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나.. 한미FTA나..

한미FTA지원위는 언론과 공방 중, 그 끝은?(2)

지난 11월 20일 방송된 ‘KBS시사기획 쌈’의 ‘한미FTA,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 편에 대해 한미FTA체결위원회(한미FTA지원위)는 보도 내용을 반박하는 형식의 입장을 즉각 밝히고, 이튿날인 22일에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 및 반론보도를 청구했다. 체결위의 반박 내용은 24일자로 국정브리핑에 보도되었다.

언론중재는 청구하지 않았지만, 한미FTA지원위는 그 외 총 3가지 부분에서 ‘쌈’ 보도를 반박하고 있다. ‘KBS 시사기획 쌈’의 총괄 연출을 맡았던 박종훈 기자는 “(한미FTA지원위의 태도는) 황우석과 같다”며 “전문용어들을 사용하면서 (여론을) 속이고 있다”고 밝혔다.


멕시코의 섬유산업, NAFTA 체결 이후에도 크게 성과 없음 우회적 인정

한미FTA지원위는 봉제 수준의 멕시코의 섬유산업과 고도화된 한국 섬유산업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NAFTA가 멕시코 섬유산업 발전에 기여했다는 점도 잊지 않았다. 한미FTA지원위는 “단순히 멕시코 섬유산업의 침체를 이유로 한미FTA가 섬유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단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박종훈 기자는 “멕시코의 폐쇄된 공장이 나프타와 관련있다고 보도한 적이 없다”며 뿐만 아니라 “멕시코와 한국의 상황을 연관지어 보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쌈’은 “정부가 FTA가 산업을 고도화시키는 열쇠라는 홍보를 위해 그 대표적인 예로 멕시코의 섬유산업을 들고 있다”며 “정부의 자료에서 통계연도가 2000년까지만 제시되어 있으나 2000년부터 멕시코 의류와 섬유산업은 심각한 위기로 치닫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정부가 유리한 자료만을 골라 멕시코 사례를 제시하고 있고, 또한 멕시코의 섬유산업이 한미FTA 추진에 있어 긍정적 사례로 홍보되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 NAFTA 체결 이후에도 크게 성과를 얻지 못했음을 우회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은 한미FTA지원위다. 국정브리핑은 기사를 통해 “중국제품의 범람 등 급변하는 국제환경을 따라잡지 못하고 단순 봉제 수준에 머물러 있는 멕시코 섬유산업과 고급화와 설비 고도화를 지향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섬유산업을 단순 비교하는 것 자체가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라는 말을 이었다.

이 내용은 박종훈 기자가 귀뜸한 2004년 국책연구원 대외정책연구원 ‘북미자유무역협정 10년에 대한 영향평가와 우리나라 FTA 정책에서의 시사점’ 제목의 자료에서도 명시되어 있다.

박종훈 기자는 멕시코 섬유산업이 2000년 이후 급격히 붕괴되었다는 것을 알고도 정부가 자료를 누락하고 모범적인 산업고도화 사례로 말하고 있다는 근거로 이 자료를 들었다.


이 자료에는 "북미 섬유산업은 NAFTA로 인하여 새로운 기회를 제공받았지만, 최근 외적 요인으로 인하여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였다"며 "즉 다자섬유협정(MFA) 하에서 역외 국가들이 쿼터제와 높은 관세로 북미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과정에서 북미 섬유산업은 NAFTA 특혜를 기반으로 유기적 공동생산체제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이런 분업체제는 중국의 부상과 2005년 쿼터제 폐지 등 외적 환경변화로 점점 그 효력이 상실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사실상 KIEP가 대미 의존도가 높아져 멕시코의 섬유산업이 붕괴되었음을 인정한 꼴이다.

박종훈 기자는 “멕시코 섬유산업 부분은 보도하지 않은 내용을 반론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94년만큼도 회복하지 못했는데, 회복이라고 말할 수 없지 않은가”

‘쌈’이 ‘NAFTA 이후 멕시코의 일자리가 10년간 993만개 증가했지만 실제 필요한 일자리는 이의 2배 수준인 1800만개’라고 주장한 데 대해, 한미FTA지원위는 “이는 생산가능 인구로 편입된 국민 모두에게 제공되는 일자리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쌈’은 “정부가 NAFTA 이후 멕시코의 일자리가 10년간 993만개 증가했다고 광고했지만, 중요한 것은 인구가 얼마가 늘었고 일자리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함께 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방송에는 멕시코의 경제학 교수나 한국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카네기 연구소 등의 일자리 창출 효과에 대한 의견들을 다양하게 실었다.

박종훈 기자는 “연구기관마다 필요한 일자리 숫자가 다르고, 보도를 통해 연구기관의 다른 내용들을 모두 설명했다”며 “한미FTA지원위가 1800만개만 집중하고 있는데, 1800만개에 대한 의미는 1800만개가 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몇 개가 필요한데, 얼마가 늘어났는지는 말하지 않았는 점을 말하려 함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박종훈 기자는 또 “한미FTA지원위에서 멕시코의 실질임금이 94년 115.4에서 2004년 110.2으로 회복하고 있다는 IMF자료를 근거로 반박한 내용에서 94년도조차 회복하지 못한 자료를 가지고 NAFTA의 효과를 말할 수 없다는 점”도 덧붙여 설명했다.

한미FTA지원위는 멕시코 실질임금 추이를 IMF 자료를 인용해 ‘115.4(94) → 93.0(98) → 106.7(01) → 110.2(04)’로 제시하고 있다. 보다시피 2004년의 멕시코 실질임금은 NAFTA 체결 시점인 1994년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좋은 점뿐만 아니라 나쁜 점도 알아야 한다”

‘계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식 논박은 ‘경영선진화의 명암, 외국인 투자’ 부분에서 두드러진다. 한미FTA지원위는 “외국인 투자의 부정적 일면만을 강조한 것으로 외국인 투자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후 GM대우의 경영실적 회복 등 긍정적 측면을 나열했다. 그러나 박종훈 기자는 “변론의 가치조차 느끼지 못 한다”고 한숨을 내쉰다.

‘쌈’은 지난 방송에서 “정부는 FTA 이후 우리 기업이 미국에 팔릴 경우 어떤 이익이 있는지에 대해서만 홍보하고 있다”며 “반대로 거대 자본의 논리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서는 애써 침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미FTA지원위 반론에 대해 박종훈 기자는 방송내용을 또다시 반복했다. “외국인 투자에 대해 정부는 좋은 점만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좋은 점만 말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부작용도 있다는 점을 보도하려 한 것이다. 근데 또다시 부정적인 점만 말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에 대해 반론의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좋은 점뿐만 아니라 나쁜 점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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