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협상 정리]③ 내실은 없고, 끼워넣기 'deal'

지적재산권, 금융서비스, SPS(위생검역) 그리고 결렬된 작업반 들

‘진전’의 지적재산권분과..내실은 없고 ‘끼워 넣기’ 될까 우려

지난 4차 협상에서 지적재산권 분과에서는 집행 분야에서 가처분제도, 소송절차를 대체할 수 있는 분쟁조정제도 등에 대해 합의 한 바 있다. 그리고 이어진 금번 5차 협상에서 양측 협상 대표 모두 공히 ‘가장 진전이 있는 분과’로 꼽은 분과는 바로 지적재산권 분과(IPR)이다.

지적재산권 분과에서는 그간 미국 협상단이 주장해 온 '병행수입(parallel import, 외국에서 적법하게 상표가 부착돼 유통되는 상품을 제3자가 국내의 상표권자 또는 전용 사용권자의 허락 없이 수입하는 행위)금지' 조항을 협정문에서 빼는 것이 양측 간에 합의했다. 단 합의 조건으로 한국 협상단은 미국 측에 ‘저작인격권(저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에 대해 가지는 인격적 권리)’을 더 이상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병행수입과 저작인격권을 연계해 양측이 같이 삭제한 것이다.

또한 미국 협상단이 '저작물이 CD 등 매체에 고정되느냐 여부에 관계없이 권리를 부여하자‘고 주장해 왔으나, 최종 ‘각국의 재량에 맡기자’로 정리됐다. 특허 출원 시 특허 청구 범위의 기재 요건도 ‘각국의 재량에 맡기자’는 데 양측이 합의했다.

그리고 미 협상단의 지재권 집행과 관련한 형사 처벌 시 한미 양국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양형기준을 도입하자는 요구도 '그런 양형기준을 두는 것을 권장하자'는 문항을 두는 것으로 합의됐다.

‘합의’된 내용의 개수만 따져보면, 단연 돋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실 내용을 보면, 양측이 공히 ‘진전’과 ‘성과’로 분류할 만큼의 무게감이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엇갈릴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남희섭 한미FTA 저지 지적재산권 공대위 대표는 “성과라고 하지만 사실상 핵심적인 내용이 거의 없다”고 총평했다.

예를 들어 지적재산권 분야의 핵심적인 내용들인,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 비위반 제소(위반 사항이 없어도 제소를 할 수 있다는 의미로, FTA를 위반하지도 않았거나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제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일시적 저장(Temporary Storage, 컴퓨터의 RAM에 일시적으로 저장된 복제물에 대해서도 저작권자에게 통제권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 특허청의 특허 심사 업무와 식약청의 의약품 허가 업무의 연계, 자료독점권 등의 내용들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내용’적 측면에서 본다면 금번 협상은 사실상 ‘몸통’이 빠진 ‘깃털 정리’ 수준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평이다.

또한 남희섭 대표는 “무역구제 분과 협상이 중단되면서 의약품 작업반 협상도 중단됐음에도 불구하고, 의약품 작업반과 지적재산권 분과와 연계해 협의를 진행한 점"을 강조했다. 의약품과 지적재산권 분과가 연계될 경우 앞에서 지적재산권 분야의 핵심 내용이라고 언급된 특허기간 연장, 특허와 식약청 업문 연계, 비위반 제소등의 핵심적인 내용들이 대거 논의, 협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남희섭 대표는 “무역구제와 의약품, 자동차 작업반을 팩퀴지 딜하는 과정에서 지적재산권 분야의 핵심적 내용들 까지 줄줄이 사탕처럼 엮여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우려를 표했다. 물론 이 우려는 처음부터 계속 지적됐던 부분이기도 하다

한편 지난 30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비친고죄(예를 들어 음악을 영리 목적으로, 반복적으로 사용할 경우 저작권 침해 행위로 간주하고 저작권자의 신고가 없어도 형사 처벌할 수 있도록 함)를 포함한 저작권법 전문개정안이 비정규 개악안과 함께 통과됐다. 물론 전적으로 미국 측의 요구가 반영된 법으로 보기는 어려우나, 한미FTA협상의 ‘저작권 보호 강화’라는 측면의 국내법 정비 과정, 기류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금융서비스 분과..美, '자통법' 하나만 건져도 협상은 종결 국면이다

금융서비스 분과 협상 결과에 대해 김종훈 수석대표는 “보험서비스 개방 범위를 상당히 제한된 범위 내에서 세부 논의하자는 데는 의견 접근을 이룬 상황이고, 우체국 보험과 관련한 미 측의 이해를 높였다”고 보고했다.

현재 양측은 소비자보호를 위한 금융감독당국간 협력, 국경간 거래 허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금융감독상 문제 양해각서(MOU) 체결 등 협력 방안을 만든다는 원칙에 합의, 금융업계 건의사항 관련 협의를 위한 작업반 설치, 보험중개업의 국경간거래 허용범위를 기존 개방분야를 해상, 항공, 운송보험, 재보험 등 4개 분야에 한정 해 허용하기로 양국 협상단이 합의했다.

여전히 한국의 국책금융기관과 국경간 거래 개방 범위 등에 대한 논의는 남은 상황이다.

이한진 사무금융연맹 금융정책국장은 “미국 협상단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하나만으로도 금융 서비스 분과에서의 목표는 일정정도 달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작은 쟁점들에 대해 이견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사실 이견차이가 크지 않고, 금융서비스 분과는 실질적인 내용 협상이 거의 끝난 것으로 보여진다”고 평했다.

올 2월 20일 재경부가 ‘자본시장통합법(금융투자회사법:자통법)’안을 밝히며 현행 은행, 종금사, 증권사, 선물회사, 자산운용사, 신탁회사, 보험사, 여신전문회사 및 서민 금융기관 등이 제공하고 있는 금융서비스를 은행, 금융투자회사, 보험사, 여신전문회사 및 금융기관 등으로 크게 4개로 통합 재편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입법예고를 했다. 이 법안은 12월 내 재경위 금융소위를 거쳐 내년 3,4월 임시국회 통과 될 가능성이 높다.

이한진 국장은 “자통법이 입법화 된다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 신금융서비스는 자통법만으로도 100% 효과를 낼 수 있으니 더 이상 논의될 필요성이 없다"며 그래서 "5차 협상의 내용을 보면, '국경간 거래'에 국한해 협상이 진행된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분과의 경우 세이프 가드 도입, 국책은행의 몇 개나 지킬 수 있을 것인가만이 남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쇠고기 광풍에 묻혀 버린 위생및검역 분과(SPS)

오는 19일과 20일 간 미국 워싱턴에서 별도 협상이 진행되는 SPS(위생및 검역분과)의 경우 이번 5차 협상에서 드러난 다방면의 미국산 쇠고기 압력이 어떤 식으로 협상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가 관건인 분과이다.

지난 7월 2차 협상에서 SPS 분과의 통합협정문이 작성됐고, 한미 양국 협상단이 ‘협의채널 ’구성에 대한 이견은 괄호로 병기했다. 그리고 4차 협상에서는 ‘상설기구를 두기로 합의’했고, 기구의 수위를 정하는 협상이 진행중이다.

미국 협상단은 SPS 상설위원회(Committee) 설치를 요구하고 있고, 한국 협상단은 담당공무원을 지정하는 접촉창구(Contact Point) 수위의 설치를 주장하고 있다. 미 협상단은 단기간 내 자국의 관심사항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양국간의 논의를 지속적으로 해결해 나가기 위해 협의채널로 'SPS 위원회' 설치를 적극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위원회를 통해 이후 지속적으로 압력을 행사하며, 자국 업계가 해결을 희망하는 사안을 효율적으로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지적재산권분야 처럼, 한국 정부는 그간 꾸준하게 미국 정부의 요구를 자발적으로 들어줘 왔던 역사적 전례가 있다. 예를 들어 지난 95년 1일 WTO SPS 협정 발효이후, 한국이 수입식품검사제도를 개정하여 곡류 및 과채류에 대해 매년 196종의 농약에 대한 최대잔류허용량(MRL) 검사를 실시하자, 미측이 SPS 협정문 부속서 위반으로 제소 했다. 이에 한국은 검사대상 농약수를 196가지에서 47개로 축소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런 전례를 비춰 볼때 ‘협의 채널’을 두기로 합의한 이후의 논의의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이번 협상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압력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의원들의 항의서한, 척 램버트 미 농무부 차관보의 방문에 그치지 않고, 직접 시식회를 갖거나, ‘수입 조건 완화’를 전제로 한 한미FTA 협상 전체를 연계 시키는 전술을 구사하기까지 했다.

물론 김종훈 수석대표는 ‘FTA차원에서 다루지 않는다는데 의견이 일치하며 양측 간에 오해는 없다’며 ’별도의 통상문제로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는 관여하지 않고 있어 이야기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지난 1월 합의된 한미간 수입위생조건의 위반으로 3차례 수입된 물량이 반송된 조처임에도 한국 정부가 미국산 광우병 위험 쇠고기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취하지 못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번 SPS 협상에서는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한미FTA 4대 선결 조건으로 이행했던 것 처럼, 분과 내 동물 검역 작업반(working group) 구성 등의 방식을 통해 추가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SPS(위생및 검역분과)의 경우 양측의 이견이 많지 않은 분과로 분류되고 있다. 국내 식품의 안전성을 위협하는 유전자조작식품 GMO 표시제 요건 완화 및 동종 상품의 정의 확대 요구나, 미국의 국가유기농 계획의 인증서 인정 범위 확대 요구 등 주요 쟁점들이 공개되지 않은 속에서 협상이 진행되고 있음 또한 간과해서는 안된다.

여전한 쟁점 자동차,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

5차 협상에서 무역구제 분과 협상 중단과 더불어 자동차, 의약품/ 의료기기 작업반 협상도 중단됐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미측은 연내 시행 추진 중인 ‘약제비 적정화방안’관련해 자국 제안사항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음에 매우 실망을 표명”했고, “자동차 세제, 자동차 표준작업반 등에 이견 지속하고 있다”고 협상 내용을 보고했다.

미국 협상단은 △자동차 세제 개편(배기량 기준으로 부과하는 자동차 특별소비세, 자동차세, 공채의 폐지 혹은 변경. 복잡한 세제의 간료화), △자동차 표준 투명화(자동차 표준작업반을 설치해 환경 안전 등 각종 자동차 관련 인증, 기준 등을 확정할 때 협의) △수입차정서 개선(수입차 타기를 꺼리는 소비자 인식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 필요) 등을 요구 해 왔다.

이전 4차 협상는 미국 협상단이 요구했던 ‘표준작업반’ 설치에 양국이 합의 했고, 이를 근거로 협상이 진행 중에 협상이 중단됐다.

그러나 이번 5차 협상 결과 보고에서 김종훈 수석대표는 배기량 기준 자동차 세제 개선에 대한 미측 요구와 관련해, '협상 전반 의 진전 상황을 봐가면서 양측의 득실을 따질 필요가 있다'고 변화 가능성의 여지를 남겼다. 그간 자동차 관련 '세제'와 관련한 입장 선회를 읽을 수 있는 발언이다.

또한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은 협상이 중단된 가운데, 지적재산권 분과 내 의약품 지재권을 다루는 조인트 세션만이 진행됐다.

가장 별도 협상이 많이 진행됐던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의 협상 그리고 국내 요구가 높은 자동차 작업반이 무역구제 분과와 연계돼 있다는 점은 현재 한미FTA협상의 또 다른 난관이 되고 있다.

무역구제가 해결 될 경우 자동차와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의 협상 돌파구가 열린다는 해석 보다는 사실상 무역구제에서 하나를 얻게 될 경우 두개 작업반에서 내줘야 하는 덫에 걸린 상황이다. 금번 5차 협상에서 '내용'의 득실을 따진다면 실(失)의 규모를 따질 수 없을 만큼 한미FTA 협상은 내달리고 있는 상황임이 더욱 분명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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