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협상 정리]② ‘위험 경고’ 다 맞아 떨어지고 있다

공공서비스 직접 공격 가시화.. 진척 안되는 협상이 그나마 다행

안타깝게도 한미FTA협상을 반대해 왔던 진영의 주장이 다 맞아 떨어지고 있다. 5차 협상 개최지인 ‘몬태나 주’에서 전방위적인 압박이 전개될 것이라 했던 경고도, 미 협상단이 약제비 적정화 방안 도입을 동의해 주는 조건으로 오히려 무력화 시키는 내용을 요구할 것이라는 경고도. 한국방송공사, 인천공항공사 등에 대한 민영화 요구가 있을 것이라는 것도. 애써 아니라 해도 그간 경고됐던 내용들은 영화 '링'의 사다코 처럼 공포 그 자체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일전에 한국 정부는 미 협상단이 '국내 교육 시장 개방에 관심이 없다' 했지만 웬디 커틀러 미국 수석대표는 "SAT등 테스팅 서비스 시장에는 관심이 있다”며 교육시장 개방에 대한 구체적인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 그리고 금번 협상에서 한국의 서비스 시장 개 방과 관련해, "통신, 온라인 비디오, 방송과 함께 가스, 전기 등 시장도 더 열도록 계속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면 아래 있던 공공 서비스 영역이 드디어 물위로 부상하는 최악의 상황이 됐다.

양측 수석대표들의 입에 모든 정보가 집중된 상황에서, ‘관심이 있다’, ‘없다’라는 표현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한미FTA가 양극화를 심화 시키고, 고용을 불안정하게 만들며, 심지어 공공서비스 영역의 비용이 폭등 시킬 것이라는 경고는 '툭툭' 터져 나오는 보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한미FTA가 몰고올 위험성을 반증하고 있다.

'노다지' 공공서비스.. 어찌 관심이 없을 수 있겠나

그간 전기 등 공공서비스 분야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말해 온 미측이 5차 협상에서 구체적으로 그 대상을 언급했다. 마치 ‘교육’ 시장개방, ‘의료 영리법인화’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으나 국내법 개정을 통해 실익을 챙기고, 협상을 통해 구체적인 직격타를 날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금번 협상에서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는 구체적으로 '전기, 가스 시장' 등을 거론했다. 물론 '한전 자회사 등이 맡고 있는 발전정비, 수리, 설계에 관심이 있다', '전기 공급 등 공공성 부문은 아닌 것으로 안다', '발전설계 등 에너지 서비스 분야에서 관심을 표하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사업영역은 아직 제시하지 않았다'는 관련한 설명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언급은 ‘공공서비스’에 대한 3차 공격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98년 한미투자협정(BIT) 협상 제기 당시 미국 협상단은 ‘공기업 사유화(민영화)’를 강력히 주장했었다. IMF 이후 구체적으로 공기업 사유화(민영화)가 진행됐다. 그리고 미국 측은 KT의 49% 외국인지분제한한도를 철폐하고, 가스공사와 한전에 대한 지분제한도를 높이라고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이와 맥락을 같이해 지난 한미FTA 3차 협상에서 미측은 △독점 공기업의 정의와 의무 범위 문제 △시장가격의 문제 등을 ‘서비스와 투자’, ‘경쟁 분과’에서 거론했다. 구체적으로 3차 협상에서 모든 공기업에 ‘정부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할 때 협정의 제반 의무를 이행’하고, ‘상대국 투자자 및 상품 서비스 제공자에게 비차별적 대우를 한다’는 조항을 제시했고, 독점이며 공기업인 경우 ‘판매, 구매 등 영업활동은 상업적 고려에 따라 수행’, ‘독점적 지위 남용 금지’라는 두가지 의무 조항을 추가하도록 요구했다.

미국 협상단이 요구한 '독점, 공기업'은 사실상 필수 공공서비스 산업을 의미하고, 구체적으로 전기, 가스, 수도, 철도 등에 시장 가격과 시장 경쟁을 요청했다. 공공서비스에 시장가격으로 요금 경쟁을 하라고 하는 것은 요금 제한과 지원을 하지 말라는 의미로, 이는 공공부문 사업의 민영화(사유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어 지난 4차 협상에서는 인천공항공사, 부산항만공사, 교육방송공사, 방송광고공사, 한국항공공사 등 5개 공기업에 대한 국제입찰을 요구했다. 미 측은 한미FTA를 통해 공기업 사유화를 사실상 노골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심지어 올해 천연가스 요금이 7월 1일부터 8.4%, 9월 1일부터 9.4%로 20% 가까이 인상됐다. 사실상 3차 협상 당시 제기됐던 ‘국가기간산업 공공요금 현실화’의 요구가 실행되고 있다 봐도 만무하리만큼 공공 요금이 인상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상수도의 경우도 164개의 지방 상수도를 순차적으로 민간위탁 하고 있고, 이 계획의 핵심은 ‘수도요금’의 현실화로 ‘시장가 거래’를 도입의 요구와 맥락을 같이 한다.

물론 전기, 가스 등 에너지 서비스 부분이 한국 측 유보안에 포괄적으로 유보돼 있고, 김종훈 수석대표가 ‘전기. 가스 중 공공부문은 아닌 걸로 이해한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쟁점은 ‘공공부문’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이미 국내적으로 계속된 민영화(사유화) 정책과 한미FTA 협상 지형과 맞물려 정책이 변하고 있고, 그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금번 5차 협상에서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의 언급은 이런 공공서비스에 대한 공격 개시 선언임과 동시에 계속적으로 이런 흐름일 것이라고 경고했던 반대 진영의 주장이 옳았음을 입증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유일한 성과 ..전문직 자격증 상호인정

금번 협상에서 서비스/투자 분과는 공동회의를 통해, 지난달 27일 교환된 양측 수정유보안에 대한 명료화 작업을 완료 했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양측은 수정유보안이 개선되고, 명확화된 것”으로 평가하며, 또한 “전문직 자격증을 서로 인정해 준다는 원칙에 합의한 뒤 구체적으로 다룰 협의체를 구성키로 하고 구체적인 업종 협의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한국 협상단은 인정대상분야 로 보건.의료 전문직, 엔지니어, 건축사, 수의사 잠정 리스트를 미측에 제시 했다

이 또한 전문직 자격증 상호 인정한다는 ‘원칙’에 대한 합의 보다는 합의된 ‘내용’이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자격증 상호 인정’할 수 있는 기준에 대한 양측의 합의 기준과 내용에 따라 국내 ‘자격증 시험’ 제도가 바뀔 수도 있다. 또한 이는 미국 비자 문제와도 연관돼 전문직 비자쿼터 확보의 문제와도 연계된다. 물론 비자쿼터 확보 문제는 한미FTA 의제가 아니어도 풀려야 할 문제란 점은 차지하더라고, ‘전문직 자격증 상호 인정’의 부분은 상품과 자본간 거래 뿐만 아니라 노동력의 이동이란 측면에서 이제 고개 하나 넘은 셈이다.

미 협상단은 "특송 배달 분야에서 미국측 공급업체들에게 의미 있는 시장접근을 제공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종훈 수석대표는 “국제 택배와 관련해 내국민대우 등 협정문상의 의무 준수 문안에 진전이 있던 것이지 시장에 영향을 미칠 합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실 내용은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나 금번 협상에서 특송 배달 시장과 비합치 조치의 명확화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그 외 법률 서비스의 경우 미국 협상단은 외국 법률회사들의 한국 시장에서 영업 허용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번 협상에서는 '한국의 외국사 자문사법 마련과 이에 기반한 개방 방침'과 관련해 진전된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 정부는 2005년 3월 단계적인 법률시장 개방안을 제출한 바 있다

이견만 확인해서 다행인 투자자-국가간 분쟁해결

양측은 투자 분과 협상에서 일시적 세이프가드 도입, 투자자·국가간 분쟁해결절차(ISD), 수용 부속서에 대해서 기존의 입장 차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속적으로 경고되고 있는 분야 중 위험성을 경고가 지나치지 않을 투자자-국가 소송제도. 한국 협상단은 간접수용 대상 범위에서 조세정책을 제외하자는 계속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1차 초안에 대해 ‘투자자-정부 중재절차를 도입하지 않을 것을 요청’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최소한협정문 제 6조의 ’수용‘과 관련한 분쟁은 국제중재절차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외교통상부에 협정문 수정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 요구에 근거, '수용'에 대해서는 국제중재를 이용한 적법한 절차 보장‘의 내용으로 반영됐다. 그러나 미국 측은 국제중재절차 대상에서 '수용'을 제외하는 FTA가 미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거의 전무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체결된 미-호주 FTA에서는 호주 내 거센 반대 여론에 힘입어 '투자자-국가 소송제도' 조항 자체를 두지 않았다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 최근 미국 내에서는 이 제도를 명시한 나프타 11장의 내용을 제거해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투자자-국가 소송제도’의 위험성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체코는 지난 2003년 미국 투자자 로널드 라우더에게 1년 의료보험 예산에 해당하는 3억 6천만 달러를 물어야 했으며, 유엔 산하기관인 UNCTAD는 지난 1997년 이후 2004년 까지 이 제도로 인한 국제적 소송 건수가 8배로 증가했다고 사례를 보고하고 있다. 러시아는 유코의 투자자에게 3백 3십억 달러 소송을 당한 상태이다. 한국 돈으로 33조에 이르는 것으로 역사상 가장 큰 액수의 소송이 현재 이 조항에 근거해 진행 중이다.

홍기빈 국제칼럼리스트의 경고, “이 제도를 놔둔 채 한미FTA가 체결된 뒤 그것이 거시적으로, 미시적으로, 또는 정치, 사회,문화, 환경, 보건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어떤 방향으로 튈지 그 누구도 확실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말을 재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다른 분과도 마찬가지지만 이 ‘투자자-국가 소송제도’와 관련한 협상이 교착상태, 진전이 없다고 한다면 이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지난 4차 협상에서 양측은 ‘국내법에 따른 가처분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일반적 조항에 합의한 바 있다.

로드맵, 비정규 법안 강행처리..사전 정리로 볼 수 있다

금번 협상에서도 노동과 환경 분과는 '진전이 있는 분과'로 평가 받았다.

환경 분과에서는 한미 양측이 '대중참여(public participation)'에 대한 양국 간의 협력을 확대하자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가 있었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환경 분과에서 절차적 보장, 대중참여, 환경 협력 등의 조항에서 상당 부분 괄호를 제거하는 합의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환경 분과의 경우 일반 규정이 다수이고, 환경협정문 초안내용에 양측이 유사한 내용들을 많이 담고 있었던 분과이다. 물론 양국간 환경보호를 위한 강제성 및 환경 보호 및 환경법의 효율적 집행 의무화 정도, 분쟁해결 절차 등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금번 협상에서 ‘분쟁해결 절차’와 관련해 이견이 있음을 확인했으나, 무리 없이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편 환경 분과의 경우 지난 4차 협상에서 양측은 협정 이행감독을 위한 환경이사회(EAC : Environmental Affairs Council)의 설치와 환경 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 문안에 합의 한 바 있다.

최근 일주일 기간을 두고 강행 통과된 비정규 법안과 노사관계 로드맵의 경우 한미FTA 협상 타결을 고려한 사전 정비 작업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지난 달 30일 국회를 통과한 비정규 악법과 지난 8일 환노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노사관계 로드맵의 경우 미국의 무역장벽 보고서(NTE)에서 계속적으로 제기됐던, ‘투자를 위한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규제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요구에 정확히 부합하기 때문이다.

미 무역대표부의 2006 무역장벽보고서에는 “(퇴직금 제도를 철저히 해체하고 기업연금을 도입하라는 의미를 지닌) 연금 이동성의 개선과 해고와 고용의 유연성 강화 등과 같은 노동시장 문제들, 노사분쟁 축소, 규제 투명성 개선 등”의 방안이 구체적으로 언급 돼 있다.

금번 협상에서 김종훈 수석대표는 “노동분과의 경우 협정의 집행을 관리·감독하는 '노동이사회(LAC, Labor Affairs Council)'의 설치와 양국간 노동 관련 협력 메카니즘에 대한 의견 접근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이런 이견 접근의 근간에는 국내법 개정의 흐름이 당연히 반영돼 있을 것이라 추정이 가능하다. 국내 노동계를 무력화 하고자 하는 기도는 국내외 자본의 요구가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한편 '퍼블릭커뮤니케이션‘ (PC: 공중의견제출제도 public communication)'에 대한 이견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 1차 협상에서 미국은 퍼블릭 커뮤니케이션(공중의견제출제도: PC)이라는 양자패널 설치를 요구하는 제도 도입과 노동법의 효과적 집행 실패 시 강제적 분쟁해결 절차를 도입하고 연간 1천 5백 만불 한도의 위반부과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통신/전자상거래, 정부 조달 등의 분과

통신, 전자 상거래 분과에서 통신 분야 기술선택의 자율성과 관련 해, 한국 협상단은 ‘정당한 정책 목적 달성을 위한 정부 개입 보장하는 취지’의 수정문안을 구두로 전달했다. 또한 미국 측은 ‘주파수 할당’과 관련해 ‘미국식 경매 방식을 따라야 한다’는 주장에서 ‘보다 효율적으로, 유연하게 한다’는 문안으로 조정해 한국 협상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차 협상에서 해저케이블 접근권 보장 등 합의가 있었고, 금번 협상에서는 이를 기반으로 ‘해저케이블 시스템에 대한 접근권은 기간통신사업자만 갖는다’는 문안을 조정키로 했다.

경쟁 분과의 경우, 국내 ‘재벌에도 공정경쟁을 적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의 각주에 대해 한미 양측 간 이견이 계속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경간 소비자보호 문제의 효과적인 해결을 위해, 한국 협상단이 제안한 소비자보호협력 조항과 경쟁법 집행관련 청문 절차에서의 제반 적법절차 보장에 양측이 합의 했다.

또한 지난 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별도 협상으로 진행된 정부조달 분과에서 양측은 '중소기업의 예외 인정'에 이견이 없음을 확인했다. 아울러 한국 협상단이 제기한 ‘작업반 구성’에 미 측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미국 협상단은 한미 FTA의 효력을 50개 주정부를 제외하고 연방정부에만 한정해야 한다는 것과 인천공항공사 등 국내 5개 공기업의 공사를 국제 입찰에 붙여야 한다는, 실질적 민영화(사유화)를 계속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국 협상단은 WTO 정부조달협정(GPA)에서 37개 주정부를 양허하고 있는바, 한미FTA에서 미국 주 정부조달 시장 접근을 제고하기 위해 주정부 추가 양허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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