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로 자치조례 무더기 폐기될 위기

비합치 조례 86개...해석도 가지가지, 조사 조차 없는 곳도 수두룩

정부의 한미FTA 준비 부족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현재 정부가 밝힌 비합치 조례가 86개에 이른다"고 설명하며 제대로 된 조사 조차 안 된 지역을 고려했을 때 "한미FTA 체결시 자치법규가 무더기 폐기 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미FTA협상 과정에서 '유보안'에 적시하지 않을 경우 원칙적으로 폐기해야 되는 국내 자치조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미FTA 찬성 선전만 열중, 비합치 조례 조사나 제대로 했나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참세상 자료사진]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과 심재옥 최고위원은 9일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한미FTA 협상 체결시 무더기 폐기 될 것”을 경고하며 민주노동당의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동당 지방자치위원회가 지난 8월 재정경제부와 행정자치부가 각 지방자치단체에 발송한 '한미 FTA 협상 기본원칙 비합치 자치법규 조사 지침'을 분석한 결과, '불합치 자치법규는 모두 86개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자치단체별 편차도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는 28건, 광주와 제주는 14건에 달하는 반면, 서울은 4건, 인천, 충남, 충북, 대구, 울산, 전북은 아예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 심지어 전남의 경우 도청 공무원들이 정부의 지침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몇 달 동안 손을 놓고 집행자체를 미루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동당은 "각 지방자치단체 별로 해석이 달라서,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조례임에도 어느 지역은 비합치 사례로, 어느 지역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하는 등 자치단체별 자의적 해석이 난무했다"고 지적하며 "집행과정에서 해당 기초자치단체에 조사협조 지침을 전달하지 않아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곳도 많았다"고 비합치 조례가 더 많을 것임을 시사했다.

보고된 내용을 보면 △지역 환경 보전 △재래시장에 대한 지원 △지역 중소기업 육성 지원 △지역산(産) 농수축산물의 수급안정 △학교급식에 우리 농산물 사용에 관한 조례 등으로, 일반 국민들의 생활에 밀접하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민생 조례들이 대부분이었다.

민주노동당은 "주민복지와 지역경제에 필수적인 이런 조례들을 보호하고 육성해야할 책임이 있는 정부가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도대체 어떤 계획을 구체적으로 가지고 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협상 유보안을 제출하겠다'는 정도의 정부의 입장만으로 과연 지켜질 수 있을지 온 국민이 의구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또한 "한미FTA 타결되면, 지방자치단체의 법적 권한인 자치권과 행정권 자체가 아무 소용이 없게 되는 것"이라고 경고하며, "애써 만든 민생조례들이 한미FTA협상으로 자동폐기된다면, 각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들의 역할 역시 자동폐기되는 것"이라며 의미를 설명했다.

민주노동당은 "정부의 명확한 입장표명뿐만 아니라 전국의 각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도 분명한 입장을 표명"을 촉구하며, "지금이라도 정부는 불합치조례 조사, 일방적으로 지방정부 옥죄기를 할 것이 아니라, 당장 한미FTA 협상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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