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포만의 새벽이 오는 그때에 동지를 떠나보내리"

박일수 열사 추모 3주기 투쟁 결의대회 개최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온 박일수 열사의 기일인 2월 14일.
울산지역 노동자들은 박일수 열사가 분신한 현대중공업 사내 4.5도크에서 가장 가까운 전하문 도로 건너편에 모였다.

  현대중공업 전하문 도로 건너편에서 열린 박일수 열사 3주기 추모집회

현대중공업 노동자 등 150여명이 모인 이날 추모집회는 박일수 열사 장례식을 담은 영상상영에 이어 금속노조 울산지부 임창수 수석부지부장과 민주노총 주봉희 부위원장, 민주노총 울산본부 하부영 본부장, 연대노조 울산과학대지부 김순자 지부장,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조성웅 지회장 등의 발언이 이어졌다.

"현대중공업은 엄연히 하청노조가 있는데도 조합활동을 할 수 없게 막고 있다. 이런 자본의 탄압은 언제, 어느 때 우리 현장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만큼 15만 금속노조가 앞장서 연대투쟁에 나서야 한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설 때 비로소 울산의 노동운동이 다시 태어날 것이다. 우리 모두 힘을 모아 현대중공업을 두들겨서라도 노동자들을 깨우자."

"87년 노동자 대투쟁은 현대중공업 담벼락 안에서 시작된만큼 울산 노동운동 역사에서 현중노조를 빼고는 노동자의 역사를 쓸 수 없다. 올해 10월로 예정된 현중노조 선거에서 모든 역량을 모아 반드시 민주노조 깃발을 세울 수 있도록 하자."


투쟁발언에 나선 이들은 모두 현대중공업 하청노조의 투쟁과 정규직 노조를 민주노조로 바꾸기 위해 연대해 나갈 것을 한목소리로 밝혔다.




금속노조 울산지부 권기백 조직부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추모집회는 박일수 열사에 대한 추모시 '묘비명'을 낭독하고 모두 마쳤다.

여기 한 노동자가 착취로 해가 떠서 착취로 해 저무는
차별로 해가 떠서 차별로 해 저무는 죽음의 공장 현대중공업
지옥같은 하청노동자의 현실에 한을 품고 온몸을 태워 고발하다.

훗날, 하청이란 굴레를 벗어던지고 이 땅에 차별없는 세상
미포만의 새벽이 밝아 오면 그때사 동지를 떠나 보내리
동지여! 미포만의 하늘에서 늘 지켜보게, 박일수 동지여!


'10여명의 노동자들, 현대중공업 사내에서 침묵시위 벌여'

이날 추모제가 진행되는 동안 열사가 마지막 절규를 하며 눈을 감았던 현대중공업 공장 안에선 노동을 끝낸 노동자들이 고단한 얼굴로 쏟아져 나오며 추모제를 하고 있는 이들을 무심히 지나치고 있었다.


'현대중공업에서 하청으로 산다는 것은 인간임을 포기해야 하고, 현대판 노예로 살아야 하는 것'이라며 '온갖 차별과 멸시, 박탈감, 착취에서 오는 분노를 참을 수 없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박일수 열사의 외침이 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데 그안의 노동자들은 쉽사리 침묵을 깨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에 다니는 한 하청노동자는 이들의 무관심은 '생존을 위한 강요된 침묵'이라고 단언했다.

자신들의 처지가 억울하고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것이 화가 나지만, 이를 바꿔낼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그저 귀막고, 눈감고 일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러나 거대한 침묵의 공장 안에서도 작지만 희망을 일구어내기 위한 몸짓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저녁 추모집회에 앞서 낮 12시 경 현대중공업 사내 외업 3관 식당 입구에서는 10여명의 직영 노동자들이 박일수 열사를 추모하며 기습적인 침묵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점심을 먹기 위해 나온 노동자들을 향해 '2월 14일은 박일수 열사 3주기, 오늘은 모든 현중 노동자들이 꼭 기억해야 하는 날입니다'라는 플랭카드를 펼쳐들었다.

2년전부터 현대중공업 일부 활동가들이 열사가 분신한 4.5도크에서 추모식에 나섰지만 경비대가 원천봉쇄하는 바람에 구호한번 제대로 외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기습적으로 식당앞에서 침묵시위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침묵시위를 마치고 12시 30분경 추모식을 하기 위해 4.5도크 앞에 다시 모였지만 열사에 대한 묵념에 이어 구호를 외치자 바로 경비대들이 밀어내는 바람에 5분여만에 강제로 해산됐다.

이날 침묵시위에 나선 현대중공업의 한 노동자는 "지금 현대중공업 공장 안에서는 형식을 갖춘 추모 집회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지만 오늘처럼 침묵시위 등 다양한 형식으로 박일수 열사를 조합원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추모식은 매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12일부터 일주일간 박일수 열사 3주기 추모기간으로 정하고 열사묘역 참배, 영화상영, 추모집회 등을 진행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15일 '열사정신 관련 좌담회'를 하청지회 사무실에서 가질 예정이다.(정기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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