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출입국관리소 화재 사건 대책회의 열려

유가족들, “여수출입국에 분향소 설치해 달라”

어제 새벽 4시 여수 출입국관리소에서 난 화재 사건으로 9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부상한 가운데 오늘 오전 출입국관리소에는 유가족과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주인권연대, 이주노조, 다함께, 여수노회 정병진 목사가 함께 모여 10시부터 대책회의를 진행중이다.

이에 앞선 오늘 오전 9시에는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사고 현장을 방문하고 여수 출입국 관리소장을 면담했다.

화재를 낸 것으로 추측되는 고 김명식씨는 밀입국으로 한국에 들어왔다가 단속에 걸려 강제퇴거 조치 직전에 놓여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월 11일 최초로 통화했다는 여수노회 정병진 목사는 당시 고 김명식씨는 “출입국 직원이 나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서 많이 다쳤다”, “ 목이 부어서 침을 삼킬 수 없을 정도로 아픈데도 여수 출입국이 치료를 해주지 않고 있다” 며 도움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출입국 상황실에서 대책회의 중인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 대표들
정목사가 다음 날인 1월 12일 여수 출입국관리소를 방문했을 때 고 김명식씨는 신체에 타박상을 입은 상태였다고 한다. 그 원인을 묻자 여수 출입국 측은 “김명식이 CCTV를 모포로 싸는 등 훼손하려고 해서 출입국 직원들이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모포로 김씨를 제압했고 이 과정 중에 찰과상을 입었다”며 의사가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진단했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또 출입국에서는 고 김명식씨의 부은 목에 대해서는 이미 담당 의사를 불러 치료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고 김명식씨는 이를 부인했으며 또 자신이 찰과상을 입은 원인에 대해서 함구했다고 한다.

어제 사고로 숨진 9명 중 가족에게 연락이 된 것은 고 김성남씨와 고 이태복씨 뿐이며 나머지 사망자 7명은 아직 가족들에게 연락이 되지 않은 것으로 대책회의는 전했다. 여수 출입국 측은 유가족에게 빨리 연락을 취하고 어떤 조치를 취하라는 고 이태복씨의 조카 원춘희씨의 요구에 “사망한 사람들은 출입국법을 어긴 범법자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어처구니 없는 대답을 해 원망을 사기도 했다.

현장에 도착한 고 김성남씨와 고 이태복씨의 유가족들 15명은 현재 중국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다른 사망자들의 유가족들에게 직접 연락을 취하려 하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여수 출입국관리소 측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사고 소식을 접하고 어제 서울에서 여수로 급하게 달여왔다는 고 김성남씨의 동생 김연군씨는 지난 주에 면회 왔을 때 벌금을 내면 나올 수 있다고 했는데 돈이 없어 그렇게 하지를 못했다면서 벌금을 냈으면 형이 이런 터무니 없는 사고의 희생양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후회했다. 그는 “형은 내가 죽인 것이나 다름 없다”면서 노회찬 의원의 손을 잡고 울었다.

또 고 이태복씨의 조카 원춘희씨는 삼촌의 시신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마치 냉장고에 있는 물건을 꺼내는 듯한 자세로 출입국 직원이 주검을 냉동고에서 꺼내 화가 많이 났다고 전했다. 그는 발가벗겨진 채 냉동고에 보관된 억울한 주검 앞에 출입국 직원이 전혀 미안한 마음이 없는 것으로 보여 마음이 몹시 상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유가족들은 고인의 분향소를 다른 곳이 아니라 사고가 난 여수 출입국 관리소에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과수의 화재감식 결과는 오늘 오후 나올 예정이며 오후 2시 대책회의는 공식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전민성, 조나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