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돈'으로 한미FTA 찬반 여론을 가르겠다?

한미FTA 반대 시민단체 지원금 중단 등 행자부 지침에 반대 여론 확산

정부 부처가 정부의 일방적인 선전창구라는 것은 더 이상 언급이 필요 없는 상황.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민주주의를 가장한 보조금, '돈'을 쥐고 '사회의 다양한 실천'을 제압하겠다는 정부의 발상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시민사회 단체들은 정부의 이런 발상을 '민주주의를 짓밟는 행위'로 규정, 사회의 다양한 논쟁과 논의의 흐름을 차단하는 횡포임을 성토했다.

행정자치부, 한미FTA 찬성만 적극 지원하겠다

지난 10월 행정자치부가 각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전국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을 강화할 것을 노골적으로 지시하고, 전국공무원노조가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공무원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미FTA에 대한 찬성 교육을 강화할 것 등을 지시한 바 있다.

이어 지난 2일 행정자치부 자치행정팀이 주관하는 전국 16개 시도 부시장 및 부도지사 회의 관련 회의자료에서는 ‘한미FTA 관련 교육 및 홍보 강화’를 촉구하며, △한미FTA체결지원위원회와 공동으로 추진 중인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대상 순회 교육에 소속 직원의 적극적 참여 독려 △시,도 공무원교육원의 교육과정에 FTA 홍보동영상 상영 등 자체 교육계획 수립,시행 △시.군.구 및 읍.면.동 민원실 등 다중이용 공공시설에 한미FTA 홍보 팸플릿 비치, 동영상 상영 등 대민홍보 강화 △한미FTA에 대한 의원 설명회 개최 등 지방의회와의 긴밀한 협조체제 강화 △지역 상공회의소 주관 FTA 포럼 등에 대한 지원 확대 등 구체적인 지원 방식 까지 주문하고 나섰다.

이에 이원재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공동상황실장은 “한미FTA 협상이 체결된 것도 아니고, ‘체결’ 자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아직도 진행 중인 상황에서 행정자치부가 홍보 정책을 강요하고, 자치 운영되는 지방자치 단체에게 구체적인 지원 방식과 동원 등을 주문하는 것은 과잉된 공권력의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구체적으로 홍보 강화, 교육 계획 수립, 지역 상공회의 주관 지원 확대 등 한미FTA 찬성 여론을 만들기 위한 '방식'의 내용들이 포함된 것에 대해 “중앙 정부가 갖춰야 할 공공기관으로의 최소한의 정책적 형평성도 갖지 못했다”고 평했다.

관련해 최낙삼 전국공무원노조 대변인도 “행자부의 이런 공문과 회의자료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이라고 일축했다. 최낙삼 대변인은 “한미FTA에 대해 다들 판단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행정 당국에서 공문 하나로 좌지 우지하겠다며 보조금 문제까지 거론하는 것은 오히려 70~80년대 군사 독재 정부 보다 못한 행태”라고 꼬집었다.

돈으로 민주주의를 짓밟겠다는 것인가

특히 이번 행정자치부의 회의 자료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내용은 ‘기타 협조 사항’으로 분류 돼 있는 내용이다. △한미FTA 반대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 등 금지 △소속 직원이 FTA 반대운동에 동참하지 않도록 복무관리 철저 △ 11.22 예정된 “총궐기 투쟁”이 과격시위로 확산되지 않도록 공무원의 동요방지 등 지역실정에 맞는 대책 수립.시행 등 이다.

13일 전국 449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민사회를 정권의 들러리로 만들려는 행자부 지침을 철회하고 장관은 국민들에게 공개 사과 할 것”을 촉구하며 행자부의 이런 입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물론 행정자치부 재정정책팀 박민규 사무관은 이런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에 “오해다”라고 답변한다. 박민규 사무관은 “지방자치 단체 보조금 지원과 관련해서 유의 사항을 통보한 것”이지 “보조금을 지원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해명한다.

이어 "보조금 지원이 당초 목적대로 집행 돼야지, 변경해서 사용하지 못하게 재정법상 돼 있으니 지방자치 단체가 지원한 보조금이 불법 시위나 국가 정책에 반하는 폭력 시위에 집행되지 않도록 지도 감독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250개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비영리민간단체지원사업과 사회단체보조금은 연간 1300억 원에 이르러 적지 않은 규모인 상황. 이에 대해 최낙삼 대변인은 “행자부 공문 내용을 권고적 사항이라 하지만, 행자부 돈과 인사권을 가지고 압력을 행사하는 측면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낙삼 대변인은 “정부 정책에 대해 박수 치면 돈 주고, 정책에 대해 반대하면 '돈'을 끊겠다는 것”으로 풀이하며, “보조금의 목적은 우리 사회의 성숙된 민주주의 위한 시민 참여 유도하고, 더 많은 참여 유도하는 하나의 방편으로 마련된 제도”임을 강조, “무조건 대통령이 말하는 것에 박수 치는 쪽, 정부 정책에 찬성하는 단위에만 보조금 주겠다면 이는 기본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원재 공동상황실장도 “국민이 낸 세금을 바탕으로 책정된 보조금임에도 불구하고 행자부가 시민단체 지원금까지 언급한 것은 직접적인 정부의 월권 행위”이라고 규정, “정부는 한미FTA를 정부 공권력 전반을 남용하며 강요할게 아니라 지금 상황은 문제점을 분석, 진행상황을 공개하고 진단하는 것이 1차 책임 일 것”이라며 정부의 역할을 주문했다.

한미FTA 반대하면 무조건 폭력시위 한다는 건가

특히 이원재 공동상황실장은 한미FTA 반대 실천이나 11월 22일 민중총궐기 등이 과격시위, 한미FTA 반대 집회를 폭력 시위, 동요방지, 대책 수립등의 표현들로 명기 된 것에 대해 “이렇게 '폭력집단'으로 매도하는 표현들이 공안정국이 아니고서야 등장하겠는가"를 반문하며 "행자부 자료 내용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수준”임을 강조했다. 이어 “정부 당국이 교활하고 직접적인 방법으로 한미FTA 반대 시민활동가들을 탄압하겠다는 생각과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해 최낙삼 대변인도 “자치권을 확대하고 주민의 복지 증진을 최선두에서 지켜내야 할 책임이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을 중앙정부의 들러리로 전락시키는 몰지각한 행동도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11월 22일 민중총궐기, 공무원 노동자들의 ‘동요 방지’등의 내용이 언급된 것과 관련해 최낙삼 대변인은 “공무원 노동자들도 한미FTA 파급력이나 실효성에 대해서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행자부의 공문 몇장과 교육 몇 번으로 뒤 바뀔 수 있는 상황도 아니거니와 전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행자부자료] 한미FTA 체결 적극 지원

한미FTA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통해 성공적으로 체결될 수 있도록 지역단위의 적극적 지원 강화

□ 한미FTA 관련 교육 및 홍보 강화
❍ 한미FTA체결지원위원회와 공동으로 추진 중인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대상 순회 교육에 소속 직원의 적극적 참여 독려
※ 울산, 경기, 제주(旣 교육)를 제외한 13개 시도 대상
❍ 시도 공무원교육원의 교육과정에 FTA 홍보동영상 상영 등 자체 교육계획 수립, 시행
❍ 시군구 및 읍면동 민원실 등 다중이용 공공시설에 한미FTA 홍보 팸플릿 비치, 동영상 상영 등 대민홍보 강화
❍ 한미FTA에 대한 의원 설명회 개최 등 지방의회와의 긴밀한 협조체제 강화
❍ 지역 상공회의소 주관 FTA 포럼 등에 대한 지원 확대
□ 기타 협조사항
❍ 한미FTA 반대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 등 금지
❍ 소속 직원이 FTA 반대운동에 동참하지 않도록 복무관리 철저
❍ 11.22 예정된 “총궐기 투쟁”이 과격시위로 확산되지 않도록 공무원의 동요방지 등 지역실정에 맞는 대책 수립,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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