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교육인적자원부(교육부)에서 만든 경제교과서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교육부는 경제교과서에 실린 몇 가지 읽기 자료를 첨부했다.
그 중 하나는 “동물원의 반달곰과 지리산의 반달곰, 누가 더 행복할까?”라는 제목의 글이다. 교육부는 이것이 공공재와 공유자원에 대한 읽기자료라고 밝혔다.
이 제목을 보는 순간 기자는 발끈했다. ‘이게 질문이야? 당연히 반달곰은 지리산에 살아야지!’
얼마 전에 본 TV프로그램이 기억났다. 정부가 제대로 된 정책도 없이 성과주의식 사업으로 반달곰을 지리산에 풀어서 반달곰이 올무에 걸려 죽고, 배가 고파 인가로 내려오고, 등산로에 앉아 구걸을 하고... TV에서 봤던 반달곰의 눈이 떠올라서 더 그랬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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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경련 경제교과서에 실린 읽기자료 |
동물원의 반달곰이 더 행복하다?
글을 차분히 읽어보기 시작했다. 글은 “답이 뻔 한 질문 같지만, 누구에게 물어 보느냐에 따라 대답이 달라진다”라고 시작했다. 이어 “생태학자나 동물학자에게 물어 본다면 당연히 야생 생태에 있는 반달곰이 더 행복하다고 대답”하지만 경제학자는 “동물원의 반달곰이 더 행복하지요”라고 대답한다고 쓰여 있었다.
근거는 이러했다.
“동물원에 있는 반달곰은 사유 재산이지만, 산 속에 있는 반달곰은 공유 자원이 된다. 공유 자원이 되는 순간, 이 반달곰을 노리는 불법 사냥꾼들이 기웃거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동물원에 있는 반달곰이 더 행복하다는 말에 손을 들어주는 것이다”
저들의 논리는 사유재산이 되면 그것이 재산의 소유자에 의해 보호를 받을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 무한 위험에 놓일 것이라는 논리이다.
동물원에 갇혀 사유재산이 된 반달곰은 시간의 자유도, 공간의 자유도 없다.
오로지 사람들 앞에서의 착취 만
그러나 오히려 이렇게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닐까.
동물원에 있는 반달곰은 동물원에 갇혀 착취를 당하기 시작한다. 아침이 되면 자신의 식성과는 무관한 사육사가 주는 밥을 먹어야 하고, 철창이 쳐 있는 전시장으로 나서야 한다. 사람들이 비웃고 놀리는 말도 저항 없이 들어야 하고, 매일 똑같은 하늘과 똑같은 배경만 봐야 한다. 시간도 자유로울 수 없다. 배가 고프지만 밥 때를 기다려야 하며, 따뜻한 곳에 들어가서 자고 싶지만 사육사가 잠자리의 문을 열어주는 시간까지 찬 바닥에서 눈을 감아야 한다. 친구를 만나고 싶지만 사육사가 정해 놓은 시간이 아니면 만날 수도 없다. 오히려 철창 안의 공간에서 사람들의 공격을 피할 수도 없다. 오히려 동물원에 갇혀 저들이 말하는 사유재산이 되는 순간 신체리듬의 파괴와 갇힌 공간으로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는 위험에 놓이는 것이다. 동물원은 “돌을 던지지 마십시오”라는 팻말만 세워 놓으면 된다.
하지만 지리산으로 돌아가는 순간, 저들이 말하는 공유자원이 되는 순간 반달곰은 사람을 피한다. 먹고 싶은 시간에 먹을 수 있으며, 잘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을 찾아 잘 수도 있다. 사람들의 공격만 없다면 반달곰은 시간의 자유와 공간의 자유를 가질 수 있으며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 (곰은 사람이 공격하기 전에는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반달곰은 나무가, 바위가, 산이 불법 사냥꾼들로부터 보호해준다. 그렇게 반달곰은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이다.
동물원에 갇힌 반달곰이 된 노동자
이런 논리를 보면서 노동자들의 삶이 생각이 났다. 자본에 고용되어 저들이 말하는 사유재산이 되어서 노동자들은 착취당한다. 사용자로부터 보호받기는커녕 한번 쓰고 버리면 되는 일회용 종이컵 취급을 당한다. 일을 하다 다쳐 사용자에게 치료를 요구하지만 돌아오는 말은 “니가 잘못해서 그런 것 아니냐”라는 말이다. 보호는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다친 노동자를 버리고 건강해 보이는 노동자를 다시 사서 쓰면 그만이다.
또 하나의 예로 물을 생각해보자. 물은 자연의 상태로 있을 때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권리였다. 그러나 이것을 국가가 소유하고, 자본이 소유하면서 그들은 이익을 내기 위해 더욱더 비싼 값을 받고 팔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이윤을 남기기 위해 더욱 쉬운 방식으로, 싼 값으로 물을 상품화하려고 들고, 그것은 그 물을 사용하는 민중들의 위험으로 이어진다. 물이 사유재산화 되면서 더 많은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시장경제의 부정적 인식은 재벌들이 만들고 있는 것
우리가 바라는 것은 반달곰이 지리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노동자가 쓰고 버릴 수 있는 사유재산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답게 사는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누구나 평등하고 자유롭게 물을 먹는 것이다. 그 속에서 산은 반달곰을 보호하고, 반달곰은 산을 보호한다. 그 속에서 노동자는 전 민중의 이름으로 보호받고, 노동자라는 이름은 전 민중을 보호한다. 물은 스스로의 자정능력을 통해 스스로를 보호한다.
이번 경제교과서는 이런 부분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반달곰이든, 노동자든, 물이든 사유재산이면 보호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착취당하고 버려진다. 이것을 전경련은 “시장 경제의 부정적 인식을 바로 잡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시장 경제의 부정적 인식은 세계를 돌아다니며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전경련 소속 재벌들이 만들고 있는 것이며, 세금을 다 끌어다 자신의 부를 축적하는데 사용하고 있는 그들이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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