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임원선거 정책토론회 개최돼

각 후보진영 정책공약 발표하고 각오 밝혀

오는 2월 13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되는 금속노조 5기 임원선거에 입후보한 후보자들의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금속노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25일 오후 7시에 열린 이 정책토론회에는 위원장 후보 5명과 수석부위원장 혹은 사무처장 후보 1명으로 각 후보진영당 2명의 후보가 참석해 정책토론회를 진행했다.

각 후보들은 먼저 한 팀당 10분씩 정책공약과 기조발제를 진행하고,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네 후보군에게 질문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후보자들의 정책공약이 발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진행된 정책토론회라, 특별한 쟁점사항이 부각되거나 각 후보군이 상대방 공약에 대한 구체적인 비판의 날을 세우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기조발제와 질문은 추첨에 따라 기호 3-1-4-5-2번의 순으로 진행됐다.

  금속노조 5기 임원선거 입후보자들의 정책토론회가 25일 개최됐다./이정원 기자

기호3번 박병규 위원장 후보는 기조발언 서두에서 "현장을 다녀보니 대다수 조합원들이 선거에 대해 큰 관심이 없고 잘 모르고 있어 깜짝 놀랐다"며 "저도 마찬가지로 사전에 충분히 정책을 검토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말로 비교적 일찍 잡힌 정책토론회 일정에 에둘러 불만을 표시했다. 박병규 후보는 금속연맹과 금속노조 임원들이 대거 이번 선거에 출마한 것과 관련해서도 "선거의 중요성을 알려 나가야 할 임원들이 모두 선거에 출마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하다, 조직 논의 없이 정파의 결정에 따라 한꺼번에 출마할 수 있는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기호1번 정형기 위원장 후보는 "노동자 민중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져가고 있는 가운데 그간의 염원이었던 15만의 조직이 건설됐다"며 "고용보장을 확실히 쟁취하고 해외공장 이전 저지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정형기 위원장 후보진영은 '평생고용안정'을 위한 고용안정협약 쟁취, 고용안정기금, 고용안정센터 등의 공약을 내걸고 있다.

기호4번 전재환 위원장 후보는 지난하고 쉽지 않았던 금속산별노조로의 전환 과정을 술회하면서 "금속노동자의 앞으로의 갈길은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더 크고 더 힘차게 미래를 향해 진군할 지 다듬어야 할 내용들이 많다"고 말했다. 전재환 위원장 후보는 이를 위해 '조직 안정화'와 교육사업의 중요성을 주장하면서, "'한시적 기업지부'가 불가피했다고 해도 고착화되지 않기 위해 지역을 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기호5번 정갑득 위원장 후보는 "금속노조의 화두는 15만 명을 큰 투쟁으로 이끄는 것"이라며 "저는 과거 노동법 개정투쟁의 경험과 대우차 해외매각 반대투쟁 관련 자동차 4사 공동투쟁을 조직한 경험이 있다"며 '준비된 투쟁 경험'을 강조했다. 기호5번 최용규 사무처장 후보가 발표한 기호5번 진영의 정책공약은 2009년까지의 '산별협약 확보 및 조직발전 3개년 전망'으로 이를 위한 6대 과제를 제시했다.

기호2번 이정행 위원장 후보는 '도덕성과 계급성'의 중요성을 말하며 "지도부가 투쟁을 외치며 뒤에서 자본과 타협하거나, 조직이 커질수록 관료적 성향이 커지는 일을 경계해 위원장 소환권을 조합원에게 주겠다"고 밝혔다. 이정행 후보는 노동운동의 위기에 대해 "투쟁을 조직하지 않고 현장에 책임을 돌리는 상층 중심의 사고가 운동을 좀먹고 있다"며 "자본에 당당히 맞서는 금속노조의 정체성과 함께 결의하고 실천하는 기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원 기자

이번 정책토론회 장소인 민주노총 1층 회의실의 자리가 꽉 채워지고 많은 조합원들이 뒤쪽에 선 채로 경청하기도 했지만, 아직 선거 초반이고 홍보가 덜 된 탓인지 부러 토론회에 참석한 조합원들보다는 선거운동원들과 관계자들이 더 눈에 많이 띄었다. 참석한 후보들은 다른 후보들에게 한 가지씩의 질의응답을 거쳐 마무리발언으로 2시간 반 가량의 토론회를 마쳤다. 각 후보들의 마무리발언 요지는 아래와 같다.

기호3번 박병규 위원장 후보
"많은 동지들이 고용안정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투쟁으로 극복하겠다'고들 하는데 문제는 투쟁을 통해 생산량을 더 많이 늘리거나 잔업특근에 합의하는 것이다. 이런 사고에서 벗어나 노동자적 관점으로 고용안정을 어떻게 쟁취할지를 보다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신자유주의적 경쟁이 아니라 노동자적 가치가 중심되는 사고와 교육, 공감이 진정한 고용안정을 달성할 것이다. 많은 것들을 주장하기보다 조합원들과 공감하고 실천하는 지도부가 되겠다"

기호1번 정형기 위원장 후보
"노동운동이 새로운 희망과 활로를 찾을 것인지 또다시 절망의 수렁에 빠질 것인지 15만 금속노조가 답을 쥐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말로만 해외공장 저지, 산업정책 개입을 말하지 말고 실제로 대중과 전선에서 투쟁하고 현장을 생명처럼 조직할 것인지이다. 화려한 버섯에는 반드시 독이 있다. 저는 못났고 볼품이 없지만 몸에 좋은 버섯이다. 무엇이 안정된 지도력인지 조합원들이 냉정히 판단할 때가 됐다"

기호4번 전재환 위원장 후보
"금속노동자들은 항상 민주노조 운동의 선봉으로 핵심적 역할을 자임해왔다. 내부의 주체적 조건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한걸음씩 나아가는 길이 우리 운동의 발전에 디딤돌이 될 것이고 그것이 바로 지도부 선거부터 시작된다. 기업별 의식에 젖어있던 것들은 계급적 단결을 만들어내는 데 걸림돌이라고 생각하고 이번 선거가 조합원들에게 전망을 제시하는 장이 되었으면 한다"

기호5번 정갑득 위원장 후보
"이것이 실력이다. 여기가 유세장인지 토론장인지 분간이 안간다. 나는 17년 전에 현대중공업 골리앗투쟁에 진입한 경찰을 막다가 첫 구속됐다. 단위사업장으로써 민주노총의 지침을 백프로 완성한 것은 현대자동차이고, 무관한 대우자동차 해외매각 저지에 완성차 4사가 모여 투쟁했다. 이것이 산별정신이다. 여기 모인 20년 가까이 노동운동한 후보들은 '이렇게 하겠다'가 아니라 '나는 이렇게 싸웠다' 하는 모습을 보이며 선택을 요구해야 한다"

기호2번 이정행 위원장 후보
"먼저 산별노조로 전환한 4만 금속노조를 존경한다. 하지만 숫자가 늘었다고 산별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대공장노조의 전환과정에서 조합원들이 산별노조를 이해하고 나의 것으로 가져가며 전환했다고 보지 않는다. 자본과 정권의 공격이 우릴 옥죄었기 때문에 전부 산별로 전환된 것 아닌가. 15만의 지도부라면 산별노조를 어떻게 할 지의 소신과 정체성이 뚜렷해야 한다. 통합지도부가 돼야 통합력이 생기는 게 아니라 조합원의 직접선거로 지도력을 만드는 것이다. 패배하더라도 당선된 지도부가 올바른 사업을 할 때 적극 지지하고 따를 것이다. 이것이 산별의 정신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