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성과금 미지급에 반발하며 파업에 돌입한 현대자동차노동조합에 대해 회사측과 여야 정치권이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윤여철 현대자동차 사장은 15일 발표한 담화문에서 "불법파업 주동자와 적극 가담자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분명히 묻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윤여철 사장은 성과금 미지급에 대해 "정상 근무가 이뤄졌다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였으나, 노조가 회사와 전혀 무관한 사안으로 불법 파업을 강행해 성과금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고 주장하면서 "더 이상의 혼란은 노사 모두의 피해만 키울 뿐"이라는 말로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현대자동차는 이날 오전 11시에 박유기 현대자동차노조 위원장과 간부 21명을 상대로 '불법쟁의행위 및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울산지법에 냈다. 이에 따르면 노조가 '성과금 미지급', '노동탄압', '단협파괴'라는 등의 내용으로 유인물 혹은 현수막을 부착하거나 방송, 시설물 설치 등의 행위를 할 시에 노동조합 하루 5천만 원, 노조 간부 일인당 하루 30만 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보수 정당들, 앞다투어 현대차노조 파업 철회 촉구
이상수 노동부 장관도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노동 쟁의의 대상이 아니며, 파업 찬반투표와 노동위원회의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명백한 불법파업"이라며 "실정법과 국민 정서를 무시한 불법파업에 대해 정부는 국민 경제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 정당들도 앞다투어 현대자동차노조를 비판하고 나섰다. 15일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강재섭 대표는 "현대차 파업으로 몸살을 앓는 사이 인도가 소형차 생산으로 우리를 추월하고 있다", 전여옥 최고위원은 "현대차노조는 기업이 바로 서야 자신들도 설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여권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추진하는 현대차노조같은 행동"이라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이상열 민주당 대변인도 15일 논평에서 "현대차노조의 이번 파업은 국민여론은 물론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생존권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소외감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집단이기주의"라고 맹비난하면서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될 수 없음을 명심하고, 실리도 명분도 찾을수 없는 불법파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현대차노조, "악의적 언론보도, 사측의 대화단절에 치를 떤다"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은 이같은 공세에 대해 15일 발표한 기자회견문에서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노조는 "사태 해결을 위해서 노사간의 대화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16일에는 파업투쟁 지침을 내리지 않았다"며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교섭을 통해 문제 해결이 되지 못한다면 17일 열리는 쟁대위 회의에서 18일 이후 파업투쟁 방침을 확정해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현 집행부의 도덕적 타격 만회용 파업", "선거과 연동된 제 조직의 이해관계", "박유기 위원장 금속노조 진출용 파업"이라는 등의 언론 보도에 대해 "악의적인 분석으로 파업의 본질을 엉뚱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심각한 문제"라며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현대차노조는 일각의 이러한 분석에 대해 '가상의 소설', '악의적 분석'이라며 "회사측의 합의사항 불이행만 없었다면 결코 파업은 없었을 것"이라며 반박했다.
현대차노조는 지난 12일 대의원대회 결의와 쟁의대책위원회 회의 결과대로 15일부터 1단계 파업투쟁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15일에는 주야 4시간 파업, 17일에는 주야 6시간 파업에 들어간다. 16일에는 정몽구 회장 공판에 항의 투쟁단을 파견하며 교섭 촉구를 위해 정상근무를 실시할 예정이다.
박유기 위원장, "우리가 '귀족'이면 당신들은 '황족'인가"
한편 현대차노조는 오늘 오전 11시경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방문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면담 요청을 거절했다. 손학규 전 지사는 12일 박유기 현대차노조 위원장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고 14일에는 기자간담회를 여는 등 현대차노조의 파업 철회를 촉구해 온 바 있다.
이에 대해 박유기 현대차노조 위원장은 '귀족노조' 운운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서한에 답하는 글을 인터넷언론 '레디앙'에 공개했다. 박유기 위원장은 이 답신에서 "우리가 귀족이면 연봉 몇 억씩 받는 고위공직자, 정치인 등은 '황족'이냐"며 반발하고 "양극화 문제를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는 정치인들이 저소득 노동자들과 상대적인 평가를 해서 정규직 대공장 노동자를 '귀족노동자'로 몰아붙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손학규 전 지사가 "월급 받을 만큼 받는 사람들이 '얼마 되지 않은 돈 더 달라고 생떼 쓰는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서도 "'합의된 내용, 약속된 내용을 지켜라'는 것이 뭐가 잘못된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교섭대상이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회사는 진정으로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지, 무조건 노동조합 탓이라고 하시겠는가"라고 묻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