상이 된다. 사실상 4차 협상의 핵심은 이런 비관세 장벽들의 협상이 어느 정도 진척 됐느냐로 가늠해 볼 수 있을 테지만, 현재까지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듯 하다.

사실상 협상단도 밀리는 국면에 놓인 것은 사실이다. 범국본과 같이 시민사회 진영에서 ‘반대 활동’을 열심히 한 덕도 있고, 국민들의 여론도 있고, 청와대에서는 ‘손해 볼 협상은 하지 말라’는 외압도 공공연하고, 미 협상단의 경우는 보수적인 내용만 내놓는 상황이니 일방적으로 밀리는 협상을 했다가는 정말 협상에 임한 당사자들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협상의 진척이 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정부 부처간의 압력도 있다. 예를 들어 스크린쿼터만 봐도 문화관광부의 경우는 미래 유보를 지키고, 방송 쿼터도 못 내준다는 입장이지만 외교통상부는 이미 '현행유보'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으로 정리되지 않았는가. 부처간의 입장이 다르기도 하고 이렇게 부처간의 입장차가 드러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잘 알려진 영역중 지적재산권 분과를 생각해 봐도, 한국이 내 줄 카드라는 것이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줄 것만 있고 가져올 게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 고작해야 쿼터량 조절하는 내용이나 오고가는 것이다. 이 또한도 협상을 잘 해야 얻어 올 수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비관세 분야에서 내놓을 게 없으니 진도를 빼 버릴 경우 협상단이 몰릴 수 밖에 없는 지형이 있다.

이번 협상을 진척 시켰을 경우는 절충이 됐다기 보다는 미국측의 요구를 다 반영한 상황 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5차 협상도 아직 남아 있고, 국내 여론 지형 상 급할 것 없이 가는 지형인 셈이다. 5차 때 보자는 식으로 4차 협상에서는 가이드 라인을 잡았다고 할까. 사실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도 연내 타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이번에는 내년 초 까지 시기를 언급하지 않았나.

한미FTA 협상을 반대해 온 시민사회 진영의 입장에서 볼 때 이렇게 교착되는 것이 사실상 더 좋은 상황이다. 협상이 결렬 되면 더 좋은 거 아니겠는가.

4차 협상은 서두를게 없는 협상이고 5차 협상을 기약하는 지나가는 협상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현재 협상도 경직된 국면으로 가고 있다. 그러나 미국 협상단의 속성상 집요하게 이익을 챙겨 나갈 것이고, 결국 협상 측면에서는 모멘텀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어쨋든 연내 타결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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